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4·13총선 알아야 할 10가지_#10_야권 ‘폭망’ 디스토피아
2016년 4월13일 20대 총선이 치러집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입법권력의 지형을 결정하는 선거입니다. 내년 대선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끼칠 선거이기도 합니다.
정치BAR에서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당신이 알아야 할 10가지’를 정리했습니다. 투표를 꼭 해야 하는 이유로 말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정책적 이슈를 정리했습니다. 총선에서만 활용될 ‘1회성 공약’이 아닌, 총선 이후 대선까지 논쟁이 지속될 정책적 사안에 주목했습니다. 인권 보장과 복지 확충, 대북·외교 정책 등 국민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굵직한 논점들입니다.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독주에 속도가 붙을 수도, 제동이 걸릴 수도 있는 사안이기도 합니다. 총선 결과를 좌우할 정치적 변수도 짚었고 암울한 디스토피아도 상상해봤습니다. 정치BAR가 준비한 핸드북 ‘4·13총선 알아야 할 10가지’ 지금 만나보시죠.
‘4·13 총선 알아야 할 10가지’의 마지막 편은, 솔직히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생각만 해도 우울하거든요.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할 경우, 즉 야권이 ‘폭망’할 경우, 벌어질 암울한 미래를 미리 그려보는 작업이 즐거울 리 없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모든 안 좋은 일들, 사상 유례없는 청년실업률, 불평등, 안보 불안, 민주주의 실종 등이 아무런 변화없이 쭉 계속됩니다. 박근혜 정권이 연장되는 겁니다. 최악의 상황부터 얘기해볼까요? 새누리당이 200석을 차지하면 단독으로 개헌할 수 있습니다. 야권의 주요인사들이 “개헌저지선 확보를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유는, 새누리당 마음대로 헌법을 뜯어고칠 힘을 갖게 될 경우엔 극우보수의 영구집권 프로젝트에 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시나리오가 가능할까요? 현행 대통령제를 내각제로 바꾸거나, 대통령은 외치를 맡고 총리가 내치를 책임지는 이원집정부제로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을 할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을 한번 더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절대 다수당의 대표 자격으로 일본의 아베 신조나 영국의 데이비드 케머런처럼 총리가 되어 권력을 이어갈 수는 있지요. 실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00년부터 8년간 두 번의 대통령을 역임하고, 4년 동안 ‘실세 총리’를 한 뒤 다시 대통령이 됐습니다. 세 번 연임할 수 없다는 헌법을 피하기 위한 꼼수였는데, 그걸 보면서 박 대통령은 혹시 이런 생각하지 않을까요? ‘내가 푸틴보다 못한 게 뭐야, 국정원의 힘은 막강해졌고, 종편 포함해 언론은 다 장악했잖아? 게다가 내가 무슨 얘기를 해도 믿고 따라주는 막강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는데….’ 전혀 엉뚱한 얘기가 아닙니다. 정치권엔 박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연대설이 꽤 설득력있게 돌았습니다. 지난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일곱번을 만났느니 어쨌느니 하는 보도까지 있었잖아요. 반기문 대통령이 외치를 맡고, 박근혜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그렇게 박근혜 정권이 연장되는 시나리오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새누리당이 진박들 중심으로 200석을 확보한다면 말이지요. 또 박근혜 정부 들어 파탄 난 남북관계를 보면서 내년 대선이 없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중에 북한에 급변사태가 있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듯 보이기 때문입니다.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아니라 북한 정권과 ‘치킨게임’을 하듯이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남북간 긴장이 극도로 높아진 상태에서는 작은 ‘불꽃’도 큰불로 번질 수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비상사태가 선포될 경우, 예정된 정치 일정은 모두 미뤄지는 거지요. 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면서 통일이 되더라도 사상적으로 지배를 당할 수 있다는 박 대통령의 언급도 그런 우려를 부추겼습니다. 새누리당의 단독 개헌선 확보, 그런 심한 쏠림현상이 일어나지는 않을 거라고요? 이렇게 얘기해볼게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번 총선 목표는 107석입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목표는 교섭단체 구성(20석)이고요. 정의당도 국민의당 수준의 목표를 내걸고 있지만 두자릿수 의석을 차지하기가 벅차 보입니다. 야권의 ‘목표 ’ 총합이 150석이 안됩니다. 그런 야당들이 각자 후보를 내고 한 명의 새누리당 후보와 경쟁할 경우, 야권의 실제 ‘성적’은 100석 안팎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공공연히 말해온 총선 목표는 180석입니다. 이 경우에도 암울할 겁니다. 새누리당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얻은 40%대의 득표율로 50%대의 의석을 차지해 그 이상의 힘을 휘둘러왔습니다. 100%가 되지 못한 이유는, 다시 말해 새누리당이 처리하고 싶은 법안을 마음대로 하지 못한 이유는, 여야의 양보와 타협을 강제한 국회선진화법 덕분입니다. 국회 탓에 일 못하겠다는 박 대통령, 선진화법 탓에 과반 의석의 힘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새누리당은, 180석을 갖자마자 선진화법부터 뜯어고치려 할 것입니다. ‘정치꾼’ 덩어리가 아닌, ‘정치가’ 개개인을 보게 만들어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사라질 것입니다. 아주 편한 환경에서, 박 대통령의 ‘관심법안’인, 사이버테러방지법, 노동‘개혁’법, 경제‘활성화’법 등을 부드럽게 통과시키겠지요. 선진화법이 사라진 국회에서 그 정도 의석이면, 개헌 빼놓고는 못할 일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자신들의 영구집권에 방해되는 걸림돌을 하나씩 치워갈 겁니다. ‘4·13 총선 알아야 할 10가지’의 첫번째 이야기 ‘투표를 왜 해야 하는데’에서는, 한 표가 얼마만큼의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가를 중심으로 말씀드렸습니다. 어떤 이들에게 ‘야권폭망 디스토피아’는 경고와 협박으로,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합니다. 세상을 거꾸로 돌리고 있는 이 흐름을 지금 막지 못한다면, 변화의 계기를 이번 총선에서 마련하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권이 연장됩니다. 겉모습이 바뀌더라도 알맹이는 박근혜 정권일 겁니다. 그리고 그 끝은 한동안 보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김보협기자bhkim@hani.co.kr
◎ 정치BAR 페이스북 바로가기
◎ 정치BAR 텔레그램 바로가기
야권 ‘폭망’
디스토피아
‘4·13 총선 알아야 할 10가지’의 마지막 편은, 솔직히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생각만 해도 우울하거든요.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할 경우, 즉 야권이 ‘폭망’할 경우, 벌어질 암울한 미래를 미리 그려보는 작업이 즐거울 리 없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모든 안 좋은 일들, 사상 유례없는 청년실업률, 불평등, 안보 불안, 민주주의 실종 등이 아무런 변화없이 쭉 계속됩니다. 박근혜 정권이 연장되는 겁니다. 최악의 상황부터 얘기해볼까요? 새누리당이 200석을 차지하면 단독으로 개헌할 수 있습니다. 야권의 주요인사들이 “개헌저지선 확보를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유는, 새누리당 마음대로 헌법을 뜯어고칠 힘을 갖게 될 경우엔 극우보수의 영구집권 프로젝트에 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시나리오가 가능할까요? 현행 대통령제를 내각제로 바꾸거나, 대통령은 외치를 맡고 총리가 내치를 책임지는 이원집정부제로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을 할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을 한번 더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절대 다수당의 대표 자격으로 일본의 아베 신조나 영국의 데이비드 케머런처럼 총리가 되어 권력을 이어갈 수는 있지요. 실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00년부터 8년간 두 번의 대통령을 역임하고, 4년 동안 ‘실세 총리’를 한 뒤 다시 대통령이 됐습니다. 세 번 연임할 수 없다는 헌법을 피하기 위한 꼼수였는데, 그걸 보면서 박 대통령은 혹시 이런 생각하지 않을까요? ‘내가 푸틴보다 못한 게 뭐야, 국정원의 힘은 막강해졌고, 종편 포함해 언론은 다 장악했잖아? 게다가 내가 무슨 얘기를 해도 믿고 따라주는 막강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는데….’ 전혀 엉뚱한 얘기가 아닙니다. 정치권엔 박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연대설이 꽤 설득력있게 돌았습니다. 지난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일곱번을 만났느니 어쨌느니 하는 보도까지 있었잖아요. 반기문 대통령이 외치를 맡고, 박근혜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그렇게 박근혜 정권이 연장되는 시나리오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새누리당이 진박들 중심으로 200석을 확보한다면 말이지요. 또 박근혜 정부 들어 파탄 난 남북관계를 보면서 내년 대선이 없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중에 북한에 급변사태가 있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듯 보이기 때문입니다.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아니라 북한 정권과 ‘치킨게임’을 하듯이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남북간 긴장이 극도로 높아진 상태에서는 작은 ‘불꽃’도 큰불로 번질 수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비상사태가 선포될 경우, 예정된 정치 일정은 모두 미뤄지는 거지요. 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면서 통일이 되더라도 사상적으로 지배를 당할 수 있다는 박 대통령의 언급도 그런 우려를 부추겼습니다. 새누리당의 단독 개헌선 확보, 그런 심한 쏠림현상이 일어나지는 않을 거라고요? 이렇게 얘기해볼게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번 총선 목표는 107석입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목표는 교섭단체 구성(20석)이고요. 정의당도 국민의당 수준의 목표를 내걸고 있지만 두자릿수 의석을 차지하기가 벅차 보입니다. 야권의 ‘목표 ’ 총합이 150석이 안됩니다. 그런 야당들이 각자 후보를 내고 한 명의 새누리당 후보와 경쟁할 경우, 야권의 실제 ‘성적’은 100석 안팎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새누리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1월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야당 의원들이 회의에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공공연히 말해온 총선 목표는 180석입니다. 이 경우에도 암울할 겁니다. 새누리당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얻은 40%대의 득표율로 50%대의 의석을 차지해 그 이상의 힘을 휘둘러왔습니다. 100%가 되지 못한 이유는, 다시 말해 새누리당이 처리하고 싶은 법안을 마음대로 하지 못한 이유는, 여야의 양보와 타협을 강제한 국회선진화법 덕분입니다. 국회 탓에 일 못하겠다는 박 대통령, 선진화법 탓에 과반 의석의 힘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새누리당은, 180석을 갖자마자 선진화법부터 뜯어고치려 할 것입니다. ‘정치꾼’ 덩어리가 아닌, ‘정치가’ 개개인을 보게 만들어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사라질 것입니다. 아주 편한 환경에서, 박 대통령의 ‘관심법안’인, 사이버테러방지법, 노동‘개혁’법, 경제‘활성화’법 등을 부드럽게 통과시키겠지요. 선진화법이 사라진 국회에서 그 정도 의석이면, 개헌 빼놓고는 못할 일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자신들의 영구집권에 방해되는 걸림돌을 하나씩 치워갈 겁니다. ‘4·13 총선 알아야 할 10가지’의 첫번째 이야기 ‘투표를 왜 해야 하는데’에서는, 한 표가 얼마만큼의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가를 중심으로 말씀드렸습니다. 어떤 이들에게 ‘야권폭망 디스토피아’는 경고와 협박으로,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합니다. 세상을 거꾸로 돌리고 있는 이 흐름을 지금 막지 못한다면, 변화의 계기를 이번 총선에서 마련하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권이 연장됩니다. 겉모습이 바뀌더라도 알맹이는 박근혜 정권일 겁니다. 그리고 그 끝은 한동안 보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김보협기자bhkim@hani.co.kr
◎ 정치BAR 텔레그램 바로가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