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는 여성과 성소수자 유권자 20명과의 심층 인터뷰를 거쳐 정책 공약 질의 10개를 추렸다. 지난달 19일 질의서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보냈는데, 윤 후보는 끝내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이 페이지에는 핵심만 추려 담고, 전문은 별도 페이지에 싣는다.
―‘엔(n)번방 사건’ 이후 메타버스, 랜덤채팅앱, 인터넷방송 등에서 벌어지는 디지털 성범죄 예방 대책을 알려달라.
이재명 “온라인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마련하겠다. 디지털 성범죄 전담 수사대를 설치하고, 아동·청소년 대상 온라인 그루밍 범죄 수사와 성착취물 유통 차단을 위한 국제공조 담당 전문인력을 확충하겠다. 전국 광역단위별 디지털성범죄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를 설치하겠다.”
심상정 “수사기관에서 불법 촬영물을 발견 즉시 삭제·차단하게 하고 디지털 성폭력 삭제 전담반 인력과 예산을 확대하겠다. 구글, 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의 의무 조처를 마련해 불법 촬영물 유통 앱의 등록을 일시 중단, 영구 차단하겠다. 채팅앱 등 디지털 기술 제공자를 강력 처벌하겠다.”
안철수 “성폭력 범죄는 어릴 적부터 잘못된 성 인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성폭력 관련 교육 내실화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겠다.”
―2019년 말부터 20대 여성의 자살률과 자살시도율이 빠르게 늘면서 ‘조용한 학살’이 공론화했다.
이재명 “우울증·자살충동·고립감같이 청년이 겪는 마음 건강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또한 심리 지원이 필요한 청년을 대상으로 ‘마음 건강 바우처’ 지원을 확대하겠다.”
심상정 “전국에 청년심리치유센터를 설치하고, 무료 심리상담을 지원하겠다. 국무총리실 청년정책조정실 산하에 청년마음건강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
안철수 “극단적 선택을 유발하는 사회·경제적 요인을 해결하고, 청년 정신건강 대책도 추진하겠다.”
―유권자들은 성차별 채용 범죄에 비해 처벌이 약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명 “고용 성차별에 전문성과 기능을 가진 별도 조직인 가칭 ‘고용공정위원회’를 노동위원회 산하에 설치하겠다. 고용상 성차별 발생 사업장에 대한 신고절차 및 즉시 사업장을 조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지방고용노동청 고용평등 전담부서를 통해 성희롱, 육아휴직, 모성보호뿐만 아니라 고용상 성차별·성희롱 사건 등의 지도 감독과 진정 등의 처리를 전담하게 하겠다.”
심상정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 등으로 채용 성차별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벌칙을 강화하겠다. 이 법률상 개인정보 요구 금지에 혼인, 자녀도 추가하거나 채용 면접 때 질의 금지 등으로 내용을 구체화하겠다.”
안철수 “채용 절차 공정화법 개정을 통해 기득권 세력의 채용 청탁이나 고용 세습, 불공정 채용이 발각될 때 채용을 취소하고 관련자는 엄벌하겠다.”
―19살 여성 유권자는 성평등 인식 차를 청소년 시기 교육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깊이 공감한다. 학교 현장에서 대형 강의나 동영상 강의 등 형식적인 교육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비판이 있고, 토론 방식이 남녀 학생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는 목소리가 있다.”
심상정 “성적 자기결정권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성적 동의’와 ‘자기 결정권’을 배워야 한다. 포괄적 성교육부터 제도화하겠다.”
안철수 “성평등 교육의 콘텐츠와 교육의 질 등을 선진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게 또한 중요하다.”
―‘낙태죄’ 폐지 1년이 넘었지만 <한겨레>가 만난 임신중지 경험 유권자는 여전히 편견에 부딪혀야 했다고 한다.
이재명 “현대적 피임 시술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해 안전한 피임을 돕겠다. 개정될 모자보건법상 임신중지 의료행위에도 건보를 적용하겠다.”
심상정 “유산·사산 휴가에서 인공 임신중절 수술을 제외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74조 3항의 단서 규정을 삭제하겠다. 임신중단 상담서비스를 표준화하고, 임신중단 시술 방법과 지침을 마련하며, 임신중단 약물 도입을 통한 선택권을 확대하겠다.”
안철수 “낙태 문제는 인권과 생명 문제, 종교적 쟁점이 되고 있지만, 낙태죄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존중하는 방향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야 한다.”
―법은 육아휴직 거부 때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한다. 유권자들은 이 벌금형이 충분치 않다고 여긴다.
이재명 “자녀 출산 때 부모 모두의 육아휴직이 자동으로 신청되는 ‘자동 육아휴직 등록제’를 도입하겠다. 일하는 사람 누구나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서 육아휴직과 출산전후휴가의 사용 권리를 보장하겠다.”
심상정 “육아휴직 급여 소득대체율을 통상임금 80%로 인상해 1년 지급하고, 상한선 150만원도 2022년 최저임금의 1.5배인 285만원으로 높이겠다. 자동 육아휴직제도 법제화하겠다. 2023년부터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과 병행해 플랫폼, 특수고용, 자영업자들에게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하겠다. 중소기업에 지급하는 육아휴직 지원금을 현행 2개월 120만원, 10개월 80만원에서 월 150만원으로 올리겠다.”
안철수 “처벌 강화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필요한 제도를 추가해 맘 놓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
―남성에 편중된 장비 규격 등 젠더 데이터 편향 문제 대책은?
이재명 “젠더폭력·산업재해·채용성차별·모성보호 등 사회 전 영역에서 국가가 생산하고 있는, 여성에 대한 데이터 공백이 담긴 ‘불완전한 통계’를 개선해 성별 분리통계 등 젠더 관점을 반영한 통계 작성이 될 수 있도록 개선 방안 마련을 검토하겠다.”
심상정 “체계적인 통계 수집으로 여성 폭력에 대한 정책적 대응력을 강화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 기반을 마련해 가겠다.”
안철수 “몸에 맞지 않는 안전장비는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제도를 보완하겠다.”
―차별금지법과 평등법 제정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
이재명 “차별금지법은 제정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현재 상정된 차별금지법에 대해 현혹된 곡해, 오해를 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오해와 곡해가 제거될 수 있도록 충분한 토론을 통해 이견을 조정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심상정 “차별금지법은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 차별금지법은 차별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모두가 평등하게 자신의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토대다.”
안철수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 관련 법들은 논쟁을 유발하고 있다. 더 많은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혈연, 혼인 기반 가족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가족을 구성할 권리인 ‘가족구성권’과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견해는?
이재명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차별받지 않도록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겠다. 대안적 공동생활 형태나 1인 가구이면서 필요에 따라 연대하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가구 구성 형태의 돌봄 관계망이 필요하다. 먼저, 의료·장례·돌봄의 영역에 ‘연대관계인 등록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
심상정 “다양한 가족구성권 인정과 이를 위한 동반자등록법 제정을 공약했다. 일상적인 가사대리권, 사회복지 수급권, 임대주택 신청 및 승계권, 직장·학교·의료기관·금융기관 등 일상생활에서 가족구성원이 누리는 권리를 보장할 것이다.”
안철수 “국민적 공감대 형성 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시행하겠다.”
―일본 도쿄는 올해부터 성소수자 커플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동성 파트너십 제도’를 시행한다. 동성결혼 법제화에 대한 견해는?
이재명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므로 충분히 의견 수렴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동성 파트너십이나 동성혼의 법제화를 공약하지는 않았으나 성소수자의 인권 존중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심상정 “당연히 인정되어야 한다. 최근 동성관계인 사람들의 혼인 내지 피부양자 인정에 대한 법원의 불인정 판결은 결혼을 ‘남녀의 결합’을 전제로 하고 있다. 민법 개정이 합리적이지만, 헌법 개정도 염두에 두고 있다.”
안철수 “우리 문화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는 국민 정서상 공감대가 형성된 뒤 받아들여야 한다.”
윤석열 캠프 “공약 별도 발표” 1~3회 때와 달리 답변 안해
<한겨레>는 유권자와 함께하는 대선 정책 ‘나의 선거, 나의 공약’ 기획 시리즈 4회 ‘지금 당장, 성평등’ 기사를 준비하며 지난달 1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질의서를 보냈다. 질의서에는 여성과 성소수자 유권자 20명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추려낸 정책 공약 질의 10개가 담겼다. 이 같은 취재 방식은 시민이 원하는 쟁점을 정치권에 밀어 올리는 ‘공공 저널리즘’(public journalism)을 구현하기 위한 시도다.
이 후보와 심 후보는 답변 마감일인 지난달 25일, 안 후보는 지난달 26일 답변을 보내왔다. 하지만 윤 후보 쪽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지난달 25일 “답변 준비가 다 되었는데 후보 확인만 남았다”고 응답한 뒤 “확인 과정에서 수정 사항이 생겼다”거나 “수정 요청이 있어서 답변을 다시 작성했고 확인 단계만 남았다” 등과 같은 응답을 반복하며 답변을 미루었다. 그리고 지난 6일 최종적으로 답변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와 부동산, 플랫폼 노동과 경제 분야 등을 다룬 앞선 ‘나의 선거, 나의 공약’ 기획 시리즈 1·2·3회의 질의 때와 사뭇 다른 대응이었다.
국민의힘 선대본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성평등 이슈에 대해) 저희가 따로 공약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예정하고 있어서 시기를 정해서 발표하려 하다 보니 시차가 발생했다”며 “공약에 중요한 걸 빼고 (답변) 드리는 것도 이상하고 그러면 그냥 한꺼번에 몰아서 하자 그렇게 되어서 양해를 좀 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곧 국민들께 (성평등 이슈에 대해) 설명드리는 기회를 갖겠다”고 덧붙였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한겨레가 이(e)북으로 펴낸 ‘나의 선거, 나의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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