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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 개헌하면 YS-DJ 따로 나와 승리…전·노 설득했다”

등록 2017-12-21 15:57수정 2017-12-21 17:01

정치BAR_김남일의 시렁시렁
고 이만섭 전 국회의장, 1987년 6·29 선언 닷새 전
6월24일 하루 ‘전두환-노태우’ 릴레이 회동 내막
국회도서관 이 전 의장 2주기 맞춰 구술총서 펴내
이만선 접 국회의장 구술총서 표지. 국회도서관 제공
이만선 접 국회의장 구술총서 표지. 국회도서관 제공

21일 오후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는 30년 만에 만들어진 국회 개헌특위 연장 여부를 논의했지만,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청와대-국회의장-더불어민주당 개헌 각본이 있다”고 주장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10분만에 끝났다. 마침 국회도서관(관장 허용범)은 ‘국회의장단 구술총서’ 세 번째로 <대한민국 국회를 말하다:이만섭>을 펴냈다. 꼿꼿한 언론인으로 의회주의자의 길을 걸었던 고 이만섭 전 국회의장(2015년 12월14일 작고)의 구술록을 이 전 의장 2주기에 맞춰 출간한 것이다. 이번 구술총서는 2013~2014년 4차례(10시간) 구술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책에는 1986년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구성과 이후 개헌 협상 과정에서 이 전 의장이 당시 전두환 대통령, 노태우 민정당 대표 등과 막후에서 협상했던 내용이 담겨 있다.

‘필사즉생, 필생즉사’. 이 전 의장은 생전 구술을 통해 4·13 호헌 조치가 나온 뒤인 1987년 6월20일 국회에서 노태우 민정당 대표를 만났을 때 메모지에 볼펜으로 이 말을 적어줬다고 했다. 당시 5선의 이 전 의장은 야당인 한국국민당 총재였다.

“그걸 적은 종이를 주면서 당당하게 직선제 하라고, 그 길밖에 없지 않냐고 말했어요. 지금 장충체육관에서 박수 쳐서 당신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취임도 못하고, 물론 임기도 못 채울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어요. 그러자 노태우 대표가 나한테 전두환 대통령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지 부탁을 해왔어요. 그래서 내가 만나서 이야기를 할 테니 당신이 전두환 대통령한테 이야기를 해서 서로 만나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1987년 6월24일 오후 2시에 전두환 대통령을 만나뵈었습니다.”

6·29 선언 닷새 전, 이 전 의장은 청와대에서 전두환 대통령을 만났다. 그날 오전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 이민우 신민당 총재가 전 대통령을 먼저 만났다.

“아침에 김영삼 총재하고 이민우 총재른 뭐라고 그랬습니까 물었더니 (전 대통령이) ‘두 분 다 선택적 국민투표를 하자 그럽디다’라고 해서, 내가 전 대통령께 ‘선택적 국민투표를 하자는 것은 지금 민정당이 말하는 내각책임제, 그리고 대통령 직선제 이 두 가지를 놓고 투표하자는 건데, 투표에 부치면 여당이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도 대통령 직선제를 찬성하는 표가 90% 이상 나오게 돼 있습니다. 만일 대통령 직선제를 찬성하는 표가 90% 이상 나오면 민정당에서는 대통령 후보도 내지를 못합니다. 그러니까 차라리 시간도 절약하고 떳떳하게 직선제 받는게 낫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이 전 의장은 와이에스(YS)-디제이(DJ) 분열을 거론하며 설득에 나섰다고 회고했다.

“내가 ‘지금 민심으로 봐서는 김영삼 총재나 (평민당) 김대중 총재가 합의해서 단일 후보로 나오면 그때는 여당이 지게 돼 있지만, 두 사람이 따로따로 나오면 이길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 유도하고 설득했습니다. 직선제를 당당하게 받고, 두 사람이 모두 나오면 이길 가능성이 있는데, 왜 그렇게 안 하려 하냐고 했더니 가만 듣고 있더라고요. 내가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내가 그 두 분을 누구보다 잘 아는데, 두 분이 합치기는 힘들 겁니다. 둘이 합치기는 힘들 테니까 한번 해보십시오. 내가 볼 때는 나눠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전두환 대통령이 가만 생각해보니까 내 말이 맞거든요. 전 대통령이 나한테 ‘노태우 대표에게 한 번 더 이야기를 해줄 수 없느냐, 노태우 대표를 설득해 줄 수 없느냐’고 하시기에, ‘그럼 오늘 저녁에라도 만나겠다고 했어요.”

이 전 의장은 그날 또 노태우 대표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만났다고 했다.

“‘내가 보면 둘이 나눠지게 돼 있는데, 뭘 그렇게 우물쭈물하느냐’ 이야기했더니 고민을 하더라고요. 이후에 전두환 대통령이 직선제를 하자고 해서 노태우 대표가 동의를 했는데, 실질적으로 전두환 대통령이 수락을 했지만, 발표는 노태우 대표가 한 거죠. 그게 6·29 선언이에요. 그렇게 해서 직선제를 하게 됐는데, 결국은 김대중, 김영삼 두 사람이 나눠졌단 말입니다. 나눠지면 안 된다고 모두 걱정을 했지만, 결국은 두 사람이 나눠져서1987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 대표가 당선되었어요.”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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