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4·13총선 알아야 할 10가지_#3_쉬운 해고
2016년 4월13일 20대 총선이 치러집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입법권력의 지형을 결정하는 선거입니다. 내년 대선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끼칠 선거이기도 합니다.
정치BAR에서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당신이 알아야 할 10가지’를 정리했습니다. 투표를 꼭 해야 하는 이유로 말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정책적 이슈를 정리했습니다. 총선에서만 활용될 ‘1회성 공약’이 아닌, 총선 이후 대선까지 논쟁이 지속될 정책적 사안에 주목했습니다. 인권 보장과 복지 확충, 대북·외교 정책 등 국민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굵직한 논점들입니다.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독주에 속도가 붙을 수도, 제동이 걸릴 수도 있는 사안이기도 합니다. 총선 결과를 좌우할 정치적 변수도 짚었고 암울한 디스토피아도 상상해봤습니다. 정치BAR가 준비한 핸드북 ‘4·13총선 알아야 할 10가지’ 지금 만나보시죠.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노동개혁’은 노동5법과 양대 지침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노동5법은 산재보험법·고용보험법·근로기준법·기간제근로자법·파견근로자법 개정안을 일컫는 말입니다. 새누리당은 노동개혁을 위해선 5개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며 소속 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지난해 9월 이들 법안의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중 여야간 첨예하게 입장이 갈리는 법안은 기간제법과 파견법입니다.
기간제법은 물러섰지만… ‘기간제법’은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법입니다. 비정규직일지언정 좀더 근무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새누리당이 기간제법을 ‘비정규직 고용안정법’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야당과 노동계는 반대합니다. 기업들은 숙련된 비정규직을 좀더 오래 쓸 수 있게 돼 인건비를 절감하겠지만 비정규직 고용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근로자들의 평균임금은 떨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발이 크자 정부·여당은 지난 1월 “기간제법은 나중에 추진하겠다”며 한발 물러났습니다. 남은 쟁점은 파견법입니다. 정부는 파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중장년 고령층의 일자리가 늘고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완화된다고 주장합니다. 사내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도 개선된다고 말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중장년 고령층의 일자리가 늘어날까요? 이번 파견법 개정안은 55살 이상 고령자에 한해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및 선원, 간호조무사 등 절대금지 업무 10개를 제외하고는 모든 업종에 파견을 허용합니다. 현재는 운전, 청소 등 32개 업종에만 파견이 허용되죠. 정부는 취업이 어려운 중장년층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고 주장합니다. 어차피 우리 기업 현실에서 55살 이상 노동자는 재취업이 어려운데, 기업 쪽에서 파견직으로는 쓸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한국노동연구원은 ‘파견허용업무의 합리적 조정 및 기대효과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파견이 확대돼도) 기업이 (굳이) 고령 파견자를 고용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합니다. 중·장년 노동자를 고용하는 기업에 고용장려금을 주거나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안 등이 있어야 중·장년 고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뜻입니다. “파견업체들도 노동시장에서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반응이었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나옵니다. 55살 이상 중·장년의 파견 확대가 일자리 확대로 연결될지, 현재로선 불확실해 보입니다. 두번째로 중소기업 인력난이 완화될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를 살펴보죠. 이번 개정안은 제조업 가운데 ‘뿌리산업’에 대한 파견을 허용해요. 뿌리산업은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주조·금형·소성가공·열처리·표면처리·용접 등 6개 산업으로, 중소·중견기업 2만여곳(국내 제조업체의 7.6%, 48만명 고용)이 이에 해당합니다. 정부는 이런 뿌리기업들이 최대 1만3000여명가량의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파견을 허용해주면 일감이 늘고 줄어드는 데 따라 탄력적으로 파견직을 쓸 거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현장의 설명은 다릅니다. 인천 부평공단에서 직원 5명을 두고 플라스틱 사출용 금형가공을 하는 한 사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파견 허용이 되면 인력난이 해소된다고요? 우리처럼 숙련 기술이 필요한 뿌리업체에선 단순 파견인력은 필요없습니다. 원청에서 제품 납품단가를 제대로 주는 게 더 중요합니다. 그래야 장시간 근로도 줄이고 임금도 제대로 챙겨줄 수 있게 돼 젊은이들이 돌아올 겁니다.” 그는 “파견은 대기업 분업라인에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내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정부 주장을 짚어보겠습니다. 정부는 “사내하청 노동자는 파견 노동자보다 상황이 더 열악하다. 파견규제를 완화하면 기업들이 하청 대신 파견을 쓸 것이다. 그러면 사내하청 노동자 일부가 파견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파견 노동자는 파견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정규직과의 차별 금지, 2년 이상 고용 시 정규직 전환 등의 규제도 받아요. 사내하청은 민법상 계약 관계라 어떤 규제도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파견 노동자가 하청 노동자보다 나은 처지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 정부는 전체 파견 노동자의 임금 평균(169만4000원)이 사내하청을 포함하는 용역 노동자(148만6000원)보다 높다는 점을 근거로 듭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일부 고소득 전문직이 포함된 파견과 용역의 임금을 단순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용역과 파견을 모두 쓰는 118개 공공기관 노동자의 임금을 비교한 결과, 용역 임금 평균(227만원)이 파견 임금 평균(194만원)보다 높다”고 주장합니다. 차별 금지 등 파견법상 규제도 실제 현장에서는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고 노동계는 주장합니다. 게다가 기업들은 파견법 규제를 피하기 위해 대부분 사내하청업체를 쓰고 있어요. 기업이 사내하청을 파견으로 바꿀 이유가 별로 없는거죠. “파견을 추가 확대하면 사내하청이 파견으로 가기보단 정규직이 파견으로 돌려지는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전국금속노조 법률원 송영섭 변호사의 주장이 더 설득력있게 들립니다.
법보다 위, ‘양대 지침’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22일 이른바 ‘양대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지침은 노동부가 사무를 처리하거나 행정 감독, 지도를 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정한 행정상의 규정입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시장에 일종의 ‘나침반’ 역할을 합니다. 양대 지침 중 하나는 ‘공정인사 지침’입니다. 현행 근로기준법 23조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당한 해고’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하는 정리해고와 타당한 징계 사유가 있는 징계해고 정도만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이번 지침은 업무능력 결여, 근무성적 부진도 ‘정당한 해고’ 사유에 해당한다고 규정했습니다. 물론 그동안 판례 등에서도 ‘업무능력’을 이유로 삼은 해고를 정당한 해고로 인정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결이 다릅니다. ‘무능력자’ 또는 신체·정신적 장애 등으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노동력을 상실한 사람에 대해서만 근로관계를 해지할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공정인사 지침’은 정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라도 평가가 나쁘다는 이유로 해고할 수 있게 길을 터 줬습니다. 양대 지침 중 나머지 하나는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입니다. 취업규칙이란 임금, 해고 등 노동자가 직장에 근무하면서 적용받는 복무규율이나 근로조건 규정을 말합니다. 근로기준법 94조는 사용자가 이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때는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이번에 발표한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은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가 없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일반화했습니다. 그리고 이 예외가 인정되는 사례 중 하나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변경 사례를 적시했어요.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길을 터주기 위한 포석입니다. 그렇다면 임금피크제란 뭘까요? 일정 연령 이후에는 매년 일정 비율로 임금을 감액하는 대신 정년을 연장 또는 보장하는 제도에요. 언뜻 보기에 기업 부담은 줄이고, 직원들은 더 오래 일할 수 있으니 긍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업 입장에서 임금피크제가 동반된 정년연장은 손해보는 장사가 아닙니다. 퇴직금을 볼까요? 퇴직금을 받을 때 근무일수와 평균임금만을 가지고 계산하는데, 이 중 평균임금은 가장 마지막에 받은 3개월의 월급 평균입니다. 5년간 근무연수가 늘어난다 해도 퇴직금 총액은 상당히 감소할 수밖에 없어요. 최악의 경우 비슷한 액수의 인건비만으로 근로자를 몇 년 더 고용할 수 있는 제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임금피크제가 자칫 임금수준을 하락시키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거죠.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통해 줄어드는 한 사람당 평균 인건비로 청년 채용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주장에 회의적입니다. 첫째, 임금피크제 대상자 자체가 많지 않아 이를 통한 청년고용 증대 효과는 미미할 듯합니다. 둘째, 기업이 임금피크제로 아낀 돈을 청년고용에 쓴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누가 노동자를 위하는 정당인가 새누리당은 20대 국회에서도 노동5법과 양대 지침을 밀어붙이겠다고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은 ‘양대 지침은 폐기되어야 한다’, 국민의당은 ‘필요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더민주는 ‘쉬운 해고 제한’, ‘정리해고 여건 강화’ 공약을 내놨습니다. 더민주는 “정리해고는 기업유지가 어려운 경우로 한정하고, 해고 회피노력 및 정리해고자 재고용 우선 의무화 등 도입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또 쿨링오프제(사직서 1개월 내 철회 가능), 상시 해고 기업에 대한 고용보험료 등 사회보험료 가중부과 및 손해배상 제도 도입, 일정규모 이상 희망퇴직 및 권고사직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 의무 부여, 인력퇴출프로그램 도입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 의무 부여 등을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정의당도 ‘쉬운 해고’를 제한하는 공약을 내놨습니다. 경영 위기를 초래한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살찐고양이법’을 제정하겠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경영 위기의 책임을 ‘정리해고’ 라는 방법으로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관행을 바꾸겠다는 것이죠. 국민의당은 양대 지침이 필요하다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식입니다. 국민의당은 “해고와 관련한 소송이 1년에 1만3천건에 이른다고 하는데, 이를 법원과 노동위원회가 전부 담당하는 것은 행정낭비이기 때문에 만들긴 만들어야 할 지침이다. 정부가 비밀스럽게 일방적으로 만든 프로세스는 문제”라고 말합니다. 노동당은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폐지하고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법제화 하겠다고 했으며, 녹색당은 객관적 사유가 없는 한 비정규직의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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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해고
기간제법은 물러섰지만… ‘기간제법’은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법입니다. 비정규직일지언정 좀더 근무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새누리당이 기간제법을 ‘비정규직 고용안정법’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야당과 노동계는 반대합니다. 기업들은 숙련된 비정규직을 좀더 오래 쓸 수 있게 돼 인건비를 절감하겠지만 비정규직 고용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근로자들의 평균임금은 떨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발이 크자 정부·여당은 지난 1월 “기간제법은 나중에 추진하겠다”며 한발 물러났습니다. 남은 쟁점은 파견법입니다. 정부는 파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중장년 고령층의 일자리가 늘고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완화된다고 주장합니다. 사내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도 개선된다고 말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중장년 고령층의 일자리가 늘어날까요? 이번 파견법 개정안은 55살 이상 고령자에 한해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및 선원, 간호조무사 등 절대금지 업무 10개를 제외하고는 모든 업종에 파견을 허용합니다. 현재는 운전, 청소 등 32개 업종에만 파견이 허용되죠. 정부는 취업이 어려운 중장년층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고 주장합니다. 어차피 우리 기업 현실에서 55살 이상 노동자는 재취업이 어려운데, 기업 쪽에서 파견직으로는 쓸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한국노동연구원은 ‘파견허용업무의 합리적 조정 및 기대효과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파견이 확대돼도) 기업이 (굳이) 고령 파견자를 고용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합니다. 중·장년 노동자를 고용하는 기업에 고용장려금을 주거나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안 등이 있어야 중·장년 고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뜻입니다. “파견업체들도 노동시장에서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반응이었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나옵니다. 55살 이상 중·장년의 파견 확대가 일자리 확대로 연결될지, 현재로선 불확실해 보입니다. 두번째로 중소기업 인력난이 완화될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를 살펴보죠. 이번 개정안은 제조업 가운데 ‘뿌리산업’에 대한 파견을 허용해요. 뿌리산업은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주조·금형·소성가공·열처리·표면처리·용접 등 6개 산업으로, 중소·중견기업 2만여곳(국내 제조업체의 7.6%, 48만명 고용)이 이에 해당합니다. 정부는 이런 뿌리기업들이 최대 1만3000여명가량의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파견을 허용해주면 일감이 늘고 줄어드는 데 따라 탄력적으로 파견직을 쓸 거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현장의 설명은 다릅니다. 인천 부평공단에서 직원 5명을 두고 플라스틱 사출용 금형가공을 하는 한 사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파견 허용이 되면 인력난이 해소된다고요? 우리처럼 숙련 기술이 필요한 뿌리업체에선 단순 파견인력은 필요없습니다. 원청에서 제품 납품단가를 제대로 주는 게 더 중요합니다. 그래야 장시간 근로도 줄이고 임금도 제대로 챙겨줄 수 있게 돼 젊은이들이 돌아올 겁니다.” 그는 “파견은 대기업 분업라인에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내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정부 주장을 짚어보겠습니다. 정부는 “사내하청 노동자는 파견 노동자보다 상황이 더 열악하다. 파견규제를 완화하면 기업들이 하청 대신 파견을 쓸 것이다. 그러면 사내하청 노동자 일부가 파견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파견 노동자는 파견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정규직과의 차별 금지, 2년 이상 고용 시 정규직 전환 등의 규제도 받아요. 사내하청은 민법상 계약 관계라 어떤 규제도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파견 노동자가 하청 노동자보다 나은 처지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 정부는 전체 파견 노동자의 임금 평균(169만4000원)이 사내하청을 포함하는 용역 노동자(148만6000원)보다 높다는 점을 근거로 듭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일부 고소득 전문직이 포함된 파견과 용역의 임금을 단순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용역과 파견을 모두 쓰는 118개 공공기관 노동자의 임금을 비교한 결과, 용역 임금 평균(227만원)이 파견 임금 평균(194만원)보다 높다”고 주장합니다. 차별 금지 등 파견법상 규제도 실제 현장에서는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고 노동계는 주장합니다. 게다가 기업들은 파견법 규제를 피하기 위해 대부분 사내하청업체를 쓰고 있어요. 기업이 사내하청을 파견으로 바꿀 이유가 별로 없는거죠. “파견을 추가 확대하면 사내하청이 파견으로 가기보단 정규직이 파견으로 돌려지는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전국금속노조 법률원 송영섭 변호사의 주장이 더 설득력있게 들립니다.
법보다 위, ‘양대 지침’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22일 이른바 ‘양대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지침은 노동부가 사무를 처리하거나 행정 감독, 지도를 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정한 행정상의 규정입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시장에 일종의 ‘나침반’ 역할을 합니다. 양대 지침 중 하나는 ‘공정인사 지침’입니다. 현행 근로기준법 23조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당한 해고’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하는 정리해고와 타당한 징계 사유가 있는 징계해고 정도만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이번 지침은 업무능력 결여, 근무성적 부진도 ‘정당한 해고’ 사유에 해당한다고 규정했습니다. 물론 그동안 판례 등에서도 ‘업무능력’을 이유로 삼은 해고를 정당한 해고로 인정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결이 다릅니다. ‘무능력자’ 또는 신체·정신적 장애 등으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노동력을 상실한 사람에 대해서만 근로관계를 해지할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공정인사 지침’은 정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라도 평가가 나쁘다는 이유로 해고할 수 있게 길을 터 줬습니다. 양대 지침 중 나머지 하나는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입니다. 취업규칙이란 임금, 해고 등 노동자가 직장에 근무하면서 적용받는 복무규율이나 근로조건 규정을 말합니다. 근로기준법 94조는 사용자가 이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때는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이번에 발표한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은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가 없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일반화했습니다. 그리고 이 예외가 인정되는 사례 중 하나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변경 사례를 적시했어요.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길을 터주기 위한 포석입니다. 그렇다면 임금피크제란 뭘까요? 일정 연령 이후에는 매년 일정 비율로 임금을 감액하는 대신 정년을 연장 또는 보장하는 제도에요. 언뜻 보기에 기업 부담은 줄이고, 직원들은 더 오래 일할 수 있으니 긍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업 입장에서 임금피크제가 동반된 정년연장은 손해보는 장사가 아닙니다. 퇴직금을 볼까요? 퇴직금을 받을 때 근무일수와 평균임금만을 가지고 계산하는데, 이 중 평균임금은 가장 마지막에 받은 3개월의 월급 평균입니다. 5년간 근무연수가 늘어난다 해도 퇴직금 총액은 상당히 감소할 수밖에 없어요. 최악의 경우 비슷한 액수의 인건비만으로 근로자를 몇 년 더 고용할 수 있는 제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임금피크제가 자칫 임금수준을 하락시키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거죠.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통해 줄어드는 한 사람당 평균 인건비로 청년 채용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주장에 회의적입니다. 첫째, 임금피크제 대상자 자체가 많지 않아 이를 통한 청년고용 증대 효과는 미미할 듯합니다. 둘째, 기업이 임금피크제로 아낀 돈을 청년고용에 쓴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제5회 종로구 조계사 일자리나눔터 채용박람회가 2015년 10월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앞에서 열려 취업상담사들이 구직자들과 취업관련해서 상담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누가 노동자를 위하는 정당인가 새누리당은 20대 국회에서도 노동5법과 양대 지침을 밀어붙이겠다고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은 ‘양대 지침은 폐기되어야 한다’, 국민의당은 ‘필요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더민주는 ‘쉬운 해고 제한’, ‘정리해고 여건 강화’ 공약을 내놨습니다. 더민주는 “정리해고는 기업유지가 어려운 경우로 한정하고, 해고 회피노력 및 정리해고자 재고용 우선 의무화 등 도입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또 쿨링오프제(사직서 1개월 내 철회 가능), 상시 해고 기업에 대한 고용보험료 등 사회보험료 가중부과 및 손해배상 제도 도입, 일정규모 이상 희망퇴직 및 권고사직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 의무 부여, 인력퇴출프로그램 도입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 의무 부여 등을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정의당도 ‘쉬운 해고’를 제한하는 공약을 내놨습니다. 경영 위기를 초래한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살찐고양이법’을 제정하겠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경영 위기의 책임을 ‘정리해고’ 라는 방법으로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관행을 바꾸겠다는 것이죠. 국민의당은 양대 지침이 필요하다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식입니다. 국민의당은 “해고와 관련한 소송이 1년에 1만3천건에 이른다고 하는데, 이를 법원과 노동위원회가 전부 담당하는 것은 행정낭비이기 때문에 만들긴 만들어야 할 지침이다. 정부가 비밀스럽게 일방적으로 만든 프로세스는 문제”라고 말합니다. 노동당은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폐지하고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법제화 하겠다고 했으며, 녹색당은 객관적 사유가 없는 한 비정규직의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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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당이 파견법 통과를 압박하는 이유 http://me2.do/xgcyQ0fJ
[퀴즈] ‘노사정 합의’, 나의 ‘근로 조건’ 어떻게 달라지나? http://me2.do/FZeCDiOt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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