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잉의전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9일 ‘과잉 의전’ 논란과 관련해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생긴 일들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제가 져야 할 책임을 마땅히 지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었다는 입장문을 낸 이후에도 추가 의혹 제기가 이어지며 당내에서 공개 사과 필요성이 제기되자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법인카드 유용 등 제기된 의혹에 대한 구체적 해명은 내놓지 않아 ‘알맹이 빠진 사과’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씨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배아무개 사무관은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사람이다. 오랜 인연이다 보니 때로는 여러 도움을 받았다”며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모든 점에 조심해야 하고 공과 사의 구분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 특히 제보자 당사자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모두 제 불찰이고 부족함의 결과다. 앞으로 더 조심하고 더 경계하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김씨는 “수사와 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선거 후에라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설명드리고, 끝까지 책임을 질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법인카드 유용을 포함해 인정하는 의혹 범위가 어디까지냐’는 질문에는 “지금 수사와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 실체적인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협조를 하고 거기에 따라 책임이 있다면 책임질 것”이라고만 답했다. 그는 제보자 ㄱ씨에 대해선 “제가 ㄱ씨와 배씨의 관계를 몰랐다고 해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며 “저의 불찰이라고 생각한다. ㄱ씨는 피해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김씨에게 어떤 말을 했냐는 물음에는 “진심으로 사과드리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씨가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은 과잉 의전 논란과 민주당의 ‘부실 대응’이 이재명 후보 지지율 상승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국민의 신임을 얻지 못할 언동이 나오지 않도록 극도로 자제하기 바란다”고 경고했고 ‘이 후보 부인의 직접 사과가 필요하다고 보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진솔하게 인정하고 겸허하게 사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김씨의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김씨의 입장 발표는 이 위원장이 사과를 요구한 지 7시간 만에 이뤄졌다.
선대위는 김씨의 대국민 사과로 논란이 일단락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제보자는 물론 야당도 제기된 의혹에 대한 구체적 해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공세의 수위를 늦추지 않을 기세다. 제보자 ㄱ씨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김혜경씨는 정작 중요한 질문, 꼭 답해야하는 질문에는 하나도 정확하게 답하지 않았다”며 “‘법인카드 유용을 어디까지 인정하는지’, ‘그 많은 양의 음식은 누가 먹었는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도 “수사, 감사를 핑계로 선거일까지 시간을 끌겠다는 것 아니냐”며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분노와 의구심을 결코 잠재울 수 없을 것”이라는 논평을 내놨다. 홍경희 국민의당 중앙선대위 대변인도 “말로는 책임을 진다고 하나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며 “사과의 형식은 있었으나 알맹이는 쏙 빠진 기자회견이었다”고 비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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