지난 25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서 ‘KBS 다큐 인사이트 1950 미중전쟁 제작팀’이 2021년 발간한 <1950 미중전쟁>이란 책을 소개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책이 “한국전쟁이 국제전이었음을 보여준다”며 “전쟁의 시원부터 정전협정에 이르기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인 힘이 우리의 운명을 어떻게 뒤흔들었는지 보여주는 책”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전쟁에 작용한 국제적인 힘이 바로 대한민국의 숙명 같은 지정학적 조건”이라며 “이 지정학적 조건을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국가안보 전략일 것”이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보수 쪽은 문 전 대통령이 북한 남침으로 발발한 6·25 전쟁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라고 평가해 전쟁을 일으킨 북한의 책임에 면죄부를 줬다고 반응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미중전쟁과 관련해 “공산권에서 프로파간다로 써먹는 이미지”라며 “위험하다”고 썼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6·25가 미중전쟁? 대한민국을 부정, 중국을 숭배, 김일성 면죄하는 전직 대통령”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한국전쟁의 선제공격 주체와 전쟁 성격을 뒤섞은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언급한 미중전쟁은 한국전쟁을 국제전 측면에서 본 것이다. 한국전쟁을 미중전쟁이나 미소전쟁, 남북전쟁 등으로 해석해도 북한의 남침이란 역사적 사실이 면책되거나 없어지지 않는다.
학계에서 북한의 선제 남침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는 거의 없다. 1990년대 초반 소련 붕괴 뒤 공개된 소련 정부 쪽 문서들을 통해, 스탈린의 동의 아래 북한이 남침했다는 명백한 증거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후 학계에서 이 문제를 따지는 논쟁은 사라졌다.
한국전쟁의 발발 논쟁이 선제공격 주체 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한국전쟁의 기원(origin)과 관련된 논쟁은 주로 ‘전쟁의 성격’ 문제를 두고 논쟁한다. 한국전쟁을 내전으로 볼 것인지, 국제전으로 볼 것인지가 논쟁의 초점이다.
1970년대 중반까지 미국 정부와 서구 학계는 한국전쟁의 실질적 도발 주체를 소련으로 단정했다. 이들은 중국이나 북한은 소련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이는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이래 미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취해왔던 한국전쟁에 관한 국제전적 해석이었다. 이 관점을 한국전쟁 해석에서 ‘전통주의’적 관점이라고 불렀다.
1981년 나온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은 배제됐던 ‘내전적’ 기원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후 한국전쟁의 성격을 두고 대체로 보수 쪽은 국제전, 진보 쪽은 내전에 치우친 주장을 폈다. 2000년 이후 국내외 학계에서는 내전과 국제전 양쪽을 모두 아우르는 복합론적 주장이 한국전쟁의 기원에 관한 주류 해석으로 자리잡고 있다.
여전히 국내 일부 강경 보수성향 학자들은 한국전쟁 기원의 국제전적 성격만을 강조한다. 이들은 △6·25전쟁은 북한-소련-중공이 만들어낸 국제전이고 △한국전쟁의 내전적 성격을 드러내는 서술은 좌파가 6·25전범들을 비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동안 보수 쪽이 한국전쟁이 내전이 아닌 국제전이라고 강조해온 터라, 국제전이란 문 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북한과 중국에 면죄부를 준다’는 보수 일부의 지적은 뜻밖이다.
국내외에서 한국전쟁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대개 전쟁 이름은 전쟁이 끝난 뒤 전쟁에서 이긴 나라 또는 전쟁 당사자들 간의 합의에 따라 확정된다. 한국전쟁처럼 승자 없이 휴전된 경우, 각자 방식대로 전쟁을 기억하려는 당사자들이 주장하는 다양한 이름들이 등장한다.
한국에서는 6·25사변, 6·25동란, 한국동란, 6·25전쟁, 한국전쟁 등으로 부른다. 북한은 조국해방전쟁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조선전쟁(朝鮮戰爭), 중국에서는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 미국과 유럽에서는 Korean War, Korean Conflict, Korean Civil War, 제한전쟁(limited war, 미국), 잊힌 전쟁(forgotten war, 미국) 등으로 불린다.
문 전 대통령의 ‘미중전쟁’ 트윗을 둘러싼 북한 면죄부 논란은 냉전기 반공주의 관점에서 한국전쟁을 기억하는 세력이 국내에 건재함을 보여준다.
△인용한 자료<한국전쟁 연구 동향의 변화와 과제,1950~2015>(김태우)<전쟁명명의 정치학: “아시아·태평양전쟁”과 “6∙25전쟁”(김명섭)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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