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서보미의 ‘진실된’ 뉴스_그들이 출마한 이유
4·13총선을 한달여 앞둔 요즘 국회 출입기자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곳이 있다. 총선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자들의 명부를 선거구별로 한 눈에 볼 수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이다.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원외정당’ 순으로 정리된 예비후보자 명부 가운데, 기자들의 눈은 대부분 국민의당 정도에서 멈춰서고 아주 가끔 정의당 후보를 보기도 한다. 예비후보여도 원내정당 소속은 돼야 약간의 주목이라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문득 ‘정당 밖 후보’가 궁금해졌다. 소속 정당이 없어도 독특한 이력만으로 총선 출마 이유가 궁금해지는 후보들도 여럿 있었다. 그들에게는, ‘정당의 관심 밖에 있는 일’에 누구보다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총선에 뛰어들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을 전화로 만나봤다.
최지웅 “세월호 국회의원, 한명쯤 있어야”
더불어민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옮긴 조경태 의원 지역구에 출마한 무소속으로 출마한 최지웅(43) 서부산민주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전화를 받자마자, ‘세월호 후보 최지웅’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광우병 사태, 한미FTA 반대 시위, 용산 참사 등 주요 정국마다 부산에서 시민단체 연대 활동에 앞장서왔지만 ‘세월호 참사’를 보며 처음 출마 결심을 굳혔다고 했다.
Q. 왜 세월호 문제인가.
A. “총선에서 세월호 문제를 이야기하려고 나왔다.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무능과 권력-언론 유착 등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무고한 아이들과 시민들이 죽었음에도 유가족의 진실 규명 요구는 색깔론에 묻혔다. 희생자와 유가족은 두 번 죽었다. 세월호 이전과 세월호 이후의 정치는 달라져야 하지 않겠나.” Q. 2014년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됐고 이후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도 꾸려졌는데.
A. “부족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게 국가의 사명이다. 그걸 도와주는 게 정치권임에도 세월호특별법 과정에서 유가족 의견은 반영되지 못했다. 결국 여야 정치 담합으로 법이 만들어졌다. 그에 따라 특조위도 운영되고 있지만 새누리당의 방해와 정부의 지원 부족으로 제대로 진실규명 작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세월호 진실규명 작업이 정치적 타협물처럼 비치고 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 Q. 명함은 하루에 몇 장이나 돌리나?
A. “1000장 정도” Q. 세월호 이야기에 유권자의 반응은 어떤가
A. “솔직히 말하면 뜬금없어 한다. ‘세월호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냐’는 말씀도 많이 한다. 다른 후보들은 지역 발전 공약들을 이야기하는데 세월호 문제는 우리의 삶과 직접적 연관이 없어 보이니까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지역정치, 지역발전도 중요하지만 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와 정치권에서 책임지고 풀겠다’는 말을 하고 싶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을 위해 싸우는 국회의원이 한 명쯤 있어야 하지 않겠나.” Q. 그런 이야기를 정당 안에서는 할 수 없었나?
A. “저는 한때 민주노동당 당원이 있고 통합진보당에도 있었다. 당이 해산되면서 당적이 사라졌다. 기존 정당도 있고 정의당도 있지만 이번만큼은 무소속으로 나가서 솔직하게 세월호에 대해 말하자고 판단했다. 당적이 있으면 주민들이 나에게 선입견을 둘 수도 있으니까.” Q. 정당 도움없이 선거운동은 어떻게 하나.
A. “저는 돈을 안 쓰는 ‘3000만원 선거’를 하고 있다. 국회의원 후보자 기탁금 1500만원을 포함해서 3000만원으로 선거를 치르는 게 목표다. 지금은 지역 주민 공동체 활동을 하는데 거기서 많이 도와주고 있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남들처럼 유세차량을 대여하기도 어려우니, 몸으로 때워야 하지 않겠나.(웃음) 발로 뛰며 유권자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겠다.”
손종표 “한국타이어 산업재해 풀기 위해”
손종표(42) ‘노동자 나눔치유 협동조합’ 대표는 총선 예비후보자 가운데 ‘최다 전과’ 기록을 가지고 있다. 무려 전과 10범이다. 손 대표는 “벌금 100만원을 넘는 전과만 10개다. 전과가 몇개인지는 세어보지 않았다”며 웃었다.
전과는 노동운동을 하며 쌓여갔다고 했다. 올해 1월까지 민주노총 간부로 활동한 손 대표는 이번 총선에 출마한 것도 ‘한국타이어특별법’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가 민주노총 대전본부에서 활동을 하던 2007~2008년 한국타이어에선 암·심장질환으로 노동자 8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에도 산재 의심 환자가 속출하며 ‘한국타이어 산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으나 아직까지도 업무 연관성 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총선에 나온 이유가 뭔가.
A. “직접적 동기는 한국타이어 산업재해 문제를 풀기 위해서다. 저도 민주노총에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열심히 활동했지만 결국 노동자 문제뿐 아니라 국민 먹고사는 문제는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지 않나. 수차례 국회의원을 찾아가봤지만 노동자가 아프고 죽고 다치는 문제에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죽어가는 노동자들을 위해 특별법 하나 못 만드는 의원은 필요가 없다.” Q.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도 무관심하던가.
A. “오죽했으면 제가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에도 환노위에 촉구서, 질의서를 넣었지만 여야 가리지 않고 답변이 한 마디도 없었다.” Q. 왜 무소속인가.
A. “작년부터 국민모임, 천정배 신당 등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드는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했다. 그런데 둘 다 결국 창당하지 못했다.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다.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기존 정당도 그렇고,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는 사람들도 그렇고, 국민을 위한 활동에는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무소속 출마를 했지만 새로운 정치를 하고 싶다. 특히 젊은 2030세대들이 정치에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충청 미래신당’ 발기인 대회를 열었다. 3월 중순까지 창당 준비위 활동을 한 뒤 총선이 끝나고 창당 작업에 전념할 계획이다.” Q. 무소속 후보로는 드물게 선거사무소도 차렸던데.
“당이 없어도 선거운동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저는 당 대신 산재 중증환자들이 돕고 있다. 선거사무소에 일상적으로 나오고 있으시고 밖에서 유권자를 만나는 일도 함께한다. 내일이 없는 분들이 오늘을 위해서 선거운동을 돕고 있는 것이다.” Q. 선거에 떨어진다면
A. “작년 8월 ‘노동자 나눔치유 협동조합’을 열었다. 산재 환자, 그 가족들과 함께 자립을 위한 활동 등을 하려고 한다. 아픈 곳이 확인되면 쫓겨나고 경제적으로 더 힘들어지니까. 무공해 농산물을 일반인에게는 싸게 공급하고 환자들에게는 무료로 주는 일을 하려고 한다.”
김현우 “나는 비정규 자동차 설계 노동자”
경기 수원무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김현우(34)씨는 부산에서도 가난한 동네로 꼽히는 만덕동에서 태어났다. 그는 경남에 있는 대학의 전자통신과를 졸업한 뒤 일자리를 좇아 11년 동안 전국을 떠돌았다. 경기 화성, 경남 진주, 광주, 강원 속초, 인천, 서울, 경기 수원. 짧으면 2~3개월, 길면 1~2년의 프로젝트에 맞춰 그의 거주지도 수없이 바뀌었다. 그나마 6년간 머문 수원에서 그는 총선 출마를 결정했다.
Q. 왜 수원인가.
“비정규 자동차 설계 일은 도급 계약 형식이다. 프리랜서와 비슷한데 계약 기간이 무의미하다. 프로젝트가 2~3개월 만에 끝나기도 하고 연장되면 연 단위가 되기도 한다. 물론 보름 만에도 프로젝트가 공중분해 되는 일도 있다. 수원에는 자동차 메이저 회사가 주욱 있다. 그래서 6년간 머물 수 있었다. 수원무에서 살았고 이곳엔 그나마 내 또래들도 많이 거주해 출마를 하게 됐다.” Q. 30대인데 어떻게 출마하게 됐나.
A. “현장 잡부로 시작해 비정규 자동차 설계 일을 하면서 안 좋은 꼴을 많이 당했다. 월급도 떼여봤고 다치기도 했다. 노조를 찾아가 봐도 별로 도움이 안 됐다. 내가 모르니까 당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부터 시작해서 스스로 공부를 했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의견을 제시해가면서 서로의 불편한 점을 해소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내가 일하면서 불편한 점도 그렇게 풀고 싶었다.” Q. 다른 정당에 참여할 수도 있었다.
A. “정의당에도 참여했다. 실망스러운 점이 있어 무소속 출마를 하게 됐다.” Q. 국회의원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나.
A. “싹 다 바꾸고 싶다. 어떤 선진국에선 국회의원이 박봉에 시달리지만 일은 열심히 한다고 들었다. 우리는 의원들이 특권을 누리면서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그들이 수많은 3D 노동자처럼 일을 한다면 아마 우리 정치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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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웅 “세월호 국회의원, 한명쯤 있어야”
A. “총선에서 세월호 문제를 이야기하려고 나왔다.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무능과 권력-언론 유착 등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무고한 아이들과 시민들이 죽었음에도 유가족의 진실 규명 요구는 색깔론에 묻혔다. 희생자와 유가족은 두 번 죽었다. 세월호 이전과 세월호 이후의 정치는 달라져야 하지 않겠나.” Q. 2014년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됐고 이후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도 꾸려졌는데.
A. “부족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게 국가의 사명이다. 그걸 도와주는 게 정치권임에도 세월호특별법 과정에서 유가족 의견은 반영되지 못했다. 결국 여야 정치 담합으로 법이 만들어졌다. 그에 따라 특조위도 운영되고 있지만 새누리당의 방해와 정부의 지원 부족으로 제대로 진실규명 작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세월호 진실규명 작업이 정치적 타협물처럼 비치고 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 Q. 명함은 하루에 몇 장이나 돌리나?
A. “1000장 정도” Q. 세월호 이야기에 유권자의 반응은 어떤가
A. “솔직히 말하면 뜬금없어 한다. ‘세월호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냐’는 말씀도 많이 한다. 다른 후보들은 지역 발전 공약들을 이야기하는데 세월호 문제는 우리의 삶과 직접적 연관이 없어 보이니까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지역정치, 지역발전도 중요하지만 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와 정치권에서 책임지고 풀겠다’는 말을 하고 싶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을 위해 싸우는 국회의원이 한 명쯤 있어야 하지 않겠나.” Q. 그런 이야기를 정당 안에서는 할 수 없었나?
A. “저는 한때 민주노동당 당원이 있고 통합진보당에도 있었다. 당이 해산되면서 당적이 사라졌다. 기존 정당도 있고 정의당도 있지만 이번만큼은 무소속으로 나가서 솔직하게 세월호에 대해 말하자고 판단했다. 당적이 있으면 주민들이 나에게 선입견을 둘 수도 있으니까.” Q. 정당 도움없이 선거운동은 어떻게 하나.
A. “저는 돈을 안 쓰는 ‘3000만원 선거’를 하고 있다. 국회의원 후보자 기탁금 1500만원을 포함해서 3000만원으로 선거를 치르는 게 목표다. 지금은 지역 주민 공동체 활동을 하는데 거기서 많이 도와주고 있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남들처럼 유세차량을 대여하기도 어려우니, 몸으로 때워야 하지 않겠나.(웃음) 발로 뛰며 유권자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겠다.”
손종표 “한국타이어 산업재해 풀기 위해”
A. “직접적 동기는 한국타이어 산업재해 문제를 풀기 위해서다. 저도 민주노총에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열심히 활동했지만 결국 노동자 문제뿐 아니라 국민 먹고사는 문제는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지 않나. 수차례 국회의원을 찾아가봤지만 노동자가 아프고 죽고 다치는 문제에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죽어가는 노동자들을 위해 특별법 하나 못 만드는 의원은 필요가 없다.” Q.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도 무관심하던가.
A. “오죽했으면 제가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에도 환노위에 촉구서, 질의서를 넣었지만 여야 가리지 않고 답변이 한 마디도 없었다.” Q. 왜 무소속인가.
A. “작년부터 국민모임, 천정배 신당 등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드는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했다. 그런데 둘 다 결국 창당하지 못했다.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다.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기존 정당도 그렇고,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는 사람들도 그렇고, 국민을 위한 활동에는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무소속 출마를 했지만 새로운 정치를 하고 싶다. 특히 젊은 2030세대들이 정치에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충청 미래신당’ 발기인 대회를 열었다. 3월 중순까지 창당 준비위 활동을 한 뒤 총선이 끝나고 창당 작업에 전념할 계획이다.” Q. 무소속 후보로는 드물게 선거사무소도 차렸던데.
“당이 없어도 선거운동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저는 당 대신 산재 중증환자들이 돕고 있다. 선거사무소에 일상적으로 나오고 있으시고 밖에서 유권자를 만나는 일도 함께한다. 내일이 없는 분들이 오늘을 위해서 선거운동을 돕고 있는 것이다.” Q. 선거에 떨어진다면
A. “작년 8월 ‘노동자 나눔치유 협동조합’을 열었다. 산재 환자, 그 가족들과 함께 자립을 위한 활동 등을 하려고 한다. 아픈 곳이 확인되면 쫓겨나고 경제적으로 더 힘들어지니까. 무공해 농산물을 일반인에게는 싸게 공급하고 환자들에게는 무료로 주는 일을 하려고 한다.”
김현우 “나는 비정규 자동차 설계 노동자”
“비정규 자동차 설계 일은 도급 계약 형식이다. 프리랜서와 비슷한데 계약 기간이 무의미하다. 프로젝트가 2~3개월 만에 끝나기도 하고 연장되면 연 단위가 되기도 한다. 물론 보름 만에도 프로젝트가 공중분해 되는 일도 있다. 수원에는 자동차 메이저 회사가 주욱 있다. 그래서 6년간 머물 수 있었다. 수원무에서 살았고 이곳엔 그나마 내 또래들도 많이 거주해 출마를 하게 됐다.” Q. 30대인데 어떻게 출마하게 됐나.
A. “현장 잡부로 시작해 비정규 자동차 설계 일을 하면서 안 좋은 꼴을 많이 당했다. 월급도 떼여봤고 다치기도 했다. 노조를 찾아가 봐도 별로 도움이 안 됐다. 내가 모르니까 당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부터 시작해서 스스로 공부를 했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의견을 제시해가면서 서로의 불편한 점을 해소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내가 일하면서 불편한 점도 그렇게 풀고 싶었다.” Q. 다른 정당에 참여할 수도 있었다.
A. “정의당에도 참여했다. 실망스러운 점이 있어 무소속 출마를 하게 됐다.” Q. 국회의원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나.
A. “싹 다 바꾸고 싶다. 어떤 선진국에선 국회의원이 박봉에 시달리지만 일은 열심히 한다고 들었다. 우리는 의원들이 특권을 누리면서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그들이 수많은 3D 노동자처럼 일을 한다면 아마 우리 정치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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