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 주최 대통령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매머드 구조에서 슬림한 정예조직으로 변모한 ‘이재명 선거대책위원회’ 안에서 이재명 후보의 제안에 참모들의 반응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한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조직은 더욱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만 당 내부에선 토론과 반론이 실종되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들 얘기를 6일 종합하면, 이 후보는 ‘선대위 긴급현안대응’, ‘선대위 정책본부’ 등 여러 텔레그램방에 참여해 아이디어를 내놓는다고 한다. 밤 11시가 넘은 심야, 자정을 넘긴 시각 등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이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후보의 ‘메시지’나 ‘지시’가 올라오면 선대위 관계자들은 “네”, “넵”, “검토 뒤 보고드리겠습니다”는 답변이 즉각적으로 붙는다고 한다. 선대위 관계자는 “후보가 한 말이 납득가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앞에서 이의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뒤에서 ‘이건 좀 이해 안 가지 않냐’고 얘기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최근 들어 이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욱 강해졌다고 한다. 또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지지율이 떨어지니 서로 네 탓을 하지만, 지지율이 상승하는데 후보 말에 토를 달기 어렵다”며 “지지율은 리더십 같은 거라고 보면 된다. 지지율이 올라가는데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서울 주택 공급을 위한 ‘김포공항 이전’은 선대위 내부 반대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은 대표적 공약으로 꼽힌다. “민주당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를 만회하려고 서울의 유일한 공항을 없앤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어 실익이 없다”(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반대론이 많지만 이 후보와 송영길 대표의 뜻으로 김포공항이 주요 공급부지로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지율 상승에 따른 리더십 강화는 자칫 후보의 독주로 이어져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당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높은 정권 교체 여론에 힘입어 폭주하다 지지율 추락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선대위 관계자는 “후보 주변에 좋은 얘기를 하는 사람만 가득하면 정작 필요한 부분은 놓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반사이익 성격이 강한 현재의 우세를 낙관해선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저쪽이 저렇게 무너질 거 같아 보이지만, 절대 아니다. 기사회생하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카드도 꺼낼 것”이라며 “그러면 1월 중순에 다시 한 번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본다. 여론을 기민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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