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회창, 세대 투표 첫 출현
박근혜-문재인, ‘고연령층’의 승리
내년 대선은 2030이 ‘캐스팅 보트’
젊은 유권자가 승부 향방 가를 듯
박근혜-문재인, ‘고연령층’의 승리
내년 대선은 2030이 ‘캐스팅 보트’
젊은 유권자가 승부 향방 가를 듯
[한겨레S]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405
세대 투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지역에 따라 지지하는 후보가 크게 엇갈리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지역 투표였습니다. 1987년 대선, 1992년 대선, 1997년 대선이 그랬습니다. 유권자들은 ‘우리 지역 출신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줬습니다.
인구가 적은 호남은 늘 불리했습니다. 1987년, 1992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1997년 김대중-김종필 디제이피 연대가 이뤄졌습니다. 디제이피 연대는 지역연합이었습니다. 호남과 충청이 손잡고 영남을 이겼습니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 연령대에 따라 지지 후보가 엇갈리는 현상이 처음 나타났습니다. 세대 투표였습니다. 세대가 지역을 압도했습니다. 방송사 출구조사에 나타난 유권자 연령대별 후보 득표율은 이랬습니다.
거칠게 표현하면 젊은 사람들은 대개 노무현 후보를 찍고, 나이 든 사람들은 대개 이회창 후보를 찍었습니다. 노무현 후보 당선이 확정된 다음날 시내 식당에서는 젊은 사람들의 선거 무용담과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나이 든 사람들은 조용히 밥을 먹었습니다.
그 뒤 10년이 지났습니다. 20대는 30대가 됐고, 30대는 40대가 됐습니다.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도 세대 투표가 이뤄졌습니다. 성적표는 이렇게 나왔습니다. 역시 방송사 출구조사입니다.
문재인 후보는 20대부터 40대까지 이겼습니다. 그러나 50대와 60대에서 워낙 크게 졌습니다. 선거 다음날 시내 식당에서 젊은 사람들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식식거렸습니다. 나이 든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밥을 먹었습니다.
내년 3월9일 대선은 2012년으로부터 다시 10년이 지나서 치러지는 선거입니다. 2002년 20대는 2022년 40대, 2002년 30대는 2022년 50대가 됩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세대 투표 현상이 나타날까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20~30대 유권자들의 표심이 유동적입니다.
4년 전인 2017년 대선에서 20~30대는 문재인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분노했기 때문입니다.
7개월 전인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30대는 오세훈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과 아파트값 폭등에 분노했기 때문입니다.
여야 유력 대선 후보가 정해진 지금 20~30대 표심은 어떨까요? 여론조사 수치로 짐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11월11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에서 대선후보 지지도는 윤석열 39%, 이재명 32%, 심상정 5%, 안철수 5%였습니다. 태도 유보는 17%였습니다.
응답자 연령대별 후보 지지도는 이렇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30대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지지도가 현저히 낮습니다. 왜 그럴까요?
지지 후보가 없다고 답변했거나 아예 응답하지 않은 ‘태도 유보’ 비율이 높기 때문입니다. 20대는 31%, 30대는 26%가 태도 유보입니다. 20대에서 심상정 후보 지지가 13%로 높게 나온 것도 눈에 띕니다. 20~30대의 표심은 유동적이라는 의미입니다.
연령대별 후보 지지도를 들여다보면 자연스럽게 몇가지 궁금증이 떠오릅니다.
첫째, 60대와 70살 이상 고연령층은 왜 윤석열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것일까요?
별로 어렵지 않은 질문입니다.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입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홍준표 의원이었어도 압도적으로 지지했을 것입니다.
둘째, 40대는 왜 이재명 후보를 더 많이 지지할까요?
답변이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40대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연령층입니다. 왜 그럴까요?
더불어민주당 의원조차 “심층조사를 해봐도 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고백한 일이 있습니다. 당사자인 40대들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20년 전 처음 투표권을 행사할 때 노무현 대통령을 찍었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사실상 타살당하는 모습을 봤다. ‘지못미’(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정서가 강하게 형성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집단 의무감 같은 것이 있다. 보수 야당은 기득권 세력이다. 정권이 넘어가면 안 된다.”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셋째, 20~30대는 왜 어느 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지 않을까요?
20~30대는 40대와 다른 사람들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민주당에 대한 부채 의식이 없습니다. 보수 야당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도 기득권 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86세대를 ‘꼰대’라고 생각합니다.
자, 여기서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세대란 무엇일까요?
세대는 계급입니다.
먼저 일반론입니다. 나이가 들면 보수적이 됩니다. 가진 것을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법과 질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반대입니다. 기존 체제와 질서를 두들겨 부수려고 합니다. 개혁적이고 진보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시대적 특징을 더해야 합니다. 2011년 출판된 <진보 세대가 지배한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88만원 세대’, ‘3포 세대’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기입니다.
저자 유창오씨는 2010년 6월 지방선거와 2011년 4월 분당 보궐선거에서 강하게 나타난 세대 투표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렇게 전망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저자가 타임머신을 타고 10년 뒤로 날아와 대한민국 사회를 보고 돌아가서 쓴 것 같습니다.
세대의 본질이 계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있습니다. 지난 11월8일 <신동아> 창간 90주년 특별기획 ‘20대 대선을 말하다’ 특별대담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다 맞는 얘기입니다. 특히 20~30대를 ‘가장 교육 수준이 높은 세대’라고 평가하는 것이 이채롭습니다. 20~30대 유권자들을 어린아이로 취급하는 다른 정치인들과는 확실히 다른 시각입니다.
그렇다고 김종인 전 위원장이 20~30대 유권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확실한 정책을 가졌는지는 의문입니다. 두고 볼 일입니다.
확실한 것은 2022년 3월9일 대통령 선거에서도 세대 투표가 이뤄질 것이고 20~30대 유권자들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뿐입니다.
2030은 과연 누구를 선택할까요? 아니, 그보다도 2022년 3월9일 대선 다음날 시내 식당에서는 어떤 장면이 펼쳐질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
노무현-이회창 판세, 세대가 지역 압도
2030 ‘태도 유보’ 높은 까닭
“2011년 현재, 세대는 계급이다. 그리고 세대 갈등 내지 세대 전쟁처럼 보이는 것들도 그 본질은 계급 투쟁이다. 보수 세력은 그것을 세대 갈등으로 왜곡하지만, 그 본질은 신자유주의 질서에 의한 갈등이요, 계급 투쟁인 것이다. 따라서 세대 구도는 향후 정치 갈등을 압도하는 균열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내년 3월9일 젊은층 선택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정의와 상식을 부르짖었기 때문에 초기에 중도층과 2030이 지지했다. 그런데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다 떨어져나갔다.”
“정책 공약과 비전 제시를 옛날 방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2030만큼 교육 수준이 높은 세대가 없다. 그 사람들에게는 확실한 얘기를 안 하면 절대로 따라오지 않는다.”
“미래에 실망하는 계층이 새 희망을 가질 수 있게 그 사람들에게 어떤 비전을 주느냐 이런 것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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