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화상을 이용한 비대면 정책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재명 캠프 제공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상승세로 민주당 대선 경선 판도가 요동치자, 이재명 경기지사 쪽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경선 초기 ‘어후명’(어차피 후보는 이재명)이라던 대세론이 흔들리게 된 배경에는 토론 과정에서 보인 이 지사의 실책은 물론, 중도층 지지 이탈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하락세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이재명 캠프 쪽의 말을 종합하면, 이 지사 쪽은 민주당으로 귀환한 중도층이 이 전 대표 쪽으로 넘어갔다고 보고 있다. 리얼미터가 <와이티엔>(YTN) 의뢰로 지난 12~16일 실시한 주간 정당 지지도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포인트)를 보면, 민주당의 지지도는 1주일 전과 비교해 3.8%포인트 높아진 36.7%를 기록하며 최근 10개월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4.6%포인트가 오른 중도층의 지지(33.8%)가 컸다. 반면 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는 전주보다 2.2%포인트 빠진 38.4%였다. 이 지사 쪽 관계자는 “민주당의 늘어난 지지층의 70%는 이 전 대표 쪽으로 간 거 같다. 우리가 예비경선 과정에서 이들을 우리 쪽으로 끌고 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재명(23.8%)-윤석열(22%)-이낙연(20.1%) 3강 구도를 형성한 지난 17~18일 리얼미터 조사(<제이티비시> 의뢰, 신뢰수준 95%·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는 2주 전과 비교해 중도·보수층의 이동이 눈에 띄었다. 중도층에서 이 전 대표의 지지도는 18%로 직전 조사(11.6%)에 비해 6.4%포인트 올랐고, 윤 전 총장의 지지도는 22.6%로 10.6%포인트가 빠졌다. 보수층에선 진폭이 더 크다. 윤 전 총장 지지도가 56.5%에서 40%로 내려앉았고 이 전 대표는 7.7%에서 16%로 두배 이상 오른 것이다. 김봉신 리얼미터 수석부장은 <한겨레>에 “이 지사의 역사관 발언 등을 감안할 때 보수층은 이 지사가 이 전 대표보다 더 왼쪽에 있다고 판단한다. 그런 점 때문에 (보수층의 지지가) 이 전 대표에게 가는 흐름인 거 같다”고 말했다.
야권 유력주자인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세가 이 지사 쪽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애초 이 지사가 윤 전 총장의 ‘대항마’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윤 전 총장이 흔들리면서 ‘꼭 이 지사가 아니어도 이길 수 있다’는 인식이 민주당 지지자들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본선 경쟁력 때문에 이 지사에게 힘을 실어줬는데 윤 전 총장이 가상 양자대결에서 경쟁력이 약해지니까 ‘다른 후보도 될 수 있다’는 흐름이 있는 것”이라며 “호남과 친문재인 지지층이 본선 경쟁력과 함께 누가 더 문재인 대통령과 밀접한지 정치전략적 판단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캠프 내부에선 ‘바지 발언’ 등 민주당 예비경선 과정에서 보인 이 지사의 실책을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또 현안에 대해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과감한 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지 못했다는 반성도 나온다. 이 지사 쪽은 검증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기본소득·기본주택, 부동산 정책, 금융제도 개혁 등 핵심 공약을 차례로 발표하며 지지율 반등을 노린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공약을 시리즈로 낼 생각이다. 당장 이번주에 기본소득에 대해 분명한 의지와 준비된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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