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BAR

평소엔 ‘Mr. 모호’, 청와대엔 ‘강철수’

등록 2017-10-03 10:04수정 2017-10-03 10:57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9월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김동철 원내대표의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9월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김동철 원내대표의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정치BAR_ 이것만 알면 당신도 ‘정치밥상’ 차린다②
오랜만에 모이는 가족, 친척들과의 대화는 즐거우면서도 살짝 고민스럽습니다. 특히 ‘유난히’ 긴 올 추석연휴, 얼굴만 봐도 흐뭇한 시간은 곧 물러가고 대화 소재는 조금씩 바닥을 드러내겠죠. 괜히 “결혼 언제 하냐”, “취업은 왜 안되냐” 등 ‘가출 유발’ 질문을 하는 대신, 요즘 정치 돌아가는 얘기로 대화를 이끌어보면 어떨까요. <한겨레> 정치부가 준비한 ‘정치 밥상’ 메뉴로 추석 밥상의 ‘손석희’로 거듭나보세요.

9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는 청와대에서 안보 위기 관련 회동을 가졌습니다. 청와대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쪽에 날짜를 제안한 것은 9월25일이었습니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자 9월3일 먼저 나서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긴급 안보 대화’를 제안했던 이가 바로 안 대표였습니다. 참석 관련 ‘워딩’을 들으러, 25일 오전부터 기자들이 붙었습니다. 하지만 안 대표는 확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날 부산에 미리 다 약속한 일정이 있다”며 어렵다는 뉘앙스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저녁까지 기자들은 안 대표를 계속 따라다니며 ‘갈지 말지’에 대한 답을 요청했으나 끝까지 듣지 못했습니다. 하루종일 ‘밀당’을 하는 듯했습니다. 27일 점심으로 논의되던 회동 일정은 결국 안 대표의 부산 일정을 고려해 27일 저녁으로 정해졌습니다.

안 대표를 취재하다 보면 어떤 사안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아 답답할 때가 적잖습니다. 비단 기자들만 느끼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지난 5·9 대선 때 당 내부 사람들이 안 대표에 대해 자주 하던 평가 중 하나가 ‘결정장애’였습니다. 리더로서 최종 결정을 잘 안 내려준다는 것입니다. 8월27일 전당대회로 당에 복귀한 안 대표는 이후 청와대와 여당에 각을 세우는 “선명 야당”을 내세웠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센 발언을 계속 내놓는가 하면 술을 마시지 않는다던 전과 달리 화끈하게 ‘폭탄주’를 마시는 모습을 보이며 강한 이미지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안에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취재할 때 ‘재차’ 묻게 되는 경우가 적잖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월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4당 대표를 초청해 개최한 만찬 회동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나란히 앉아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9월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4당 대표를 초청해 개최한 만찬 회동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나란히 앉아있다. 연합뉴스
최근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 과정에서 의원들은 이에 대해 ‘폭발’했습니다. 안 대표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기준으로 삼자고 얘기하면서도, 그래서 김 원장이 적합하단 것인지 아닌지를 밝히진 않았습니다. 정동영 의원은 9월21일 의원총회에서 “‘독립성’ 언급이 반대로 해석되는데 맞냐”고 안 대표 면전에서 묻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역시 확답을 들을 순 없었습니다. 인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에도 의원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9월24일 유성엽 의원은 의원들 ‘바이버’ 방에 “안 대표가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고 또 얘기했습니다. 안 대표도 들어와 있는 방이었습니다. 그는 바이버에 곧 해명 글을 올렸습니다.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는 말에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는 게 주요 요지였습니다.

안 대표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옵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안 대표가 워낙 책임성이 강하기 때문에 발언에 신중한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를 거꾸로,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고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한 중진 의원은 “가결이 되든 부결이 되든 결국 결과에 책임지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라며 “리더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현역 의원도 아닌데 굳이 안 대표가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겠냐. 중진들의 무리한 요구 같다”(한 초선 의원) 등 반론도 존재합니다. ‘전략적 모호성’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논란은, 국민의당의 현 위치와 맞물려 이번 정기 국회에서 최고점을 찍을 것으로 보입니다. 40석 국민의당을 통해 안 대표는 캐스팅보터로서 존재감을 극대화하고 다당제를 안착시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성과를 제대로 보여줘야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당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당내 중론입니다. 개혁입법부터 경제정책까지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각종 현안에서 국민의당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안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예측불가입니다. 안 대표는 9월25일 정기국회에 대비한 당 정책위 회의를 주재하며 국민의당 정체성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진보도, 보수도, 좌도, 우도 아니라 국민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 일종의 중도 실용주의라는 것인데요. 그가 건건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또 이를 구체적으로 밝힐지에 따라 정기국회 흐름이 달라질 수 있는데, 예단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게다가 개혁적 호남 의원부터 보수적 비례대표까지 포진한 국민의당에서 그가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관건입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9월27일 오후 모교인 부산 부산고를 찾아 강연하기 전 후배들에게 두 손 하트를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9월27일 오후 모교인 부산 부산고를 찾아 강연하기 전 후배들에게 두 손 하트를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 대선에서도 안 대표는 이러한 스탠스를 취한 바 있는데요. 결과는 참패였습니다. 9월1일 공개된 국민의당 대선 평가 보고서는 안 대표의 모호성을 주요 실패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안 후보는 모호한 중도성, 대중성에만 집착했다”, “4차산업혁명 등 주요 정책들이 세부 정책이 부족하고 실체가 없어 모이는 등 모호했다”, “자강론은 당과 후보의 이념적, 정책적 스탠스를 모호하게 하면서 호남과 영남 모두로부터 외면받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175쪽 분량의 보고서엔 ‘모호’라는 표현이 15번이나 등장합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안 대표는 실패의 경험을 딛고 중도주의로 성공할 수 있을까요?

참고로 9월27일 안 대표가 모교 부산고에서 강연을 한 뒤 학생과 주고 받은 질의응답을 덧붙입니다. 청와대 회동이 점심이 아닌 저녁으로 잡힌 사유가 됐던, 바로 그 일정이었습니다. 안 대표는 부산고에서 4차산업혁명에 대해 강연했으나, 첫 질문으로 이와 무관한 내용이 등장했습니다. 까마득한 후배의 예상치 못한 ‘돌직구’ 질문이었습니다.

학생 : 김명수 후보자에 찬반 논란이 있지 않았냐. …오히려 말하지 않아서 더 어려워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냐.

안철수 대표 : 아니.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저는 지금도 제 판단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래서 오히려 여러가지 논란이 없는 것이다.

학생 : …‘안철수는 정치적 신념 없다’ 등 말이 많다. 오히려 입장을 밝혔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안철수 대표 : 그게 이제 인터넷에서 비난을 위한 비난들이다. 거기에 현혹되면 안된다. 자기가 판단을 가지고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것들 아니겠냐.

안 대표는 “또 한 분만 더 받겠다”며 발언 기회를 다른 학생에게 넘겼습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이진숙, 이틀 근무에 2700만원?…직무 정지에도 정상 지급 1.

이진숙, 이틀 근무에 2700만원?…직무 정지에도 정상 지급

김 여사, 필리핀 영부인과 미술관 방문…국내선 ‘김건희 국감’ 2.

김 여사, 필리핀 영부인과 미술관 방문…국내선 ‘김건희 국감’

[단독] ‘자생병원’, 대통령실 특혜 의혹…이원모 장인 ‘특허 약재’로 건보 수익 3.

[단독] ‘자생병원’, 대통령실 특혜 의혹…이원모 장인 ‘특허 약재’로 건보 수익

국힘 “‘음주운전=살인’ 문 전 대통령, 문다혜가 예외 돼야 하나” 4.

국힘 “‘음주운전=살인’ 문 전 대통령, 문다혜가 예외 돼야 하나”

‘친한계’ 결집 나선 한동훈, 윤 대통령과 싸움 이길까 [공덕포차 2호점] 5.

‘친한계’ 결집 나선 한동훈, 윤 대통령과 싸움 이길까 [공덕포차 2호점]

대통령실 다음으로 신뢰도 ‘바닥’ 방통위…이진숙 “제가 탄핵당해서…” 6.

대통령실 다음으로 신뢰도 ‘바닥’ 방통위…이진숙 “제가 탄핵당해서…”

재보궐 D-9, 여야 모두 텃밭이 흔들린다…부산·영광 초박빙 7.

재보궐 D-9, 여야 모두 텃밭이 흔들린다…부산·영광 초박빙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