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25일 오후 서울 상암 <서울방송>(SBS)에서 열린 제20대 대선 제2차 초청후보자토론회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두 후보는 사드 관련 3불 정책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2차 텔레비전 토론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3불 정책(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 불추진)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윤석열 후보는 “한미 간 엠디(MD·미사일방어체계)는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고, 한미일 군사동맹과 관련해 “그걸 안 한다고 중국에 약속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윤 후보의 엠디와 한미일 군사동맹에 대한 발언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포함한 역대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와 충돌한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한국 정부는 한미일 동맹이 아니라 한미일 안보협력을 하고 있고, 미국 엠디 참여 검토를 명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윤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3불 정책에 대해 “그런 입장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며 “필요하면 저희가 주권 상황에 따라 판단하면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심상정 후보가 “한미일 군사동맹에 참여해서 유사시에 일본이 한반도에 개입하게 할 생각은 아니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윤 후보는 “우리와 일본 사이에 군사 동맹까지 가야 하는지, 아직 그런 사안까지 오지 않았기 때문에”라며 “그러나 그걸 안 한다고 중국에 약속할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심 후보는 “한미일 군사동맹 검토하시는 거냐”고 다시 묻자 윤 후보는 “절대 안 하실 거냐”고 되물었다.
역대 한국 정부는 ‘한미일 동맹’이 아닌 ‘한미일 안보협력’이란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해왔다. 한미와 미일은 동맹이지만 한일 관계가 동맹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은 중국을 견제하려고 한미일 3각동맹을 원하지만, 한국 정부의 기본 입장은 일본과도 협력해서 한미일 협력을 지속적으로 공고히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에서 심 후보가 “유사시에 한반도에 일본이 개입하도록 허용하는 건데 그걸 하시겠나”고 묻자 윤 후보는 “유사시에 들어올 수도 있는 거지만 꼭 그걸 전제로 하는 건 아니다”고 답했다. 역대 정부가 한미일 동맹을 공개 거론하지 않은 것은 일제 강점 등 한일 관계의 역사적 특수성 때문에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까지 상정하는 한미일 동맹을 우리 국민이 결코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날 윤석열 후보가 한미일 군사동맹 검토 필요성을 꺼낸 것은 중대한 실언이란 비판이 예상된다.
윤 후보는 엠디도 “필요하지 않나 싶다”며 “초음속 미사일이 개발되면 대응하는 데 한미 간 엠디는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 후보는 “한미일 군사동맹이나 미국 엠디는 역대 정부 어디에서도 참여하지 않았다”며 “동북아 전략적 균형이 무너질 때 우리가 아시아의 우크라이나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대중 정부 이후 역대 정부는 엠디와 관련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20년 넘게 정권이 바뀌어도 ‘미국 엠디 편입은 중국과 북한을 자극해 동북아의 군비경쟁을 일으키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역대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맞서 방공과 미사일 방어능력을 향상시키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발전시키되 이 체계는 미국의 엠디와는 별개의 체계이고, 이를 통합할 계획은 없다’는 기조을 유지하고 있다. 엠디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는 윤 후보의 이날 발언은 기존 한국 외교안보의 틀에서 벗어났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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