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원격공방’으로 또다시 파열음이 나고 있다. 당 내에서도 이 대표에 대한 비판과 옹호가 엇갈리는 등 내홍이 깊어져, 선거를 70여일 앞두고 국민의힘이 ‘당 대표 리스크’로 휘청이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후보는 27일 당 선대위 회의에서 “이제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서 비상상황이고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누구도 제3자적 논평가나 평론가가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고, 국민을 설득하고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이날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는 당 대표로서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나갈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어야 한다. 여기서 정권교체라는 국민 기대를 저버리면 국민이 완전히 버릴 수도 있다는 긴박한 생각을 하면, 대선을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정치인이라면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이 이례적인 공개 경고에 나선데는 이 대표의 최근 행보가 ‘원팀’ 분위기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내홍을 더욱 격화시킬 수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제가 윤석열 후보에게 알랑거려서 정치하려고 했다면 1차 울산합의도 없었다”라고 했고, “(선대위에) 득표 기획자가 없고, 감표 대응력도 없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이재명이란 조커에 맞서는 배트맨이어야 하는데, 고담시 경찰국장이 돼버렸다. 그러면 조커를 못 이길 것”이라고 윤 후보의 ‘무능’을 부각하기도 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가 고전하는 상황에서 당 대표의 이런 행보가 윤 후보와 국민의힘을 향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이 대표는 곧바로 “당대표가 당을 위해 하는 제언이 평론 취급받을 정도면 언로는 막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구나 본인이 속한 조직에서 더 나은 결과를 위한 제언을 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평론은 평가에 그치지만 제언은 대안을 담고 있다”고 썼다.
당내 여론도 갈라졌다. 3선의 김태흠 의원은 개인 성명을 내어 “철딱서니 없고 오만하고 무책임한 행동을 하며 당원들과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에 재를 뿌리는 행동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라고 비판한 반면, 하태경 의원은 “이준석을 죽이면 윤 후보의 2030 지지율이 올라가나”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날 오후 초선의원총회에서는 당대표 사퇴 주장까지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경희 의원은 의총 뒤 기자들을 만나 “당 대표께서 대선승리를 위해 자중해줄 것은 자중해주시라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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