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이 6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민언련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1992년 ‘선거보도 감시 연대회의’를 시작으로 시민단체들의 선거 보도 감시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그때부터 30년 동안 선거 때마다 빠짐없이 언론 보도를 감시해왔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선거 보도의 양태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신기하다.” 신미희 민언련 사무처장의 소회다. 그는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어떤 후보는 아예 보도하지도 않고 어떤 후보에게는 신문 지면이나 방송 시간을 많이 할애하거나 편집을 아주 긍정적으로 해주는 식의 편파 보도가 이뤄졌다”며 “지금은 그렇게 유치한 수준은 벗어났지만 최근까지도 선거 보도의 공정성 시비는 끊이지 않았고, 특히 특정 언론, 대표적으로 조중동이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편들고 지지하는 편파적인 보도는 계속돼왔다”고 지적했다. 20대 대통령 선거 보도는 어떤 모습이며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신 처장의 생각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민언련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그동안 선거 보도 감시 활동을 통해 지적해온 문제점에 비춰보면 현재의 대선 보도는 어떤가?
“이번 선거의 특징 중 하나가 후보들이 정책·공약을 본격적으로 내놓는 게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일이 이제 90일 정도 남았는데, 이전 대선 같으면 벌써 주요 정책·공약들이 발표됐을 시점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언론이 너무 후보들의 입만 바라보고 동선만 쫓는 보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후보들의 정책과 자질을 검증하고 어느 후보가 국민들이 바라는 지도자로 가장 적합한지 꼼꼼히 따져보는 보도가 필요한데, 그 부분이 아쉽게도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미 2000년대 들어서부터 정책 중심의 보도가 돼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는데, 20년 가까이 지나도록 선거 전략, 판세 분석, 정치 공학, 지지도 위주의 보도가 되풀이되고 있다.”
―구체적 사례를 짚어봤으면 한다. 우선 조동연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의 사생활 관련 보도가 최근 논란이 됐다.
“선거 때마다 각 캠프에서 후보와 정당의 정체성을 대중적으로 알리기 위해 새 인물을 영입하는데 이게 급조되다 보니 문제가 불거져왔다. 그럼에도 조동연 전 위원장의 사생활이 능력·자질 면에서 낙마의 요소였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혼외자 부분이 사회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또는 전문가로서 검증을 받는 데 절대적 기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캠프 인사에 대해 후보보다도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고, 정치인의 자질 평가를 넘어서는 비정치적 요소가 너무 크게 작용했다. 한 인간으로서의 내밀한 생활과 특히 자녀·가족 관련 정보들이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고 그게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고, 명예훼손적 행위로서 지양돼야 한다. 특히 유튜버뿐만 아니라 언론이 이런 비윤리적 보도를 확장시킨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언론사 중 제일 먼저 보도한 <티브이 조선>은 사생활 침해 부분을 고심했다고 하는데, 고심을 했으면 보도하지 말았어야 한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까지 언급을 했다. 언론이 그런 사생활 부분을 사설에까지 올린 것은 선거 보도로서 매우 부적절한 사례였다.”
―조 전 위원장이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히면서 결과적으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졌다.
“어떠한 사람이라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이를 위한 기본권인 사생활·개인정보가 보호받아야 하고 법으로도 보장이 돼 있다. 그런데 이렇게 불법한 수준을 넘어서는 문제 제기가 정치적 속셈과 정치 구도 속에서 불거졌다는 점에서 이번 대선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우려가 든다.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젠더 이슈가 사건화·정쟁화되면서 정작 후보의 젠더 감수성 검증이나 젠더 정책 평가는 실종됐다. 조 전 위원장 사례가 그 되풀이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ᅳ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대위원장이 조 전 위원장을 ‘브로치’에 비유하는 발언도 했는데.
“선거 보도에서 언론이 정치인들의 발언을 그대로 따다 쓰는 ‘따옴표 저널리즘’의 문제가 계속 지적돼왔는데 이 발언이 대표적인 사례다. 발언을 그대로 중계하고 제목으로 뽑을 게 아니라 언론이 나서서 비판하고 검증해야 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 캠프가 성평등 정책에 준비가 안 돼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일인데, 언론이 이를 비판하지 않고 그대로 옮겨준 것은 그 후보와 정당의 문제점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특정 정당 편들기를 한 결과가 됐다.”
―이번 대선에서 크게 부상한 청년 이슈를 다루는 언론의 태도는 어떻게 평가하나?
“청년이라는 키워드는 빈도수가 매우 높아졌지만 정작 청년 정책의 세부 내용은 빈약한 ‘보도의 부실화’가 심해졌다. 주요 후보들의 ‘청년 행보’는 부쩍 늘었는데 그 현장에서 청년들과 어떤 내용으로 대화를 했는지, 청년들은 어떤 요구를 했는지 알려주는 보도는 거의 없다. 심지어 윤석열 후보와 청년들의 만남을 다룬 기사 제목이 ‘65분 지각…탕수육 ‘부먹·찍먹’ 질문도’였다. 이것이 지금 청년과 관련한 선거 보도의 수준이다. 현장에서 구호만 있고 내용이 없다면 왜 그런지 언론이 검증과 비판을 해야 한다. 언론 스스로 준비가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이런 수준의 보도가 나오는 근본 원인이 뭐라고 보나?
“유권자가 아닌 후보 중심의 보도 태도가 빚은 결과다. 예를 들면 후보들이 전통시장에 가면 후보로서 뭘 점검하고 어떤 정책을 내놔야 하고 그 전통시장에서 만난 유권자들로부터 어떤 의견을 듣는지 등을 언론이 살펴야 한다. 그런데 후보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 뭘 먹었는지, 얼마를 현금으로 냈는지 이런 걸 보도한다. 국정을 5년간 책임질 가장 중요한 정치 지도자를 뽑는 선거에서 언론이 이렇게 겉핥기 보도와 이미지 묘사에 치중한다면 정치 수준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이 6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사무실에 걸려 있는 1984년 12월에 창립한 민언련 전신 `민주언론운동협의회’ 현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민언련은 후보들의 잦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대선 후보가 예능에 처음 출연한 게 2012년 <힐링 캠프>였는데, 대담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후보가 살아온 인생과 출마 과정,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등을 친근하게 보여준다는 취지였다. 그래서 신선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런데 지금은 후보들의 예능 출연이 너무나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유권자들에게 후보에 대한 정보나 판단 근거를 제시하는 게 거의 없이 일방적인 홍보의 장으로 전락한다는 점이다. 검증해야 할 의혹이나 사회적 문제 제기에 대한 목소리는 낮추고 긍정적인 이미지만 연출하려는 의도에 방송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시청률을 쉽게 올리려는 방송사들의 상업적 이익과도 맞아떨어진다. 또 다른 문제는 지지도 높은 후보들 위주로 출연한다는 점이다. 결국은 거대 정당 중심의 정치 구조를 더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방송의 공정성이 특정 정당과 특정 정치인을 위해 훼손되지 않도록 제도적 규제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언론이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선거 보도도 있다. 윤석열 후보가 광주 5·18민주묘지를 방문한 뒤 무지개가 뜬 것을 다룬 기사도 있다.
“윤 후보가 왜 광주를 방문하게 됐는지 본질을 짚는 보도에 집중하지 않고 하나의 자연 현상을 상서로운 일이 있는 것처럼 언론이 앞다퉈 썼다는 게 기막힌 일이다. 언론 입장에선 그냥 가볍게 다룬 것이라고 해명할 수도 있지만, 선거 보도의 무게를 생각하지 않고 결국엔 특정 정치인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보이게 하는 역할밖에는 못한 것이다. 특히 막대한 공적 지원을 받는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가 가장 먼저 이런 보도를 한 것은 정말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 보도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여론조사다. 상반되는 여론조사 결과가 별다른 분석이나 설명 없이 보도되면서 혼란을 주기도 하는데.
“그래서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을 조작하는 조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말 과학적인 통계로서 의미가 있느냐는 의심이 계속 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언론은 여론조사의 설계, 질문 방식 등이 공정하고 객관적인지 면밀히 들여다보고 평가해야 하는데,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데만 치중한다. 무분별한 여론조사가 이뤄지고 그 여론조사를 언론들이 선택적으로 보도하면서 특정 후보나 특정 정당에 ‘눈덩이 효과’를 주는 부작용이 계속 지적됐다. 결국은 편들기 보도가 될 수밖에 없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30년 넘게 선거 보도를 하면서 언론도 여론조사가 갖는 문제점과 올바른 여론조사 보도 방법론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기사 클릭수를 높이거나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여론조사 보도 행태를 개선하지 않고 있다고 본다.”
―후보 검증 보도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나?
“올해 대선이야말로 후보 검증이 가장 필요한 선거라고 생각한다. 주요 후보들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렇게 검증할 게 많은 후보들이 나왔는데 제대로 된 검증 보도는 오히려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윤석열 후보의 경우 거대 신문이라고 하는 조중동이나 종편 등에서는 검증에 나섰다는 보도를 접하지 못하고 있다. 대선이 90일밖에 남지 않았다. 언론이 수사기관에 의존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심층 취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언론이 적극적 검증을 하지 않는다면 의혹을 감춰주기 위한 의도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자질 검증이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가 어떤 자질과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국민들의 요구를 바탕으로 언론이 적극적인 후보 평가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언론의 당연한 역할이고, 지금 유권자들이 언론에 바라는 바다.”
―대선 후보 배우자들에 관한 보도도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와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에 대한 보도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매우 편파적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보도량에 있어서 김건희씨의 학력 위조 건과 주가조작 의혹 건, 투기 의혹 건 등 여러 의혹이 있는데, 특히 주요 언론들이 제대로 다루거나 보도하지 않고 있다. 반면 김건희씨가 단발머리로 변신하고 나올 거라든가 언제 직접 나설 거라든가 하는 말초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보도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김혜경씨의 경우는 집에서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해 며칠간 대중 앞에 서지 못하는 일이 있었는데 이것을 두고 마타도어 수준의 의혹들이 제기돼 구급차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까지 공개돼야 하는 상황이 됐다. 또 언론이 자택 앞에서 거의 스토커 수준의 취재도 했고, <더팩트>는 다른 사람 사진을 찍어 김혜경씨라고 오보까지 내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대통령 후보 배우자는 공적 역할을 부여받기 때문에 당연히 언론이 검증해야 한다. 그런데 정작 검증이 필요한 범죄 관련 의혹엔 침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후보 배우자의 호감·비호감도를 조사하는 황당한 여론조사도 등장했다. 호감과 비호감의 근거가 뭔지도 제시하지 않는 ‘깡통 여론조사’다. 결국 호감이나 비호감을 조장하는 부작용밖에 낳지 못했다. 있어서는 안 될 선거 보도의 한 유형이다.”
―정책·공약 보도는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나?
“대선 보도에서 제일 아쉬운 것은 후보가 공약을 발표하거나 정책을 내놓으면 그때서야 언론이 사후 검증에 나선다는 점이다. 이게 다 정치인 중심의 관점 때문이다. 후보는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발표하지 않겠나. 언론은 후보가 아닌 유권자들이 관심 갖고 원하는 정책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후보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물어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 중심의 선거 보도가 될 수 있다.”
―선거 때마다 이런 비판이 반복됐는데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선거 보도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인·정당 위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얘기하는데 그 선거의 주인공은 유권자다. 그런데 선거의 조연인 후보와 정당이 오랫동안 주인공 노릇을 하면서 언론이 정치인과 정당, 정치 공학, 정치적 셈법 위주로 보도를 해왔다. 그 관점의 전환이 제일 필요한 부분이다. 유권자에게 먼저 물어보고 유권자의 의사를 반영한 보도를 한다면 그게 선거 보도의 해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치·선거 보도의 민주화인 셈이다.”
―더 나은 대선 보도를 위해 언론 수용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정치인들은 선거가 끝나면 당락으로 평가를 받는데 언론에 대한 평가는 없다. 언론이 선거 보도를 잘하든 못하든, 언론이 발 벗고 나서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편들고 불공정한 선거 보도를 하든 안 하든 이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없다. 수용자들이 ‘나쁜 보도’를 감시·비판하고, ‘좋은 보도’를 하는 언론사를 적극 후원할 필요가 있다. 뉴스 유통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포털이 선정적 보도나 저질 보도가 아니라 유권자 중심의 보도를 우대하도록 사회적 감시와 압박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저널리즘의 황폐화’를 막을 수 있다.”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