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카페 ‘누구나’에서 열린 청년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구속과 관련해 “관리책임은 당시 시장인 제게 있는 것이 맞다”며 “개발이익을 완전히 환수하지 못한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지사는 여전히 “제가 사과할 일이 아니라 칭찬받아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본선을 대비해 도의적 책임을 우선 인정하면서도, 대장동 특혜 개발 사건의 책임 범위를 ‘관리 미흡’으로 한정하고 개발이익 환수제 도입을 강조하며 정면 돌파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서울 공약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제가 지휘하던 직원이, 제가 소관하는 사무에 대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성남시 공무원과 산하기관 소속 임직원의 관리책임은 당시 시장인 제게 있는 게 맞다. 살피고 또 살폈으나 그래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이익의 민간 독식을 막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다”며 “제도적 한계와 국민의힘의 방해로 개발이익을 완전히 환수하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상심을 빚은 점을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지사는 유 전 본부장 비리 의혹을 ‘개인적 일탈’로 규정하며, 사과하거나 후보·도지사 직에서 사퇴할 뜻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휘하 직원의 개인적 일탈로 사퇴한다면 대한민국 모든 공직자가 다 사퇴해야 한다. 한국전력 직원이 뇌물을 받고 부정행위를 하면 대통령이 사퇴하나”라고 되물으며 “관리책임을 도덕적으로 진다는 것이지, 직원 한명의 부정행위로 사퇴하라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이 지사는 “제가 대통령이 되면 개발이익 국민환수제를 철저히 도입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특혜 분양 의혹이 불거졌던 부산 엘시티 사건을 거론하며 “(사업 부지가) 부산도시공사 땅이었다”며 “민간에 팔아서 구청이 허가해주고 개발해서 1조 넘는 거 나눠 먹느라 온 정치인 다 걸렸다. 그거 조사하면 아마 천지개벽하는 일이 벌어질 거다. 저에게 권한이 생기면 반드시 재조사해서 전부 감옥에 보낼 생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사의 이런 행보는 전날 발표된 2차 선거인단 투표에서까지 과반 득표를 하며 생겨난 자신감이 바탕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과거 측근’으로 지목된 유동규 전 본부장이 대장동 특혜 개발 과정에 깊숙이 개입된 사실이 드러나고 있지만, 그의 뇌물·배임 혐의와 이 지사 사이에 아직 뚜렷한 연결고리는 없고, 민주당 지지층은 되레 ‘1등 후보를 지켜야 한다’며 결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이 지사는 ‘대장동 사업 설계 때부터 비리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지 않으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는 최선을 다했고 관할하는 직원이 5000명에 가깝다. 완벽하게 책임을 다하지 못한 역부족은 인정하지만, 초기부터 오염됐는지는 수사 중이니까 드러나는 진상을 보고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토건 비리를 알았으면 공범, 몰랐으면 무능’이라는 야권의 공세에 방어막을 치고, 본선을 겨냥해 도의적 책임만 제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재명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더 진척되더라도 이 지사와 화천대유 사이에 연결되는 것은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남은 경선 레이스도 안정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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