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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그들의 억지

등록 2016-03-21 14:40수정 2016-03-21 15:32

정치BAR_4·13총선 알아야 할 10가지_#4_누리과정
2016년 4월13일 20대 총선이 치러집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입법권력의 지형을 결정하는 선거입니다. 내년 대선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끼칠 선거이기도 합니다.

정치BAR에서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당신이 알아야 할 10가지’를 정리했습니다. 투표를 꼭 해야 하는 이유로 말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정책적 이슈를 정리했습니다. 총선에서만 활용될 ‘1회성 공약’이 아닌, 총선 이후 대선까지 논쟁이 지속될 정책적 사안에 주목했습니다. 인권 보장과 복지 확충, 대북·외교 정책 등 국민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굵직한 논점들입니다.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독주에 속도가 붙을 수도, 제동이 걸릴 수도 있는 사안이기도 합니다. 총선 결과를 좌우할 정치적 변수도 짚었고 암울한 디스토피아도 상상해봤습니다. 정치BAR가 준비한 핸드북 ‘4·13총선 알아야 할 10가지’ 지금 만나보시죠.


누리과정




누리과정(만 3~5살 무상보육) 예산 분담을 둘러싼 갈등으로 보육현장이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예산이 부족하니 지원해달라’는 교육청에게 중앙정부는 ‘돈을 내려보냈는데 왜 집행하지 않느냐’고 맞섭니다.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요?


선거 앞두고 ‘확대 누리과정’ 급조

‘누리과정’은 만 3~5살 영유아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무상으로 보낼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2011년 5월, “만 5살 유아부터 2012년 3월에 누리과정 무상교육을 시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처음에는 규모가 크지 않은 사업이었습니다. 대상 연령이 만 5살에 그쳤고, 소요 재원도 1조1388억원으로, 올해 필요한 누리과정 예산 4조원의 25% 정도였죠. 소득 하위 70% 이하는 이미 유치원 교육비를 지원받고 있었기 때문에 추가 부담이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19대 총선을 앞둔 2012년 1월, 누리과정을 만 3~5살로 확대하겠다고 전격 발표합니다. 기존의 ‘보편적 복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사실상 접고 ‘무상보육’을 2012년 총·대선의 선거 공약으로 삼은 거죠.

선거용으로 ‘졸속 확대 개편’된 누리과정은 수조원에 이르는 추가 재원을 필요로 했습니다. 정부의 해법은 간단했습니다. 2013~2014년에는 일부, 2015년에는 전액을 중앙정부에서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내국세의 20.27%)으로 충당하기로 한 것이죠. 교육교부금 분배율(교부율)을 높이자는 논의는 없었습니다. 당시 세금이 잘 걷혀 교육교부금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죠. 교육교부금을 써야 할 학생 수도 줄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측이 빗나가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정부는 교육교부금이 연평균 8.2%, 해마다 3조원 정도씩 증가해 2015년에 49조3954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교육교부금은 예상액보다 10조원이나 적은 39조4천억원에 그쳤습니다.

정부는 누리과정에 쓰일 돈도 적게 추산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2015년 누리과정 예산 소요액을 3조1000억원으로 잡았는데, 실제 소요된 예산은 이보다 8000억원이 많은 3조9000억원이었습니다. 시·도 교육감들은 2013년 예산안이 본격 검토되기 시작한 2012년 하순부터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10명의 전국시도교육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의 누리과정 공약에 대한 중앙정부의 책임과 보육·교육대란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10명의 전국시도교육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의 누리과정 공약에 대한 중앙정부의 책임과 보육·교육대란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교육재정 자연 증가” vs “당장 쓸 돈 없어”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의 주장을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정부는 올해 교육청 예산으로 누리과정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기획재정부와 교육부 등은 “올해(2016년) 지방교육교부금이 지난해보다 1조8000억원,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전입금이 1조원 이상 늘어날 예정인데, 정부가 누리과정용으로 줄 예비비 3000억원까지 합하면 3조원 가까이 세입이 증가한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시·도교육청은 이런 주장이 ‘오류’와 ‘억지’를 섞어놓은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2015년에는 2014년보다 교부금이 오히려 줄었기 때문에, 올해 예산이 2015년보다 늘어난다고 해봤자 평년 수준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인건비 상승액(1조2000억원)과 지방채 상환액(4000억원) 등을 감안하면 세입 증가 효과는 거의 없다는 거죠.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지자체 전입금은 2017년까지 순차적으로 들어오는데 내년 돈까지 당겨서 쓰면 내년엔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합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교직원들은 육아휴직이 많고 그에 따른 대체인력 수요 등을 예측하기 어려워 통상적으로 인건비를 넉넉히 잡아놓는다. 설사 인건비와 시설비 등 다른 예산을 아껴서 다 쏟아붓는다고 해도, 누리과정 예산(4조원)을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합니다.

정부는 출산율 저하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일반적인 씀씀이를 줄일 수 있어 교육재정에 여유가 생긴다고 얘기합니다. 초·중·고 학생 수가 2000년 795만명에서 지난해 615만명, 2020년엔 545만명으로 줄어들지만, 교육교부금(내국세의 20.27%)은 2000년 22조→2015년 39조→2020년 59조로 늘어난다는 것이죠. 학생은 줄고, 교부금은 늘어나니 남는 교부금을 누리과정에 투입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교육청과 교육전문가들은 학생수가 줄었다고 교육예산을 곧바로 줄일 수 없다고 반박합니다. 교육예산을 줄이려면 결국 교사를 줄여야 하는데, 그러면 감소 추세였던 학급당 학생수는 다시 늘어납니다. 아직 대도시에는 과밀학급이 적지 않습니다. 학교 통폐합 역시 쉽지 않습니다. 농어촌의 작은 학교를 폐교하면 당장 학생들의 통학거리가 늘어납니다. 신도시 개발 등으로 새로 만들어야 할 학교 수도 만만치 않죠.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재정축소 효과는 장기적으로 서서히 나타나는 반면, 누리과정 예산은 당장 매년 4조원씩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시간차’가 발생한다는 설명입니다.



싸우지 말고 해법 찾아야

중앙정부 재정 상황도 빠듯해 문제 해결은 더 어렵습니다. 국가채무는 645조2000억원으로 정부가 정한 한계선인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넘어설 예정입니다.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전체 복지 예산 증가율은 가파릅니다. 기획재정부 내부적으로는 누리과정에 국고지원을 늘려주면 지자체들의 다른 지원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고 ‘여기서 밀리면 안된다’고 보는 기류가 있다고 합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의 잘못된 세수예측이 가장 큰 원인인 만큼 정부에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그러나 ‘증세없는 복지’ 등 잘못된 정책 탓에 중앙정부 재정도 운신의 폭이 좁은 만큼, 지금이라도 증세 등 다각도의 방법을 모색해 전체 국가재정 규모를 늘려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1월 당선인 시절, 시·도 지사들을 만나 “보육사업처럼 전국 단위로 이뤄지는 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 지방의 부담을 덜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봅니다.


1월28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미금역 네거리에 누리과정 예산 사태에 대한 새누리당(윗쪽 펼침막)과 정의당의 펼침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성남/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1월28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미금역 네거리에 누리과정 예산 사태에 대한 새누리당(윗쪽 펼침막)과 정의당의 펼침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성남/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각당 입장은

누리과정에 대해 야3당 입장은 대동소이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100% 국가책임 보육(누리과정) 실천’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중앙정부가 누리과정 보육예산을 100% 담당하고 국공립어린이집을 30%까지 단계적으로 확충한다는 내용입니다. 국민의당도 “누리과정은 국가 책임으로 이행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비율도 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의당은 특별교부금을 줄이자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정의당은 “현재 1조4000억원이 넘는 교육부장관의 쌈짓돈인 특별교부금을 낮춰야 한다”며 “지방교육재정교부율을 1% 포인트 올리고, 특별교부금 배분 비율을 1% 포인트 내려 누리과정 재원 2조1천억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말합니다. 새누리당은 “교육감님! 정부에서 보내준 교육예산 41조 누리과정에 왜 안쓰시나요?”라는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지금 기조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이겠죠?

◎ 참고기사
박 당선인 “지방 취득세 감소분, 중앙정부가 보전” http://me2.do/G3bc5VnC
[왜냐면] 숫자로 밝히는 누리과정 예산의 진실 http://me2.do/F0bNkmhu
그래서 된다는 거야? 안 된다는 거야?…‘누리과정’ 쟁점 뜯어보니 http://me2.do/FQZtmU4S
여당, 4년전 총·대선앞 ‘누리과정’ 급조…재원은 ‘장밋빛 예측’ http://me2.do/FsuYPcuQ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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