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부터),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발탁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20일 “새 시대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나가는데 동참하고자 마음먹었다”고 합류 이유를 밝혔다.
신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김한길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이 과거에는 없었던 유례 없는 선거, 어느 하나 마음 기댈 곳 없고 선택할 곳 없는 선거인 것 같지만 저는 이 가운데서도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좌도 우도 아니라 진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실제로 현실 가능한 선택지가 윤석열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 부위원장은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여성을 살해하고 그것을 심신미약이라고 변호했던 후보”라며 “권력형 성범죄와 2차 가해로 피해자를 공격한 민주당 후보다. 그들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석열 후보를 조폭에 비유했던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분의 덩치만 보고 한 생각이었다는 걸 깨닫고 외모로 판단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갖고 있던 편견과 달랐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준석 대표가 엔번방 방지법을 위헌이라며 개정해야 한다고 했는데.
“엔번방 방지법은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해 필요한 법안이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말했던 ‘검열의 문제’에 대해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문가, 법조인께서 엔번방 방지법은 웹하드 안에서 이뤄지는 필터링에 가깝고, 공공채팅방, 웹사이트 게시판 같은데 확대 적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새로 만들어진 법안, 기술이다 보니 정치권은 더욱더 모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개인 채팅방 검열까지 안 가게 노력해야 한다. 저는 국민의힘이라고 할지라도 서로 다른 의견들에 대해서 반목하고 배척하는 게 아니라 개인 자유권을 보장하면서 여성들의 디지털 성폭력에 의한 피해를 막고, 조금 더 안전한 사이버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는 법안으로 이해하는데 충분히 안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윤석열 후보께 질문을 던졌고 ‘이런 점이 아쉬웠다’ ‘조금 더 꼼꼼하게 살펴봤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드렸다. 윤 후보는 흔쾌히 들어주시더라. 거기서 조금 ‘이 분은 다르구나’ 했다. 경청이라는 것이 정치인이 갖기 쉽지 않은데 ‘들으려고 하는구나’ 생각을 많이 했다. 의견이 다른 게 아니라 논의해 나가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9일 전 언론 인터뷰에서 거대 양당 후보에게 ‘투표 못 한다’했고, 한 달 전 페이스북에는 국민의힘 비판을 올렸는데 마음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
“옆에 계신 김한길 위원장께 몇 차례 제안을 받았다. 갸우뚱하게 되더라. 어렵다고 말씀드리다가 윤 후보를 직접 뵙고 이야기 듣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 저는 심지어 예전에 윤 후보를 ‘조폭 같다’고 하기도 했는데, 그분의 덩치만 보고 한 생각이었다는 걸 깨닫고, 외모로 판단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갖고 있던 편견과 달랐다. 강력하게 그분이 법치를 중시하시는 분이니만큼 여성 폭력, 안전, 국민 행복권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내고 의지를 뚜렷이 보이셨다. 제가 국민의힘에 몸담지 않더라도 새시대준비위 무소속 시민으로서, 부위원장으로서 윤 후보를 밀 수 있겠다고 결정했다. 이런 고민이 결국 ‘뭐가 진보고 뭐가 보수지’ 라는 것이 흔들렸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과거 좌우의 프레임이라고 하는 건 최근 들어 점점 새롭게 다시 거듭나야 할 필요성이 있게 됐다. 윤 후보가 좌우가 아닌 진전하는 새 길을 열어주실 것이라고 믿고 있다.”
―국민의힘 안에는 신 부위원장의 합류를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 오늘만 해도 하태경 의원이 공개적으로 페이스북에 반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기존 국민의힘 입장과 여러 가지 정책 면에서 의견차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좁힐 것인가?
“저는 민주주의는 당연히 충돌과 대립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에 가장 좋은 풍경은 정원 같은 것이다. 큰 느티나무와 앉은뱅이 꽃이 있는 것처럼 공정할 수 있는 게 민주주의 원칙이라 생각한다. 오늘 비슷한 얘기를 윤 후보가 해줬다. 다른 이야기라도 듣고 조율하고 토론하고 협의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아마 제가 들어온다는 게 국민의힘 당원이나 또 다른 분들께서 과거 진영 프레임에서 어긋난 행동이기 때문에 걱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제가 바라는 삶을 잃지 않으며 협력하고 설득하고 싶다.”
―윤 후보 배우자 리스크가 계속 보도되고 있다. 이 사안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묻고 싶다. 신 부위원장은 제3지대에서 출마도 했었는데 양당 정치로 튼 것 아닌가. 계기와 입당 계획은 있는지 묻고 싶다.
“윤 후보가 사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유를 막론하고 국민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외부에 잣대를 대는 것처럼 아내에게 똑같은 잣대 대겠다고 말했다.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잘못이 있다면 반성하고 법적 문제는 책임져야 한다. 사실관계를 잘 정리해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말해주시고, 설명하는 게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정치인들을 바라볼 때 얼마만큼 실수를 용납할 수 있을까. 어떤 실수를 용납하고 그 실수를 더이상 안 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건 제대로 비판하되 사과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을 윤 후보와 배우자가 해주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과정에서 많은 분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후보자 배우자를 향한 얼굴 품평이나 성적인 공격들을 많이 자행하곤 하는데 건전한 비판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말도 꼭 덧붙이고 싶다. 입당은 제가 사실 국민의힘과 정책적 방향에 있어 100% 같지가 않다. 제3지대에서 걸었고, 대한민국이 더 나은 정치를 만들기 위해선 개인적으로 양당 정치를 타파하고 다당제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소수정당에 있었지만, 조국·윤미향·박원순·오거돈·엘에이치(LH) 사건을 거치면서 국민들이 살고 숨 쉬는 모든 영역에서 민주당이 ‘내로남불’ 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저는 위성정당 사태를 온몸으로 겪었고 위법과 편법으로 얻은 권력을 연장시킬 순 없다, 더 연장되면 우리가 만들어나가려는 대한민국 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험감이 있었다. 그래서 절박한 심정이었다. 아직 저는 그래도 맘속 깊이 제3지대의 꿈을 버리지 않아서 입당은 하지 않았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준석 대표가 당 방침과 위배되는 발언을 하면 교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 대표와 굉장히 많이 토론하고 방송에서 만났는데, 만날 때마다 대화가 안 통하는 분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물론 속상할 때도 많고 내가 이야기하는 것들이 와 닿지 않을 때도 있고, 그건 대표도 똑같은 거라고 생각하지만 토론이 원래 그렇지 않나. 그러면서 설득해나가는 거고 이 대표도 ‘국민의힘 정체성이 흔들리는 건 아니다’라는 말을 당원에게 하는 말씀인 듯하다. 저 또한 국민의힘 당원이 아니라 제가 국민의힘을 바꾼다거나 하는 내용이 아닐 거라고 생각해서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밥을 한 끼 하자고 말씀드릴 생각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아들의 성매매 의혹이 여성 비하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성매매는 범죄다. 저는 아까 제가 윤 후보께서 다른 분들에 대한 잣대처럼 부인에게 대하겠다고 한 것처럼 똑같다고 생각한다. 이 후보도 아들이라고 해도 그것이 범죄라면 단호하게 진상규명을 하고 만약에 처벌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받고, 국민 앞에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 혐오적 발언들이 정치권에서 난무하고 있는데 그건 거대 양당 모두 똑같다. 바꿔야 할 지점들이라고 생각한다.”
―윤 후보가 여성정책 등 생각하는 부분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는데 구체적으로 말한 게 있었나. 역할에 대한 고민과 이 정책만큼은 관철했으면 좋겠다는 게 있는지 궁금하다.
“윤 후보를 처음 뵙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든 생각이 ‘이 분은 빚이 없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정치를 하다 보면 유권자한테 빚이 있는 게 아니라 힘센 사람들한테 약속하고 빚지게 되는데 윤 후보는 없다. 오히려 국민들 이야기를 잘 듣고 정책을 수정할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엔번방 법안도 말씀드렸더니 ‘그건 다시 생각해볼 만한 것이다’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아니면 자유나 평등의 가치 같은 것도, 과거 이념 논리에 갇히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겪고 있는 문제 해결 방법을 만들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 개인적으로 이 안에서 민주당이 약속했지만 하지 못한 여성폭력 법안들을 많이 제안하고 말씀드리고 싶다. 기후위기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방안도 말씀드리고 싶다. 그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기후위기에 힘을 보태고 탈핵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원전 입장과 괴리되는 부분인데 어떻게 조화시킬 건가.
“안 그래도 원전에 관련한 정책에 대해서 녹색당에 있었다 보니 제 생각을 말씀드렸다. 제가 모든 것을 제 맘대로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정치라고 하는 것은 설득하고 논의하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어떤 정치집단에 있었든 대화를 듣고자 하는 그룹이 없었다. 오히려 답은 결정됐고 ‘넌 말만 해’였는데, 제가 말하는 걸 경청하고 그걸 계속해서 논의하고자 하는 새시대준비위의 정치적 태도와 위치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 계속해서 논의해 나가자고 제안하고 있다. 제가 이런 아이디어도 있었다. 합의되지 못하는 내용 같은 경우에는 대통령 직속 기구를 둬서, 사회문제해소위원회 등을 만들어서 이야기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탈핵 문제의 경우 지금 있는 원전을 다 없앨 것이냐, 현재 정상가동되고 있는 원전을 폐지할 것이냐 논의가 있고 거기에 따라 수십 년을 좌우한다. 충분한 토론과 숙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을 할 수 있다고 느꼈다.“
김미나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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