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현지시각) 암스테르담 담 광장의 전쟁기념비 참배를 위해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펨커 할세마 암스테르담 시장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한-네덜란드 정상회담을 여는 가운데, 윤 대통령과 마주 앉게 될 마르크 뤼터 총리의 ‘정계 은퇴’ 시점도 주목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낮 헤이그 총리실에서 뤼터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기자회견과 양해각서(MOU) 서명식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한국과 네덜란드가 ‘반도체 동맹’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연례 경제안보 대화 신설, 반도체 대화체 설치, 공급망 협의체 구성 추진 등을 발표하며 두 나라의 ‘경제 안보’ 협력 기조를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이번 네덜란드 방문의 의미가 “반도체 동맹 구축”에 있음을 거듭 부각하고 있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전날 현지 브리핑에서 “이번 순방은 한마디로 반도체 순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네덜란드 내부 정치 상황을 보면 이런 약속이 기대만큼 이어질지에 의구심이 따라붙는다. 지난 2010년부터 13년간 네덜란드 연립정부를 이끌어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을 쓴 뤼터 총리가 지난 7월 이민 정책에 대한 연정 파트너 정당들과의 견해 차이로 ‘정계 은퇴’를 선언한 까닭이다. 그는 당시 헤이그 의회에 출석해 “더는 자유민주국민당(VVD) 대표직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총선 이후 새 연정이 출범하면 정계를 떠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이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 초청으로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다고 공식 발표한 날은 지난달 8일로, 뤼터 총리의 정계 은퇴 발표 2개월 뒤였다. 윤 대통령과 뤼터 총리는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 지난해 11월 뤼터 총리의 방한, 지난 7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 계기로 정상회담을 열었다. 이번이 4번째이자 마지막 만남이 될 가능성이 크다.
총리 교체에도 집권당이 유지된다면 정책 연속성은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었겠지만, 지난달 22일 치러진 네덜란드 조기 총선(하원 선거)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뤼터 총리가 속한 자유민주국민당은 24석을 얻었고, 37석을 얻은 자유당, 25석을 얻은 녹색 좌파당·노동당 연합(GL-PvdA)에 뒤를 이은 3위였다.
다수당이 된 극우 성향 자유당은 유럽연합(EU) 탈퇴, 이민자 제한 등을 극단적 공약으로 내세웠던 터라, 향후 집권 시 네덜란드 정부 정책의 대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자유당이 집권에 성공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집권을 위해 150석의 과반인 76석 이상이 필요한데 진보 성향인 녹색 좌파당·노동당 연합은 연합 불가 의사를 밝혔고, 뤼터 총리의 자유민주국민당 또한 불참을 선언한 상태여서다. 연정 구성 시점에 따라 뤼터 총리의 은퇴 시점도 정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12일 “2021년 3월 선거에서는 연정 구성이 합의되기까지 299일이 소요된 바 있다”며 “자유당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2위를 차지한 녹색 좌파당·노동당 연합이 참여하는 또 다른 연정이 고려될 수 있고, 최후의 수단으로 재선거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보도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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