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5일 전북 정읍시 샘고을시장에서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말 일정으로 사흘 동안 전북을 순회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5일 “검찰을 위한, 검찰에 의한, 검찰의 국가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며 “군사정권이 안 되는 것처럼 검찰정권도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누군가의 사적 복수를 위해, 심판을 위해, 사적 이익을 위해 정치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보다 더 나은 정부, 더 유능한 정부, 더 나은 삶을 꾸려갈 이재명 정부가 필요하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을 ‘검찰정권의 출현’으로 규정하고, 그의 집권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복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유권자들에게 이재명을 선택해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이 후보는 전북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사흘째인 이날 오전 정읍 샘고을시장을 찾아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민생을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과거를 향해 복수하는 일은 개인적인 일”이라고 했다. 이어 이 후보는 “우리가 군사정권을 증오했는데, 지금 다시 온갖 전직 검사들로 만들어진 세력이 내년 선거에서 이겨서 검찰국가 만들겠다고 도전하고 있다. 이것을 용인하겠는가”라고도 외쳤다. 윤석열 후보가 정권교체 여론을 등에 업고 검찰 조직 등을 위한 사적인 복수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 후보는 최근 “국민의 의사에 반해서 강행하지는 않겠다”며 철회 논란이 일었던 기본소득 공약에 대해 “논쟁이 많아서 당장 시행하진 못할지라도 미래 사회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며, 반노동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윤 후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무주 연설에서 “누구는 ‘일주일에 120시간 일하자, 최저임금 없애자, 52시간 폐지하자’ 하는데 전세계에서 일 제일 많이 하고, 노동생산성 가장 낮고, 산업재해로 죽는 사람 제일 많고, 산재율 제일 높은 불행한 나라다. 이런 나라 되면 안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하를 주장하고 주 52시간제에 반대하는 윤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이 후보는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내년부터 경기도에서 시범실시되는 ‘농촌기본소득’을 군이나 도의 신청을 받아 시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지난달 26일부터 나흘 동안 광주·전남을 순회한 이 후보가 4일 만에 전북을 돌며 이런 발언을 한 것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아직 자신을 향해 마음을 온전히 열지 않은 호남의 표심을 확실히 다잡아야 한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자신이 ‘묵은 숙제를 해결하는 유능한 행정가’라며 지역 현안 해결도 약속했다. 전날 김제의 한국농어촌공사를 방문해서는 “(새만금 개발사업 방향과 해수유통 찬반 논쟁을) 이해관계가 있는 모든 분들과 국민 토론회를 열어서 깔끔하게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남원의료원에서는 의사들의 반발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는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공공의대) 설치 문제에 대해 “정부가 이미 약속했던 것이다.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시행하는 것이 맞다”고 못박았다.
그는 “전북은 호남 안에서도 소외받은 지역”이라며 “전북이 가진 소외감을 완화하고 전북도 수도권처럼 잘살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북의 한 의원은 “그동안 대선 때 광주 들렀다가 전북에 들러 ‘우리가 곁다리냐’ 이런 불만이 많았다”며 “이번에는 광주·전남만큼 전북에 시간을 할애한 것이고, (대선 후보가) 인구 2만명 정도 되는 군을 방문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과 전북을 나눠 순회할 정도로 이 후보가 호남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20%가 넘는 부동층 비율 때문이다. 한국갤럽의 12월 첫주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를 보면, 호남의 “의견 유보” 응답은 21%(이재명 58%, 윤석열 12%)였다. 호남의 의견 유보 응답은 전국 평균(15%)보다 6%포인트 높았고 20%를 넘긴 곳도 호남이 유일했다. 민주당이 전통적인 텃밭으로 분류해온 호남에서 지지를 유보한 부동층이 많이 존재한다는 건 이 후보에겐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다.
당 내부에선 ‘매타버스’ 기획으로 지지율 상승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재명 하면 무섭고 거칠다는 이미지가 많이 떠오른다는데, 실제 만나보면 그렇지 않아 유권자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다”며 “이 후보가 지역을 방문한 뒤 소극적인 지지층이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읍·무주/최하얀 기자,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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