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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은 시대정신…윤석열 총장이 되돌릴 수 없다

등록 2020-12-20 21:12수정 2020-12-29 08:59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2017년 대선 민주당 ‘권력기관 개혁’ 공약 눈길
“수사권-기소권 분리해 검찰과 경찰 견제와 균형”
“검찰은 기소·공소유지 위한 2차적·보충적 수사권”
홍준표·안철수·유승민·심상정도 “고강도 검찰개혁”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을 받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법원이 오는 22일 심문을 거쳐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한다. 법원이 집행정지를 받아들이면 윤석열 총장은 곧바로 복귀한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직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될 것이다. 윤석열 총장이 스스로 검찰총장직을 사퇴할 가능성이 있을까? 그는 징계위원회 발표 직후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선언했다. 자신이 물러나면 검찰이 정치권력에 굴복하는 것이 되고, 앞으로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런데 윤석열 총장이 한가지 착각하는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이 끝까지 버텨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이다.

윤석열 총장 거취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윤석열 총장 징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둘러싼 진통은 우연히 시기가 겹쳤을 뿐, 두 사안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출범에 이어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는 내용의 ‘2단계 검찰개혁’ 방안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검찰개혁의 초점을 ‘사람’이 아니라 ‘제도’에 맞추고 있는 것이다.

윤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복귀하든 복귀하지 못하든, 검찰총장직을 사퇴하든 사퇴하지 않든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은 예정된 수순에 따라 차근차근 진행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해 검찰의 권력 눈치 보기 수사를 차단”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검찰과 경찰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검찰은 원칙적으로 기소권과 함께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한 2차적·보충적 수사권을 보유”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검찰이 1차 수사권, 직접 수사권을 갖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다른 후보들도 한결같이 고강도 검찰개혁을 공약했다. 홍준표 후보는 “검찰과 경찰을 동등한 수사기관으로 인정하고 상호 감시를 체계화”하겠다고 했다. “정치검찰 척결 및 개헌을 통한 경찰에 영장청구권 부여”를 약속했다. “특별감찰관 권한 강화로 대통령 주변 비리 원천 차단”을 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약속했다. “검찰의 자의적인 기소권 행사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유승민 후보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여, 수사는 제3의 기관인 수사청이 담당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심상정 후보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약속했다.

다섯 사람의 목소리가 일치한 것은 검찰개혁이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이 시대정신이 된 것은 검찰의 ‘흑역사’ 때문이다. 독재와 권위주의 정권 시절 공안부 검사들은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나 경찰이 피의자에게 가혹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눈감아줬다. 특수부 검사들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나 사직동팀에서 내려오는 ‘하명 수사’를 하면서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검찰은 오히려 정권에 잘 보이려고 온갖 궂은일을 마다치 않았다. 민생경제 침해 사범이라는 명목으로 물가 단속을 했다. 라면에 공업용 쇠기름을 썼다고 주장하며 라면 회사 사장들을 무더기로 구속했다. ‘자녀 안심하고 학교 보내기 운동’을 명분으로 미성년자를 고용한 유흥업소를 단속했다. 검찰은 정권의 충직한 하수인이었다. “우리는 개다. 물라면 문다”라고 한탄하는 검사들도 있었다.

1997년 12월 정권교체가 되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대통령 임기는 5년이었지만, 검찰 권력은 임기가 따로 없었다. 검찰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과거 정권 비리 수사’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번갈아 내세우며 무소불위의 기득권을 고스란히 유지하는 신공을 발휘했다.

시간이 갈수록 서서히 검찰 권력이 정치권력의 우위에 서기 시작했다. 바로 지금이 그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상은 하산길의 시작이기도 하다.

2022년 3월9일 대선에 출마하는 야당 후보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폐지하고 검경 수사권을 과거로 되돌리겠다고 공약할 수 있을까? 하지 못할 것이다. 검찰개혁은 이제 막 시작됐고 누구도 그 방향을 거꾸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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