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은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환영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특사 대상에서 제외되자 당 내부에선 ‘보수 지지층 갈라치기’라는 반발도 나왔다. 또 국정농단 사건이 환기되면서 박 전 대통령 수사를 진두지휘한 윤석열 후보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박 전 대통령이 건강이 좀 안 좋으시다는 말씀 들었는데 빨리 건강 회복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면은 잘 된 일”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용단을 내린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특사를 바라보는 속내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대선을 75일을 앞두고 한 특사 결정이 국정농단 등 당시의 부정적인 기억을 상기시킬 수밖에 없어서다. ‘박근혜 키즈’로 정계에 입문한 이준석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이날 기자들을 만나 “당대표로서 국정농단 사건 당시 당이 충분히 견제 역할을 하지 못해 송구하다”며 사과한 뒤 “윤석열 대선 후보를 통해 만드는 차기 정부에서는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개혁하겠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특사가 이번 대선에 미칠 악영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과 악연이다. 그는 국정농단 사태 당시 특검팀 수사팀장으로 적폐청산을 진두지휘하고 중형을 끌어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장 당시 박 전 대통령의 형 집행정지를 불허했다는 지적에 대해 “제가 불허한 것이 아니고 형집행정지 위원회에서 결정에 따르도록 했다”며 “위원회 의사들이 형집행정지 사유가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 복당 여부에 대해서는 “건강 먼저 회복하시는 게 우선 아니겠나. 너무 앞서나가는 것”이라며 거리를 뒀다. 두 사람의 악연이 부각되면 강성 보수층이나 대구·경북(TK) 지지층이 이탈하는 등 보수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도 나온다. 선대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안 그래도 최근에 티케이 지지율이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종인 위원장은 사면이 대선에 미칠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선에는 큰 영향 미친다고 보지 않는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입장에서 지금 정권 교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다른 입장을 가질 수가 없기 때문에 정권교체를 위해서 뛰고 있는 윤석열 후보에 방해가 된다거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면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보수 지지층 분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이유로 사면 카드를 꺼내들면서도 보수층을 갈라치기하기 위해 이 전 대통령을 제외했다는 것이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번에 두 전직 대통령을 또 갈라치기 사면을 해서 반대 진영 분열을 획책하는 것은 참으로 교활한 술책”이라며 “반간계로 야당후보를 선택케 하고 또다른 이간계로 야당 대선 전선을 갈라치기 하는 수법은 가히 놀랍다. 다만 거기에 놀아나는 우리가 안타깝다”고 적었다.
이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옛 친이계도 강력 반발했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두 전직 대통령 모두 고령이고 병환 중이기 때문에 두 분 다 같이 해야 되는데 한분만 했다. 결국 야권 분열을 노리기 위한 정치적 술수”라며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게) 정치적으로 신세를 갚아야 하므로 김 전 지사만 (사면)했을 경우 정치적인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남겨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조해진 의원도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사면, 이명박 계속 수감으로 갈라치기를 하면서 통합을 이야기 한다. 이 분은 이런 식으로 늘 유체이탈”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 전 대통령의 비서실, 참모 일동도 이날 성명을 내어 “문 대통령의 사면을 보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번 사면이 그 시기와 내용 모두 국민화합 차원이 아니라 정략적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복권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가석방에 대한 ‘물타기 사면’이라는 의심도 거두지 않았다. 임태희 선대위 종합상황본부장은 이날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서 “한 전 총리를 사면(복권)하기는 해야겠는데, 어떤 모양새로 할지, 비난 여론을 피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