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서 자리했던 삼성플라자 건물. 김건희씨는 2003년 삼성미술관 기획전에 참가했다는 전시 이력을 도록에 실었다가 진위 여부가 문제가 되자 삼성플라자 건물 내부의 갤러리에서 전시했다고 해명했다. 이 건물은 2007년 애경그룹에 매각돼 현재는 에이케이(AK) 플라자 백화점 분당점으로 영업중이다.
“김건희나 김명신(개명 전 이름)이란 작가가 출품한 ‘Portrate’ 제목의 전시를 본 적이 없습니다. 기억에 전혀 남아있지 않아요.”
1998~2005년 경기도 분당 삼성플라자 갤러리 관장을 맡았던 이홍복(69)씨는 지난 1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잘라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18년 전 도록에 ‘삼성미술관 기획 ‘Portrate’전’에 참여했다는 허위 경력을 실은 것을 두고 “삼성플라자 갤러리에서 전시했던 것”이라고 한 해명을 반박한 것이다.
김씨는 작가로 활동하던 지난 2003년 인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의 딸림 전시 ‘신체적 풍경’에 출품했다. 당시 전시 도록에 삼성미술관 기획전 ‘Portrate’에 참가했다는 허위 경력을 실은 사실이 <한겨레> 취재로 밝혀지자, 김씨는 “2003년 분당 삼성플라자 갤러리서 전시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겨레> 12월17일치 1면). 김씨는 다른 언론에 “당시 삼성플라자 내부 갤러리를 삼성미술관으로 불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 관장은 “개관 때부터 폐쇄될 때까지 작가들과 전시를 다 지켜보고 기록한 책임자가 저인데, ‘Portrate’라는 전시 작품은 물론 김씨의 명단도 본 적이 없어 그의 해명은 허위라고 생각된다. 당시 전시장 공식 명칭은 삼성플라자 갤러리였다. 소수 작가들이 삼성플라자 미술관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삼성미술관 명칭은 누구도 쓰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 전 관장은 독일 보쿰대에 유학해 서양미술사를 공부한 뒤 호암미술관에 입사한 큐레이터 출신으로, 지금은 미술계에서 은퇴했다. 1997년 삼성물산이 운영하는 분당 삼성플라자 갤러리 관장으로 임명돼 개관을 준비했고, 2005년 폐관 때까지 줄곧 재직했다. 미술계에서는 당시 갤러리에서 열렸던 전시와 작가들을 다 파악하고 있는 유일한 전문가로 지목돼왔다.
김건희씨 쪽이 <한겨레>에 공개한 ‘휴먼스케이프닷컴(HUMANSCAPE.COM)’전 팸플릿. 김씨의 개명 전 이름인 김명신이 비디오 작품 참여 작가로 올라 있다.
이에 대해 김씨 쪽은 “삼성플라자 갤러리에서 열린 ‘휴먼스케이프닷컴(HUMANSCAPE.COM)’전에 김씨가 참여했다”고 해명하며 해당 전시 팸플릿 사진을 <한겨레>에 공개했다. 팸플릿을 보면, 2003년 7월9~15일 삼성플라자 갤러리에서 열린 ‘휴먼스케이프닷컴’전에 참여한 작가 15명 명단에 김명신이란 이름이 있다. 평면(회화), 평면(사진), 입체, 설치, 비디오 분야 가운데 비디오 작품 참여 작가 4명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애초 도록에 삼성미술관이라고 썼다가 삼성플라자 갤러리였다고 해명한 데 이어, 전시 이름도 기획전 ‘Portrate’가 아니라 ‘휴먼스케이프닷컴’전이었다고 밝힌 것이다.
최지현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수석부대변인은 “2003년 삼성플라자 갤러리 전시관에서 인물화를 주제로 한 ‘휴먼스케이프닷컴’전에 김건희 대표가 작가 및 기획으로 참여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삼성플라자 갤러리를 삼성미술관으로 표기하고, 인물화를 뜻하는 Portrait(Portrate는 단순오기)로 전시명을 다르게 쓴 것은 사실이다. 이는 기획 단계에서의 가칭 전시명인 Portrait를 쓴 것으로, 정확한 기재로 볼 수는 없으나 하지 않은 전시를 한 것처럼 이력을 허위로 쓰거나 부풀렸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