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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원장, ‘문고리 권력’ 언제까지

등록 2018-07-14 10:35수정 2018-07-14 12:04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평화와 정의 의원모임 장병완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회동에서 20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에 합의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2hani.co.kr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평화와 정의 의원모임 장병완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회동에서 20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에 합의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2hani.co.kr

지난 10일 여야는 20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 협상을 마쳤습니다. 협상 막판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서로 가져가겠다며 싸웠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법사위원장이 대체 뭐길래?

안녕하세요. 정치부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담당하고 있는 김태규 기자입니다. 오늘은 이번 원구성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법사위원장에 대해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국회의원이나 행정부가 법률안을 발의하면 국회에서는 관련 상임위에서 심사를 하게 됩니다.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률이 국회 본회의에 가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 법사위입니다. 법사위에서는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률안이 헌법에 위배되거나 다른 법률과 충돌하는 부분이 없는지 등을 살핍니다. 일명 ‘체계자구 심사’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법률안의 본질적인 내용을 문제삼으며 제동을 거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9월 국회 국토교통위는 공공택지에 건설되는 주택의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12개에서 61개로 확대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나 법사위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 법안이 헌법의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9월27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벌어진 논쟁을 보면 ‘법사위 개혁’의 논점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주택법 개정안이)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 또 기업활동 자유의 원칙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서 좀 더 논의를 해 봐야 될 것 같고요.”(자유한국당 김진태)

“법사위가 자꾸 체계자구의 범위를 넘어서서 본질적인 문제까지 계속 들어가게 되면 법사위 권한의 범위를 넘어서는, 그래서 사실상 법사위가 상원이냐 그런 얘기를 계속 듣게 되는 겁니다.”(민주당 조응천)

“해당 상임위에서 판단을 거쳐서 법사위에 온 것을 다시 법사위가 동일한 내용으로, 법사위의 권한 밖에 있는 내용을 가지고 또 다시 심사를 하게 된다면 해당 상임위의 기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 된다고 생각합니다.”(민주당 박주민)

“각자 위원님들이 양식에 맞춰서 헌법상의 과잉금지 원칙이나 비례의 원칙이나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되면 그것을 주장하실 수 있는 겁니다. 지금까지 법사위가 그렇게 운영돼 왔어요.”(자유한국당 권성동 위원장)

결국 이 문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법사위 산하 법안심사소위로 넘겨졌고 1년이 다 되도록 ‘봉인’돼 있습니다. 법사위 힘, 참 셉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다며 모든 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곳”(한 국회의원)이 바로 법사위입니다.

법사위의 권한이 강한 만큼 법사위의 의사진행과 안건상정 등 운영 권한을 갖고 있는 법사위원장은 중요한 자리입니다. 법사위원장의 권능은 2012년 5월 이른바 국회선진화법(국회법)이 통과된 뒤 더욱 막강해졌습니다. 이전 국회법에서는 국회의장이 마음만 먹으면 소관 상임위와 법사위를 건너뛰고 법안을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할 수 있었지만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에는 ‘법사위를 우회’하는 직권상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이때부터 법사위원장은 국회 입법 과정에서 더욱 확실한 ‘문고리 권력’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16대 국회 때까지 법사위원장은 항상 원내 1당 몫이었습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 계열(열린우리당)이 과반 1당을 차지했던 2004년 17대 국회 개원 때 열린우리당은 당연히 법사위원장을 차지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국회 개원 협상에서 법사위원장을 꼭 맡아야겠다고 버티던 한나라당의 요구를 덜컥 들어줬습니다. 그때부터 국회의장은 여당이,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맡는 ‘관행’이 시작된 겁니다.

여당인 민주당이 이번 원구성 협상에서 “법사위원장을 맡겠다”고 주장한 것은 협상용 카드 성격이 강했습니다. 법사위원장 이슈를 부각시켜 ‘법사위 갑질’에 철퇴를 가하고자 한 의도였을 겁니다. 민주당은 원구성 협상 합의문에 ‘체계자구 심사의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법사위가 100일 이상 붙잡아두고 있는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 안에 반드시 처리하자’는 내용을 집어넣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최종 합의문에는 “법사위 등의 효율적인 활동에 관한 제도개선” 정도로만 언급됐습니다. 자유한국당의 ‘침대축구 실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갑질하는 법사위’ 개혁이 이번에도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입니다.

정치에디터석 정치팀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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