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군 성폭력 피해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예람 공군 중사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특별검사법이 발의됐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줄기찬 요구에 여당이 화답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김승원·김의겸·민형배 의원 등 12명은 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조적 성폭력과 덮어주기로 피해자를 사지로 몰아가던 군을 바꾸겠다”며 “우리 사회의 이러한 구조적 성폭력, 성불평등을 해소하는데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앞장서겠다는 약속과 함께 오늘 이예람 중사 사건 특검법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공군 성폭력 사건 특검에 소극적이던 민주당이 태도를 바꾼 배경에는 심 후보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다. 앞서 심 후보는 지난달 25일 대선 티브이(TV) 토론 마무리 발언에서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환씨의 호소를 전하며 “지금 야 3당은 다 특검에 동의하고, 법안을 공동발의했다. 여당에서 결단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뒤에도 민주당의 반응이 없자 심 후보는 지난 2일 마지막 토론에서 “(특검 문제를) 당과 이야기해봤냐”며 이 후보를 채근했다.
결국 이튿날인 지난 3일 이 후보는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환씨에게 전화를 걸어 특검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전날 “(이 중사 문제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계속 장례식장 가보려고 했는데 늦어져서 미안하다. 특검이 되도록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고 이씨는 전했다. 이씨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 2일 이 후보가 특검에 찬성한다고 말한 날이 예람이의 아주 아픈 성폭력 기억이 있는 그 날”이었다며 “그 말을 듣고 너무 좋아서 감격해서 예람이 영정을 끌어안고 울었다. ‘이제 됐구나’하는 진짜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심 후보가 다수를 움직이게 하고, 다수가 침묵하는 와중에 이 후보가 손잡는 모습을 보니까 다들 우리 예람이 위해 명예를 찾아주려는 게 고마웠다”며 “이 후보와 통화하자마자 심 후보에게도 따로 전화해 감사의 말씀을 드렸다”고 덧붙였다. 이 중사 아버지 이씨는 딸의 장례식을 9개월째 치르지 못하고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지내며 진상규명과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이었던 이 중사는 지난해 3월 초 저녁 자리에 억지로 불려 나가 선임인 장아무개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동료·상관들의 회유와 압박 등 ‘2차 가해’에 시달린 끝에 지난해 5월21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심 후보는 이번 대선 티브이 토론 때마다 이처럼 ‘지워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열린 대선 토론에선 고 변희수 하사의 1주기인 지난달 27일에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고 제안하는가 하면, 지난 2일에도 거대 양당이 고 김용균씨 사건에도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데 관심이 없다며 “정치인들 가족이나 자식들은 비정규직으로 가서 현장에서 그런 참사를 당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 그래서 절박하지 않은 것”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심 후보는 이날 오전 남편 이승배씨, 아들 이우균씨와 함께 서울 종로 혜화동 주민센터을 찾아 사전투표를 했다. 심 후보는 투표 뒤 “기득권 정치를 다당제 책임 연정으로 바꾸는 대전환의 선거”라며 “우리 시민 여러분들께서 소신투표 해주시고, 내 삶을 바꾸는 미래를 위한 소중한 한 표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사전투표 뒤 현대로템 창원공장을 방문한 심 후보는 경남 방위산업 노동자들과 정책협약식을 맺은 뒤 대구·대전 유세를 이어갔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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