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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님, 돌아오세요

등록 2015-12-09 15:22수정 2015-12-10 12:33

정치BAR : 김보협 기자의 편지

안철수 의원님, 잘 지내시나요?

한때 ‘안철수 마크맨’이었던 김보협입니다. 부산으로, 여수로, 다시 서울로, 기자들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정치를 시작한 이후 어쩌면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실 테니 잘 지내시기는 힘든 형편이리라 짐작됩니다. 예전처럼 문자를 드릴까 하다가 어디선가 보실 것 같아 공개편지를 띄웁니다.

3년만에 찾아본 대선 출마 선언문

오늘 아침 문득, 3년 전 의원님의 대통령 출마 선언문을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기자에게 첫 기사가, 학자들에게 첫 박사 논문이 남들이 모르는 의미가 담겨있듯이, 정치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겠다는 안철수의 고민이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의원님은, 그 전에 만났던 인상적이었던 시민들을 “스승”이라고 부르면서 그분들의 “열망을 실천해내는 사람이 되려 합니다. 저에게 주어진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려고 합니다”라고 대통령 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그 기자회견장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던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당돌한 질문 몇 가지를 던졌던 기억이 납니다. 출마 선언을 하는 자리에서, 어쩌면 실례가 될 수도 있는 질문을 던진 것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분들 대부분이 가장 관심이 쏠렸던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의원님께 또 여쭤보고 싶습니다. 그날 떨리는 마음으로 수백명의 언론인과 수십대의 카메라, 그들과 연결된 수많은 시민들 앞에서 했던 선언은 아직도 유효한가입니다.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나 자신보다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참고 견디고 희생하고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정치가 바뀌어야 우리 삶이 바뀔 수 있습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진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심의 정치를 하겠습니다.” 대통령이 되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유력한 야권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생각하시거나 앞으로 실천하겠다는 결심이 굳으시다면 돌아와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당신이 탈당하면…

의원님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탈당을 하고 새정치민주연합 분열의 마중물이 된다면, 그것은 내년 총선에서 야권의 궤멸을 의미합니다. 새정치연합을 포함해 야권이 하나로 똘똘 뭉치고 이름에 걸맞게 새로운 정치의 희망을 심어주어 많은 지지를 받을 경우에만 겨우 다수당을 노려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계산기만 두드려보면 바로 답이 나옵니다. 전체 의석 300석 중 지역구는 246석입니다. 수도권이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112석이고, 그 나머지 134석의 절반인 67석은 새누리당 강세지역인 영남입니다. 쉽게 말해, 수도권을 뺀 나머지 의석을 영남과 ‘호남+충청+강원+제주’가 반분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제1야당이 분열한다면? 총선 개표 상황판은 호남과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곤 붉게 물들 겁니다. 의원님은 억울할지 몰라도, 시민들은 안 의원님한테 분열로 인한 참패의 책임을 더 많이 물을 겁니다.

그 이후 벌어질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었을 법한 일을, 정말 능청스럽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겠습니다. 2017년 대선은 해보나마나일 테고 시민들은 일말의 희망을 놔버리고 정치에 등을 돌릴 겁니다. 단지, 안철수와 문재인 두 사람의 정치적 미래가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의 하루하루 삶이 위협받는 겨울공화국이 될 겁니다.

‘안철수 현상’이 불어닥칠 때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의원님한테 “낡은 정치”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혁신하길 기대하는 지지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새정치연합을 떠나 ‘안철수당’을 새로 차리면, 새정치연합에 실망한 시민들이 잘했다고 손뼉치면서 그 당을 지지할까요? 여의도의 문법으로는 그런 계산이 나올지 몰라도, 제가 만나본 건강한 시민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습니다. 문재인만으로는 안 되지만 문재인 없이도 안 된다는 말처럼, 안철수 없이는 안 되지만 안철수만으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창조적 파괴를 위하여

현재 새정치연합 안팎에서 ‘문안박 연대’와 ‘혁신 전당대회’의 절충점을 찾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의 지혜를 모으면, 어려워도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뭔가 합리적 방안이 나온다면, 그것이 전당대회라는 형식이 아니더라도, 의원님이 하려는 정치 혁신에 도움이 된다면 돌아오시는 게 맞다고 봅니다. 이건 제 개인의 바람이 아니라, 정치 교체와 정권 교체를 바라는 모든 시민의 명령입니다. 그때도 돌아오지 않으신다면, 의원님이 하려던 창조적 파괴는 그냥 파괴가 되고 말 것입니다.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김보협 드림

[관련 영상] 깨든 합하든, 총선 어렵다 /김보협의 ‘THE 정치’

안철수 원장 기자회견문 전문 (2012년 9월19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2012년 9월19일 오후 서울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2012년 9월19일 오후 서울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안녕하십니까.
안철수입니다.

저는 지난 7월말에 말씀 드린 대로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자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 동안 저는 재미있는 별명도 얻었고.
또 최근에는 저를 소재로 한 유머도 유행하더군요.

그동안 제 답을 기다려오신 여러 분들의 애정이라고 생각하고
그 또한 무겁게 받아들이겠습니다.

기업인과 교수의 삶을 살아온 저로서는,
국가경영의 막중한 책임을 지는 결심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춘천에서 만난 어르신, 명예퇴직을 앞둔 중년의 가장,
30대의 쌍둥이 엄마와 같은 많은 이웃들을 만나 뵈었고,
각 분야에서 경륜과 전문성을 가진 분들도 만났습니다.
가능하면 조용하게 경청하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어느 한분 힘들지 않은 분들이 없었습니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저소득층이 너무 고통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고 고단한 삶의 과정에서도
그분들은 끊임없이 희망을 만들고 계셨습니다.

나 자신보다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참고 견디고 희생하고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제가 희망을 드린 것이 아니라 제가 오히려 그분들께 힘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제게는 스승입니다.
그 분들이 저를 한걸음 더 나아가게 했습니다.

그 분들이 제게 한결 같이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정치가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문제를 풀어야 할 정치가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국민들의 삶을 외면하고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무시하고,
서로 싸우기만 하는 정치에 실망하고 절망했다” 하셨습니다.

또 한 번도 정치에 발 딛지 않은 제가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할 때
많은 분들이 왜 제게 지지를 보내는지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제 좀 정치를 다르게 해보자, 새롭게 출발해보자”는 뜻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저는 제 역량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국가의 리더라는 자리는 절대 한 개인이 영광으로 탐할 자리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당선여부보다는 잘 해낼 수 있느냐가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거듭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통해 답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저는 이제 제 자신 스스로에게 질문했던 답을 내어놓으려 합니다.

지금까지 국민들은 저를 통해 정치쇄신에 대한 열망을 표현해주셨습니다.

저는 이제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함으로써
그 열망을 실천해내는 사람이 되려 합니다.
저에게 주어진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려고 합니다.

저는 먼저 정치개혁은 선거과정에서부터 시작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반을 적으로 돌리면서 통합을 외치는 것은 위선입니다.
선거과정에서 부당하고 저급한 흑색선전과 이전투구를 계속하면,
서로를 증오하고 지지자들을 분열시키며, 나아가서는 국민을 분열시킵니다.
그렇게 선거가 끝나고 나면 선거에서 이겨도 국민의 절반 밖에 마음을 얻지 못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 된다면 다음 5년도
분열과 증오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을 겁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통합과 사회문제 해결은 요원한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저부터 선거과정에서의 쇄신을 약속드리겠습니다.

저는 선거과정에서 어떤 어려움과 유혹이 있더라도
흑색선전과 같은 낡은 정치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저를 지지하는 분들이 그 결과를 존중하고 같이 축하할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께 제안합니다.

 

모두 한자리에 모여,
국민들을 증인으로 선의의 정책 경쟁을 할 것을 약속하면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선거후에도 승리한 사람은 다른 후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패배한 사람은 깨끗이 결과에 승복하여

더 나은 우리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협력할 것도 같이 약속하면 어떨까요?

그래야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넘어서
우리의 미래를 위한 에너지로 바꿔 놓을 수 있을 겁니다.
누가 당선 되더라도 국민을 위해서라면
서로 도울 수 있고 또 함께 할 수 있는
통합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정책 대결 속에서 제가 만약 당선된다면
다른 후보들의 더 나은 정책이 있다면 받아들이고 또 경청할 겁니다.
이것이 바로 국민들이 원하는 덧셈의 정치, 통합의 정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정치 경험도 없는데
막상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걱정을 하셨습니다.
정치라는 험한 곳에 들어가 괜히 만신창이가 되지 말라고도 하셨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도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계실 겁니다.

저는 정치경험뿐 아니라 조직도 없고, 세력도 없지만, 그만큼 빚진 것도 없습니다.

정치경험 대신 국민들께 들은 이야기를 소중하게 가지고 가겠습니다.
조직과 세력 대신 나라를 위해 애쓰시는 모든 분들과 함께 나아가겠습니다.
빚진 게 없는 대신, 공직을 전리품으로 배분하는 일만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대통령 한 사람의 힘으로 5년 만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은 이미 현명한 국민들과 많은 전문가들이
요소요소에서 각자가 역할을 하는 커다란 시스템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속에 이미 답이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낡은 체제와 미래가치가 충돌하고 있습니다.
이제 낡은 물줄기를 새로운 미래를 향해 바꿔야 합니다.
국민들의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정치 시스템,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경제 시스템,
계층 간의 이동이 차단된 사회시스템,
공정한 기회가 부여되지 않는 기득권 과보호구조,
지식산업시대에 역행하는 옛날 방식의 의사결정구조,

이와 같은 것들로는 미래를 열어갈 수 없습니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됩니다.
국민들은 이제 정치부터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하십니다.

앞으로 5년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매우 힘든 상황이 전개될 것입니다.
국내의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가 정말 심각합니다. 세계적인 장기불황까지 겹쳐 한꺼번에
위기적 상황이 닥쳐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제가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도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지만 부족하고 실수도 하고 결점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명한 국민들과 전문가들 속에서 답을 구하고, 지혜를 모으면
그래도 최소한 물줄기는 돌려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위기의 시대에 힘을 합쳐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가 바뀌어야 우리 삶이 바뀔 수 있습니다.
새로운 정치가 들어서야 민생경제 중심 경제가 들어섭니다.
대한민국은 새로운 경제모델이 필요합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성장동력과 결합하는 경제혁신을 만들어야 합니다.
평화체제는 역시 안보와 균형을 맞출 때 실현가능합니다.
제 정책비전과 구상의 구체적 내용은 앞으로 선거과정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이번 선거 과정부터
국민의 생각이 하나로 모아지는 첫걸음을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원하는 국민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면 좋겠습니다.

저는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진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심의 정치를 하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은 두렵지 않습니다. 극복하겠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싸워야 한다면 정정당당하게 싸울 것입니다.

사람의 선의가 가장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국민여러분과 함께 증명하려고 합니다.
저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신
그리고 많은 지지를 보내주신 국민여러분
저와 함께 해주십시오.
그래야 정치가 바뀌고 정치가 바뀌어야 우리의 삶이 바뀝니다.
변화의 열쇠는 바로 국민 여러분께 있습니다.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작가, 윌리엄 깁슨의 말을 하나 소개하고 싶습니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

그렇습니다. 미래는 지금 우리 앞에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김보협기자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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