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지난 11일 대선 후보 간 2차 토론에 들어가기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함께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 11일 있었던) 대선 후보들 간 티브이(TV) 토론은 답답했는데, 청년들의 토론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듭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한겨레>의 온라인 토론장 ‘청년 5일장’에 이런 소감으로 시작되는 글을 직접 남겼습니다. 안 후보가 제시한 연금 개혁 공약을 의미 있게 평가하면서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청년들의 의견들을 접한 데 대한 반응입니다.
안 후보는 지난 3일 1차 토론에서 모든 후보가 연금 개혁에 동의한 사실을 언급하며 “(2차 토론에선) 이미 외국에서는 개혁했던 보험료율, 수급개시연령, 소득대체율 등의 큰 방향에 관한 동의도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기를 꺼려했다”고 적었습니다. 안 후보는 또 “연금개혁 방안에 대한 후보들의 의견 차이를 좁히고자 노력했지만, 안타깝게도 윤석열 후보께서는 대답을 회피했다”고 ‘청년 5일장’에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런 안 후보의 의견과 함께 7일부터 시작한 ‘청년 5일장’ 3차 주제 ‘국민연금 개혁’ 토론이 마무리됐습니다. 20여명의 청년 참여자와 대선 후보 캠프 관계자들이 ‘군인·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 ‘국민연금 폐지’, ‘시민최저소득 등 다층 연금체계’, ‘노인 복지 확대’ 등 다양한 의견들을 두고 활발히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숫자, ‘더 내고 덜 받아야 한다’는 고민에서만 충돌한 게 아니라 노인 빈곤과 복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안을 찾아야 할지까지 토론 범위가 나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캠프가 <한겨레> 온라인 토론장 ‘청년 5일장’에 3주차 토론으로 제시한 주제와 발제문.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안철수 후보 캠프는 ‘청년에 부담 넘기는 연금제도, 이제 개혁할 때’라는 토론 발제를 통해 “미래 세대에게 빚을 지우는 ‘폰지사기’와 같은 연금 구조를 이대로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안 후보 캠프는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만들어 4대 연금을 단일 체제로 통합하겠다”는 도전적인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토론에선 “문재인 정부가 지난 4년간 무관심한 정책, 모든 세대와 계층의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어 표가 안 되는 방안을 대선 후보가 (이를) 감수하며 제일 먼저 화두를 던진 건 매우 높이 살 만하다”(정현환)는 평가와 함께 공약의 철학과 구체성을 따지는 질문들이 나왔습니다.
주정용씨는 “군인, 공무원 연금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에는 굉장히 환영이다. 하지만 연금통화 로드맵이 구체적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고 적었습니다. 강남규씨는 “안 후보가 최근 보여준 노동자와 노조에 대한 인식을 고려하면 손해를 볼 노동자들과 평등하고 민주적인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들지 않는다”며 “누군가가 부당하게 손해를 강요받는 ‘갈라치기’ 방식으로 개혁된다면 사회적 갈등만 부추길 것”이라고 했습니다.
2030세대 안에선 국민연금을 없애자는 목소리까지 있다는 사실도 전했습니다. 박승욱씨는 “제 주변의 20대 A는 ‘연금으로 나가는 돈이 결국은 내가 아닌 지금의 노년층에게 돌아가는 셈인데 무슨 소용’이냐며 연금제도를 비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사회초년생이라고 밝힌 오유신씨는 “(고령화 등) 바뀐 인구구조에 맞는 새로운 소득보장 정책을 논의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민연금 제도의 폐지를 논의하는 것도 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노현우씨는 “현재 상태로 두면 고갈되고 망가질 게 뻔하니 기금이 충분한 현 시점에 과감하게 국민연금 납부자들에게 그 기여분에 따라 기금의 일부를 돌려주고 청산하자”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류화림씨는 “제 아버지는 퇴역하신 군인이다. 장기 복무 이후 받는 연금이 아버지의 주 수입원이고, 그 연금으로 제 등록금을 내고 저는 앞으로 그 연금을 위한 세금을 낸다. 우리 가족에게 연금이란 참 아이러니한 존재”라면서 ‘연금’의 세대 간 복잡한 중요성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류씨는 “아버지는 이제 40대 후반”이라면서 “연금의 현금 규모는 줄이고, 이를 적절한 직업교육이나 직업 매칭을 위한 인프라 투자에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습니다.
손민석씨도 “한국 노인들은 근로·사업소득 비중이 49.9%로 다른 어느 사회보다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며 “일을 좀 덜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가도록 연금개혁을 논의하는 것인데 ‘폰지 사기’ 운운해 버리는 게 옳은지 모르겠다”고 국민의당 발제를 지적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한겨레> 온라인 토론장 ‘청년 5일장’에 직접 남긴 글.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은 ‘폰지사기’ 단어 사용에 대해 “현재 연금구조의 심각한 상황을 언급하려는 의도로 조금 강한 어조의 단어를 사용하게 됐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한정민 국민의당 선대위 청년부본부장은 “소득에 따라 연금을 내고, 낸 금액과 연동해서 받는 ‘공적 연금’은 소득재분배의 기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 같다. ‘노인빈곤’은 공적연금과 상관없이 복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 같다”고 입장 차이를 드러냈습니다.
이와 달리 심상정 정의당 후보 캠프의 이수연 청년정책 담당은 “미래세대를 위해 보험료율을 높이고, 대신에 시민최저소득 100만원과 기초연금 40만원, 퇴직연금 개편을 통한 다층연금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심 후보 쪽 입장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논의한다고만 하고 아무도 자기 의견을 내지 않는다면 논의는 시작될 수 없다”며 연금 개혁 토론에 소극적인 민주당과 국민의힘 쪽을 비판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청년 5일장’에서 진행된 연금 개혁 토론 내용을 둘러본 뒤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기는 짓은 하지 않겠다”며 “선심성 청년지원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청년들은 포퓰리즘 공약에 현혹되기보다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함께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자는 연금개혁에 힘을 보태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글을 남겼습니다.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복잡한 의견들을 확인한 ‘청년 5일장’은 14일부터 4차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토론 참여자들의 투표로 ‘한중관계, 어떻게 풀어야 할까’를 주제로 선정했습니다. 계속되는 미-중 갈등과 함께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은 중국에 대한 관심을 더 키우고 있습니다. 대선을 맞아 ‘반중 정서’에 기댄 대선 후보들의 발언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중국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함께 얘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대선 후보 캠프에 직접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은 분들의 참여를 기다리겠습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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