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6일 저녁 천안 단국대병원에 마련된 국민의당 고 손평오 논산·계룡·금산 지역선대위원장의 빈소를 조문한 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를 위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은 20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야권 후보 단일화 제안 철회에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불리한 ‘최대 변수’가 사라진 만큼 지지율 격차를 만회할 계기가 생겼다며 기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안 후보가 단일화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완주 의지를 밝힌 이날 민주당은 선거대책위원회 차원의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선대위 관계자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양자 구도보다는 안 후보를 포함한 3자 구도가 민주당에 불리한 정권교체론 구도를 약화시킬 수 있다”면서도 “호재지만, 모두가 아는 사실을 굳이 드러내놓고 이야기할 이유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는 “최악은 피했다”는 분위기지만, 이를 드러내는 것이 자칫 상대 후보나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부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음을 고려한 조처라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이날 안 후보의 협상 결렬 선언이 궁극적으로는 이 후보와 윤 후보 간 지지율 격차 좁히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각종 여러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윤 후보에게 오차범위 밖에서 밀린 것을 두고, 안 후보의 야권 후보 단일화 제안에 따라 정권교체 요구 여론 결집 효과로 해석한 바 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국민이 보기에 단일화 국면이 끝났다고 여겨지면서 여론이 조정될 것”이라며 “이번주 주중 조사부터는 이 후보가 역전하는 조사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단일화 협상 실패 ‘책임론’을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돌리는 한편, 민주당에 실망해 안 후보 쪽에 기울었던 중도층 표심을 끌어오기 위해 조심스럽게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가 저런 발표를 하게 된 것은 이준석 대표나 윤 후보, 국민의힘 측에서 안 후보를 모욕하고 모멸감을 준 결과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어 “저희는 안 후보가 제시하는 과학기술강국 어젠다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잘 수용할 자세가 돼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공학적인 단일화 여부를 넘어 저희가 집권해도 통합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자세를 갖고 항상 열려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통합정부’ 연대 제안을 재차 띄우며, 안 후보와 국민의힘 사이의 틈새 벌리기에 나선 것이다.
다만 당 일각에선 야권 후보 단일화의 ‘불씨’가 언제고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경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정치권 특성상 언제 어떻게 단일화 국면이 재개되고 판세가 요동칠지 알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우상호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당사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사전투표일까지 남은 약 2주가 선거운동 기간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기간”이라며 “선대위를 비상체제로 전환시켜 총력전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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