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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단일화 문 닫을지 말지…국민의힘 ‘경우의 수’ 계산 분주

등록 2022-02-28 20:24수정 2022-02-28 20:45

안쪽 “협상일지 허위 조서 보는듯”
결렬 책임 전가에 불쾌·불신 드러내

이준석 “윤 후보 경쟁력 충분”
단일화보다 지지층 결집 힘 실어

당내선 초접전 판세 우려 목소리
“투표 전날까지 단일화 노력해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8일 오후 강원 강릉시 월화거리광장에서 유세를 마치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8일 오후 강원 강릉시 월화거리광장에서 유세를 마치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파국 수순’으로 접어들면서, 두 당의 책임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20대 대선 투표용지 인쇄일인 28일, 국민의당은 “손목이 잘려나간 불쾌감과 충격”이라며 국민의힘을 맹비난했고, 국민의힘 안에선 ‘자강론’이 힘을 받고 있다. 다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 후보의 초박빙 판세가 이어지는 만큼, 당 내에선 사전투표 전날(3월3일)을 ‘3차 단일화 시한’으로 잡고 협상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다.

단일화 협상에 나섰던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제발 단일화의 손을 잡아달라 간청해서 선의를 가지고 손을 내밀었다가, 제 손목이 잘려나간 그런 불쾌감과 충격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전날 윤 후보와 국민의힘 쪽이 협상 일지까지 공개하며 결렬 책임을 국민의당에 떠넘긴 것에 대한 반박이다. 그는 “안철수 후보가 대선 완주를 선언한 이후 (윤석열) 후보를 비롯한 여러분이 대화 재개를 간곡히 요청해, 선의를 갖고 (윤 후보 쪽의) 진의를 파악하고자 만났는데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까발리는 것은 정치적 도의와 윤리에 어긋나는 짓”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뜻대로 안 되면 깐다’는 취지의 목적으로 작성된 협상 일지를 보면서 마치 수사기관의 허위 조서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일지 내용 경과를 보면서 그분들이 주장한 단일화 진정성은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공동정부 운영을 위한 인수위원회 공동 운영 등을 합의했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서도 “우린 장제원 의원을 통해 윤석열 후보의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단일화를 위한 협상이 아닌, 그저 국민의힘의 제안을 전해 들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안에선 ‘더 이상 할 수 있는게 없다’며 윤 후보의 ‘독자 행보’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협상 과정에서 ‘인수위 공동 운영’ ‘공동 내각 구성’ 등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격상하는 등 최대치로 예우한 제안을 국민의당이 거부한 마당에 추가적인 협상 진전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번 협상 결렬을 ‘지지층 결집’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안 후보 때문에 우리가 단일화 수렁에 빠진 셈이 됐다”며 “정치공학적으로도 이제 단일화는 의미 없다. 진정성 있게 국민에게 다가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에서 인수위 공동운영 등을 언급하며 “이번에도 지지율 격차를 봤을 때 우리 후보가 굉장히 예우한 거고 파격 제안임에도 일정 부분 합의했다가 나중에 파기한 거 보면 국민의당은 이것을 뛰어넘는 제안을 기대했거나 이런 거 같은데 그건 사실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어 “저희 후보의 경쟁력 충분하기 때문에 당 내부에서는 후보가 정책과 비전 메시지 집중하는 게 어떻냐는 게 조금씩 커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아도 ‘승산’이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당내 우려 섞인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지지율이 접전인 상황에서 안 후보의 대선 완주가 윤 후보에게 ‘악재’인 것은 분명하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단일화 결렬에 대해 “정말 아쉽다”며 “투표 전날까지도 단일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한 의원은 “사표 방지 심리 때문에 현재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전부가 득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관건은 안 후보의 이탈표다. 어디로 갈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로는 ‘마지막까지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과 물밑 접촉 여부에 대해 “아직은 접촉 노력은 없다”면서 “전에도 (접촉이) 끊어졌다고 얘기됐는데 이어져 온 부분도 있고 아직 시간이 며칠이라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60%에 이르는 정권교체 여론을 받아안아야 한다”며 “단일화를 추진하는 자체가 윤 후보의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국민에게 각인시키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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