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1년 연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당정 협의를 통해 가상자산 내년 과세 방침을 확정했으나, 이를 뒤집은 것은 대선을 앞두고 2030 표심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실효성에 대한 문제를 포함해 (가상자산 과세를) 연기하는 방향으로 당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당정 또는 상임위(정무위원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추진 방향에 대해 밝히고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준비도 되지 않은 성급한 과세 추진은 납세자의 조세 저항만 불러일으킬 뿐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며 “납세자가 응당 누려야 할 보호장치는 마련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무리한 과세를 추진하려는 과세당국은 당장 고집을 멈추고 경청하는 자세부터 갖추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올해 안에 법을 만들고 내년에 준비해 2023년부터 과세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애초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양도차익으로 번 소득을 ‘기타 소득’으로 분류해 250만원 이상 소득에 대해 세율 20%를 부과하는 소득세법을 시행할 예정이었다. 민주당은 가상자산 티에프(TF)를 통해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는 방안을 논의하다가 지난 9월 고위당정청회의에서 과세 시기를 미루지 않기로 최종 의견을 모았지만, 다시 과세 유예를 주장하며 공식적으로 제동을 건 것이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가상자산을 ‘기타 소득’이 아닌 ‘금융 소득’으로 분류하는 내용의 ‘가산자산업법’을 제정해 연내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시행 시기는 2023년 이후가 될 예정이다. 유동수 민주당 가상자산티에프 단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내년부터 과세하는 것으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통과시켰는데 가상자산을 정확히 규정하지 않아 가상자산업법을 새롭게 정무위에서 제정하려 한다”며 “현재 발의되어있는 가상자산업 관련 법안을 모두 병합해 심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과세할만한 현실적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연기하자는 것”이라면서도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거나 기존 세율을 인상할 경우 선거에 도움이 안 돼 정치인들이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가상자산 유예 방침에 대해 집권여당이 선거 유불리를 따지며 정책 일관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다른 자산도 이미 과세를 하고 있는데 가상자산에만 과세를 안 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누가 봐도 선거를 앞두고 과세 유예 주장을 하는 것인데 정책의 신뢰성을 위해서도 유예는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과세당국은 여당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정부는 원칙대로 (정해진 계획에 따라 과세)한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윤영 이정훈 송채경화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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