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 이벤트홀에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은 어떻게 공정의 날개로 비상할 것인가’의 주제로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부겸 국무총리가 21일, 이재명 대선 후보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제안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단히 합리적”이라고 평가하며 당론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둘러싼 당·정 갈등이 거듭 확인되면서 22일 열리는 민주당 의원총회 논의가 주목된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양도세 중과 부분은 도입 시 1년간 유예 기간을 줬다. 정부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지금 시기에 여유 공간을 준다고 해서 매물을 내놓을 거라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반대한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 김 총리는 이재명 후보가 제안한 주택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세 부담 감면에 대해서는 “어려운 시기에 국민들에게 이런 부담을 줄여드려야 된다는 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며 보조를 맞췄다. 하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정부 정책에 신뢰를 떨어뜨린다”며 물러설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당장 양도세 중과를 유예해도 다주택자들은 대선 때까지 시장 상황을 관망하며 매물을 내놓지 않을 것이므로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청와대·정부의 공통적인 진단이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2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정동에서 열린 마이클 샌델과의 대담 뒤 기자들과 만나 “현 정부 입장에선 원칙이 훼손된다, 일관성에 금이 간다 생각할 수 있고 그 점도 이해한다”면서도 “서로 동의가 안 되면 몇 달 뒤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당장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쩔 수 없지만, 집권 이후에는 추진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가 반대하면 서두르지 않겠다’는 게 이 후보의 뜻이었지만 송영길 대표는 의원총회를 거쳐 당론을 모으겠다고 했다. 송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했고, 잘못한 점은 반성하고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관련) 법안을 의총에 부쳐서 논의하고 찬반 양론을 가진 분들로 특위를 구성해서 이견을 조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송 대표는 “민주당이나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성적 고찰 통해 변화하려는 것이지 그대로 따라가면 어떻게 새로운 정부가 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등을 돌린 중도층 표심을 되돌리기 위해선 청와대와 정부의 반대에도 ‘정책 전환 메시지’를 강하게 내보여야 한다는 계산이다. 단, 당내 찬반이 분분한 만큼 특위 구성을 통해 냉각기를 가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에 반대하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선거 앞두고 의총에서 분열하는 모습올 보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특위가 구성되는 한 의총에서 격렬한 반대의견이 나오기는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정의당은 민주당과 이 후보의 부동산 세제 완화 구상을 거듭 비판하고 나섰다. 장혜영 정의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불과 한 달 전에는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여서 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던 이재명 후보는 어디 가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와 함께 공시가격 꼼수를 통해 보유세까지 낮추자는 이재명 후보만 남아 있느냐”라며 “선거를 앞두고 집 부자 표 앞에서 국민의힘과 점점 닮아가는 이재명 후보, 그리고 이를 어쩌지 못하는 정부여당의 행태가 참 가관”이라고 밝혔다.
이재훈 송채경화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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