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25일 오후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를 포함해 3곳의 보궐선거 지역에 대해 전격 ‘무공천’ 결정을 발표하면서, 정치권이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3·9보궐선거 논의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는 민주당이 ‘굳이 귀책사유가 없는 종로까지 포함했어야 하느냐’는 불만을 눌러둔 채 무공천 방침을 수용한 것과는 달리, 국민의힘에선 텃밭 공천을 따내기 위한 쟁투가 거세지고 있다.
송 대표가 이날 서울 종로와 경기 안성, 청주 상당 3곳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고 결단한 뒤 민주당은 크게 술렁였다. 서울 종로 공천을 놓고 뚜렷한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이낙연 전 대표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사퇴한 이 곳은 선거법(경기 안성), 정치자금법 위반(청주 상당)으로 재보선을 치르게 된 다른 지역구와 성격이 다르다는 이견이 존재했다. 대선일인 3월9일에 함께 치르는 재보선에서 ‘정치 1번지’에 당연히 후보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고 이 전 대표도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송 대표는 일괄 무공천으로 홀로 ‘결단’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기자회견 직전까지도 종로 등에 대한 무공천 방침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한다. 대표 비서실장인 김영호 의원도 이날 오전 8시30분께야 송 대표의 의중을 파악하고 최고위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했다고 한다.
송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선 일부 최고위원들이 불만을 나타냈지만 종로 무공천 방침은 최종 추인됐다. 고용진 수석 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 이후 기자들과 만나 “송 대표가 결정의 배경을 얘기하며 양해를 구했고, 최고위원들이 더 이상 이 문제를 논의, 얘기하지 않고 받아들여 주셨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귀책 사유라고 할 순 없지만, 이낙연 전 대표가 스스로 의원직을 던진 만큼, 당헌당규의 무공천 사유에 국한되지 않고 정당 책임정치 차원에서 공천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송 대표의 뜻을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유권자들이 누가 봐도 우리가 불리한 서울 서초·대구 공천을 안 한다고 하면 웃을 거 아니냐”며 “종로는 그래도 싸워볼 만한 곳인데 이곳을 포기한 건 그만큼 책임지고 절실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국민의힘은 보궐선거 공천 문제를 놓고 후끈 달아오른 상황이다. 당 지도부가 ‘대선을 위해 선거운동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지만 대구 중·남, 서울 서초갑 등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 중·남의 경우 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곽상도 전 의원이 사퇴한 곳으로 일종의 ‘귀책 사유’에 따른 보궐선거 지역이지만 김재원 최고위원을 비롯해 박성민 선거대책본부 청년보좌역 등 이날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국민의힘 소속 예비후보자만 11명이다. 게다가 홍준표 의원이 지난 19일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자신의 측근인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을 전략 공천해줄 것을 요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당이 들끓기도 했다.
윤희숙 전 의원이 아버지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자진 사퇴하며 공석이 된 서울 서초갑도 경쟁이 치열하다. 당협위원장인 전희경 전 의원을 비롯해 정미경 최고위원, 이혜훈 전 의원,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이 보수세가 강한 이 지역을 노리고 있어 혈전이 예상된다.
민주당의 무공천 방침으로 무주공산이 된 서울 종로는 핵심 관심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 안에서는 윤 후보와 경선에서 맞붙었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경선 이후 ‘원팀’의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취지다.
국민의당은 각 당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보궐선거 지역구에는 공천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나섰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새해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무공천 방침에 대해 “공천을 안 하겠다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며 “마찬가지로 국민의힘도 본인들의 잘못으로 생긴 재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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