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후보토론회가 열린 3일 서울 한국방송(KBS) 스튜디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 사진)·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토론회 전 리허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진행된 대선 후보 첫 티브이(TV)토론에서 대장동 의혹을 두고 치열한 책임 공방을 벌였다. 윤 후보가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라며 이 후보 책임을 제기하자, 이 후보는 부산저축은행 봐주기 수사 의혹과 윤 후보 아버지 주택 매매 의혹 등으로 맞불을 놨다. 이 후보는 특히 ‘정영학 녹취록’에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윤석열 후보의 약점을 알고 있는 듯한 발언을 한 내용과 윤 후보 아버지 자택 매수를 연결하며 “윤 후보가 책임질 일 아니냐”고 역공했다.
각자 7분씩 주도권을 갖는 자유주제 토론에서 윤 후보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때 대장동 도시개발로 김만배 등이 3억5000만원을 투자해서 시행수익, 배당금으로 6400억원을 챙겼다”며 대장동 의혹을 꺼냈다. 윤 후보는 이 후보에게 “작년 9월 기자회견에서 ‘이 설계를 내가 했다’, 또 10월 서울 공약을 발표한 기자간담회에서 ‘엄청난 이익이 발생하는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성남시 몫이 얼마나 확실히 확보될지 설계한 것이다, 다시 하더라도 이렇게 하겠다’고 말씀했다. 이 후보께서 시장으로서 대장동 개발 사업에 대해 들어가는 비용과 수익을 정확히 가늠하고 설계한 것은 맞냐”고 물었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에게 최종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자 이 후보는 “저축은행 대출 규제는 왜 봐준 것이며, 김만배는 왜 (윤 후보의) 아버지 집을 샀을까. (정영학 녹취에서) 이재명 시장이 알면 큰일 난다고 했던 사람이 입 뻥끗하면 윤석열 후보 죽는다는 등 관계자는 왜 전부 국민의힘밖에 없을까”라며 역공에 나섰다. 김만배씨가 “윤석열이는 내가 가지고 있는 카드면 죽어”라고 발언한 녹취록 내용과 김씨 누나가 윤 후보 아버지 집을 시세보다 싸게 매입한 의혹으로 맞대응한 것이다. 이에 윤 후보는 “사주다니”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이 후보는 “저는 아무런 이익이 없었던 점을 보면 오히려 윤 후보가 더 책임져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후보들이 리허설 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공동취재사진
윤 후보는 최소 2명의 상대 후보에게 질문하는 토론 규칙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 공격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결국 진행자의 지적에 윤 후보는 약 30초를 남기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도대체 시장이 바보여서 밑의 사람들이 조 단위를 해 먹고 기소된 것이냐”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안 후보는 “본질은 1조원에 가까운 이익이 민간에 갔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라며 측면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이익 환수를 포기하면서 특정 민간에게 1조원 이익을 몰아준 건 개발이익 완전환수제와는 전혀 다른 방향”이라는 안 후보의 지적이 나오자 “바로 그것이다. 이번에 개발이익 환수법을 제정하자고 했더니 국민의힘에서 막고 있다. 윤 후보께서 국민의힘이 막아서 못 만드는 개발이익 환수법을 찬성하시고 입법하라고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며 윤 후보 쪽으로 다시 책임을 돌렸다. 한편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만배씨의 배임 혐의는 유죄냐”고 물으며 이 후보를 압박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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