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 후보 토론회가 열린 3일 서울 한국방송 스튜디오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왼쪽 사진)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3일 지상파 방송 3사 합동 초청으로 처음 열린 대선 후보 티브이(TV) 토론회에서 최근 국회를 통과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열었다.
포문을 연 것은 안 후보였다. 안 후보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필요할 때 공공기관 개혁을 못하게 될 수 있고, 민간기업으로까지 확산될 우려도 굉장히 많고, 최악의 시나리오는 민주노총에 기업들이 지배당해 치명적인 경제 손실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윤 후보에게 “찬성 입장을 철회할 생각이 없나”라고 물었다.
윤 후보는 “공공기관은 국민의 것”이라며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찬성 결정은 “깊게 생각해서 내린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기업이 투명하게 운영되게 하자는 것”이라며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도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기존의 보수 정당 대선 후보들과는 달리 공공기관 노동 이사제의 필요성을 적극 변호하고 나섰다. 윤 후보는 “노동이사제는 노조가 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가 추천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정부가 마구 임명한 사람들이 정부 입김에 의해 (공공기관의 이사를) 하는 경우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로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에 노동이사제가 있었다면 월성 원전이 경제성 평가 조작으로 쉽게 문닫지 않았을 것”이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월성 1호기 폐쇄에 반대했던 한수원 노조가 이사회 일원이었다면 폐쇄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3사 합동초청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토론하고 있다. 에스비에스 갈무리
안 후보도 물러서지 않았다. 안 후보는 “공기업 개혁 중 자동화 설비 도입이나 직원 재교육 등을 할 때 직원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며 “이때 노동이사가 기업이 나름대로 발전해 국민을 위해 일하려는 방향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굉장히 많다고 본다”고 주장을 펼쳤다. 이어 “노동이사제 외 노조, 협의회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노동이사가 이사회 임원으로 직접 들어오게 되면, 한 사람밖에 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이 끝까지 고집 피우고 반대하면 결국 전체 이사회에서 (안건을) 통과시킬 수가 없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제가 대기업 이사회 임원으로 참석해보고 깨달은 것”이라며 “그게 우리나라 이사회의 관행이라는 생각까진 안 해보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이에 “우리나라 이사회가 결국 기업 오너의 뜻을 따라주다 보니 그런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그래서 사외이사제도도 도입했지만 효과를 못 보고 있는 거라, 공공기관부터 노동이사제를 도입해 보는 것이 좋겠다. 만약 부작용이 나타나면 더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지만, 이걸 반대할 이유는 굳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안 후보는 국민의힘 소속 나경원 전 의원이 언론 인터뷰 등에서 ‘노동이사제는 기득권 노조를 위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보수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 정당에는 맞지 않는 일’이라며 윤 후보의 노동이사제 찬성 의견에 유감을 표한 것을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저희 당에 그런 말씀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만, 어쨌든 저희 당에서 이것을 당론으로 채택해서 하기로 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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