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BAR

친박과 비박 사이…‘초점’ 잃은 김병준

등록 2018-11-01 16:02수정 2018-11-01 20:44

정치BAR_이경미의 여의도죽비

친박계, 복당파 비판…탄핵 책임론 또 다시 수면 위로
김병준, “언젠가 정리할 문제”라며 정면대응 미뤄
친박-비박 사이에서 “보수 통합”, “가치 정립” 반복하다
리더십 위기 상황 자초하자 “시험하려 들지 말라” 발끈
스스로 강조한 “진짜 중요한 것” 보여줄 때
김병준.(그래픽_장은영)
김병준.(그래픽_장은영)
“단호히 이야기한다. 비상대책위원장을 시험하려고 들지 말라.”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발끈했다. 1일 아침 비대위 회의에서 지도부 역할에 대한 당내 비판에 경고한 것이다. 평소 이런저런 불만 표출에도 비교적 무던하게 넘어가던 그가 이번엔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비대위에 대한 근거 없는 비판은 그냥 덮고 지나갈 수 없다”며 강경하게 대응하는 건 그 스스로 리더십에 위기의식을 느낀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시험하지 말라”는 그의 말처럼 취임 100일을 넘긴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리더십은 시험대에 올라 있다. 전날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홍문종 의원이 복당파를 향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책임론을 꺼냈다. 그는 “탄핵에 앞장서고 당에 침을 뱉으며 저주하고 나간 사람들이 한마디 반성도 하지 않고 돌아와 개선장군처럼 당을 좌지우지하면 당과 보수의 미래가 없다”며 “박 전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해서 탄핵을 받았나. 탄핵백서를 만들어달라”고도 했다. 탄핵 2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홍 의원의 발언은 느닷없어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자유한국당의 근원적 갈등이 표출된 것이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전날 홍 의원의 작심 발언에 김 위원장은 “결국은 언제 이야기되어도 되어야 하는데 시점, 방법의 문제다. 그런 토론과 논의가 당의 통합성을 깨쳐선 안 된다”며 통합을 강조했다. 회의 뒤 기자들의 ‘탄핵 입장 정리’ 질문에 “탄핵은 언젠가는 우리가 정리하고 가야 할 부분이지만 지금이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애매한’ 화법은 김 위원장의 일관된 스타일이다. 6·13 지방선거 패배 뒤 취임한 김 위원장은 취임 초기 ‘통합’과 ‘보수 가치 재정립’을 강조하면서 당내 민감한 부분은 정면 돌파하려 하지 않았다. 인적청산 요구에는 “새 가치와 비전을 먼저 세워야 한다”며 비대위 밑에 ‘가치와 좌표 재정립 소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공을 들였다. 또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면서 ‘국가주의’도 꺼냈다. 그것은 이른바 ‘담론정치’ 형태로 포장됐다. 하지만 학자의 이론이나 논리가 정치에 언제까지나 먹혀들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그는 ‘마이크론’도 꺼냈다. 지난 8월 일부 기자들과 오찬 자리에서 “내게 필요한 건 권력이 아니라 마이크다. 비대위원장도 마이크가 있으니 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 현안보다는 “진짜 중요한 것”, “진짜 이야기돼야 할 것” 등을 입에 달고 있다.

김 위원장의 당내 입지를 보면 그럴 만도 하다. 자유한국당은 친박-비박 가릴 것 없이 여러 비대위원장 후보 가운데 김 위원장을 선택했다. 그는 2년 전 탄핵 위기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제안한 책임 총리를 받아들인 인물이다. 기본적으로 ‘친박의 선택’을 받았다는 뜻이다. 반면 당내 지도부를 구성한 핵심 세력은 비박계(복당파)다. 그 사이에서 김 위원장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이끌고 왔지만, 그런 어정쩡한 스타일이 오래 갈 수는 없다.

이제는 당에서도 ‘김병준의 리더십’을 보여달라는 요구가 표면화하고 있다. 홍문종 의원의 발언이 그 신호탄이다. 정우택 의원은 대놓고 “비대위는 한시적 기구다. 당 지지율이 안 오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로운 구심점이 필요하다”며 빨리 새 당대표를 뽑자고 했다. 당 안팎의 시선은 더 김 위원장을 향하고 있다.

“탄핵은 언젠가는 우리가 정리하고 가야 할 부분이지만 지금이 아니다”라는 그의 발언은 위기의 자유한국당에 소방수를 자임하고 들어온 ‘정치인’으로서 한계를 드러낸다. 핵심당원들이 당면한 죽고 사는 문제 앞에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중요한 것”일까? 지금까지는 당내 갈등을 수면 아래로 끌어내리고 아슬아슬하게 버텨온 김 위원장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언제쯤 드러낼 수 있을까.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탄핵 전후 한결같은 ‘윤석열 머리’…“스타일리스트가 했다” 6.

탄핵 전후 한결같은 ‘윤석열 머리’…“스타일리스트가 했다”

[영상] 김민석 “국힘, 100일 안에 윤석열 부정하고 간판 바꿔 달 것” 7.

[영상] 김민석 “국힘, 100일 안에 윤석열 부정하고 간판 바꿔 달 것”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