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청년노동자대회를 마친 배달노동자들이 배달오토바이 공제조합 설립 예산 반영과 안전한 양질의 청년일자리 보장 등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엠제트(MZ·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가 이번 대통령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떠오르면서, 정치권은 청년 표심 잡기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들 다수는 정권심판론에 동의하면서도 야당에 온전히 마음을 주지 않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두터운 부동층을 형성하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 가장 젊은 스윙보터가 탄생한 셈이다.
<한겨레>는 여론조사 수치로는 잡히지 않는 엠제트 표심의 흐름을 살피기 위해 11월23~25일 여론조사업체 휴먼앤데이터에 의뢰해 ‘표적집단 심층면접’(FGI)을 했다. 20대 초반~30대 초반 남녀 28명을 7명씩 네 그룹으로 나눠 대선을 석달 앞둔 유권자로서의 속마음을 들어봤다.
이들은 이번 대선의 화두인 ‘공정’에 대해서도 다양한 생각을 풀어냈고, 대학 입시부터 시작해 군 입대와 취업, 결혼, 내집 마련까지 앞으로 살아내야 할 미래에 대한 불안을 쏟아냈다. 특히 부동산 문제는 이들의 내면세계를 장악할 정도로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보였다. 참석자 대다수는 가장 주된 관심사로 공정을 꼽았다. 그러나 입시, 병역제도,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 조국 사태 등 각종 현안으로 들어가면 이들이 말하는 공정의 의미는 성별과 나이, 출신 지역 등 각자의 처지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났다. 한국 사회에서 공정의 첫 관문인 입시 제도에 대해 한 참석자는 “모든 지역에서 좋은 대학을 가는 건 좋지만 공정성으로 봤을 때 잘하는 사람이 가는 것도 맞기 때문에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한 수시보다는 (수능에 의한) 정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반면, 다른 참석자는 “감시체계가 잘 돼 있다면 학종도 누군가에게는 정말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맞섰다. ‘공정’에 대한 중요성엔 공감하면서도 ‘능력주의’ 등 공정에 대한 잣대는 서로 다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 거론된 여성가족부 폐지 여부를 놓고도 찬반이 엇갈렸는데, 참석자 대부분은 부처 폐지 여부와는 별도로 성평등과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여가부의 고유의 기능은 유지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모습이었다. 성평등 공약이 단순한 여가부 폐지 찬반론을 넘어 다양한 의제로 분화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는 정치권이 자신들을 다른 세대나 성별로 ‘갈라치기’ 하지 말고, 합리적인 정책 조율을 통해 납득할 만한 결과물을 내달라는 주문으로 이어졌다.
이번 좌담회 결과를 살펴본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2030세대는 자신이 기반하고 있는 현실이 어떤지 생생하게 드러내면서 관심사가 실로 다양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갈등적 사회 이슈들에 대해서도 상당히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있었다”며 “아직 어떤 대선 후보도 이들의 다양성과 깊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각 선거대책위의 고민이 훨씬 더 깊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년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버리는 단순한 정책으로는 청년들의 표심을 얻을 수 없다는 의미다.
<한겨레>는 2030세대의 대표적 가치인 공정과 이들의 주요 관심사인 부동산 문제를 2차례로 나눠 싣는다.
▶ 20대 대선, MZ세대가 말하다 “공정, 그게 뭔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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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21659.html)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