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하강세를 보이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오차범위 이상으로 윤 후보를 앞서는 여론조사가 잇달아 나왔다. 전문가들은 윤 후보의 설화와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파문, 당내 갈등 탓에 윤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 27~29일 전국 만 18살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 이 후보는 39%의 지지율을 기록해 28%를 기록한 윤 후보를 11%포인트 차로 앞섰다. 양당 후보가 확정된 뒤 이뤄진 전국지표조사에서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오차범위 이상으로 앞선 건 처음이다. 당선 전망에서도 이 후보가 46%, 윤 후보는 30%를 기록하며 격차가 16%포인트로 벌어졌다.
특히 이 조사에서는 국정 안정론이 정권 심판론보다 높은 수치를 얻었다. 내년 대선에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응답은 45%,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을 위해 야당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응답은 40%였다. 오차범위 안이지만 같은 조사에서 국정 안정론이 더 높은 수치를 얻은 것은 일곱달 만이다.
<문화일보>가 엠브레인퍼블릭과 지난 26∼27일 전국 만 18살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도 이재명 후보는 37.4%의 지지율을 기록해 29.3%를 기록한 윤석열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렸다.
한국갤럽과 <서울신문> 조사도 비슷한 추세였다. 지난 27~28일 전국 만 18살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36.8%, 윤 후보는 30.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하동균 케이스탯리서치 이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 후보에게 호재가 있는 것보다 윤 후보에게 악재가 많았다”며 “윤 후보가 정치적 역량이 부족하다. 역사나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인식이 알려지면서 대통령감으로 의문이 생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덕현 한국갤럽 연구위원도 “윤 후보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이준석 대표와 갈등 등으로 리더십이 흔들리고, 후보 스스로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특히 중도층과 2030세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된 전국지표조사에서 이 후보의 중도층 지지율은 38%로 지난 조사(31%)보다 7%포인트 상승해 지난주와 같은 지지율을 얻은 윤 후보(23%)와 15%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이 후보가 ‘열세’를 보이던 2030세대에서도 지지율 차이가 벌어졌다. 20대에서 이 후보(26%)와 윤 후보(16%)의 지지율은 16%포인트 차이를 기록했다. 지난주 조사에서 이 후보(21%)와 윤 후보(18%)의 지지율 차이는 3%포인트였지만, 두자릿수로 벌어진 것이다. 원성훈 코리안리서치 부사장은 “정권교체 심정이 강했는데 그 부분이 계속 이야기되다 보니까 이제는 후보자와 정당, 선대위를 보게 된 거 같다”며 “민주당은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총리 등이 합류해서 원팀을 만드는데, 다른 한쪽은 정권교체 한다면서 불협화음만 보이는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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