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8일 오후 부산 연제구 온천천 앞 유세 현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메시지를 내는 대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성가족부 폐지” 등 그동안 자신이 공개했던 여성 관련 단문 공약들을 모조리 이어 붙여 올렸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커뮤니티 여론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더불어엔(n)번방”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성착취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텔레그램 엔번방 사건을 정치공세용 단어로 소비한 셈이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 “여성이 안전한 대한민국, 성범죄와의 전쟁 선포”라고 적힌 단문 공약들을 모아 올렸다. 각각 1월6일, 1월7일, 3월2일 공개했던 ‘여성 관련’ 공약들을 여성의 날을 맞아 다시 한 번 환기한 것이다. 또 경쟁 후보들이 이날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별도의 메시지를 내놓은 것과는 달리, 윤 후보는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도 않았다. 윤 후보는 1시간가량 지난 뒤부터 “탈원전 백지화, 원전 최강국 건설”, “시민단체 불법이익 전액환수”, “주적은 북한”, “사드 추가 배치” 등 다른 단문 공약들도 모아 올렸는데, 국민의힘 쪽에선 “여성의 날이라 (여성 관련 정책을) 제일 먼저 올렸을 뿐, 그간의 핵심 정책들을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의 ‘여성의 날’ 메시지는 선거대책본부 이름으로 나왔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여성과 남성, 이분법적 구분에 가려졌던 일상의 어려움에 주목하겠다. 일부 여성과 특정 시민단체들이 정부의 지원을 독점하는 것이 아닌 여성 한 분 한 분이 체감하는 어려움을 해소할 맞춤형 정책 마련에 앞장서겠다”는 논평을 냈다. 국민의힘 여성본부는 “세계 여성의 날 정신으로 3월9일 여성의 힘을 모아달라”는 성명을 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한 공세의 수단으로 엔번방을 언급하기도 했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오전 확대선거대책본부 회의에서 “민주당이 선거 막판에 패색이 짙어지자 또다시 여론조사 수법을 들고 나왔다. ‘김만배 녹취록’ 영상이 올라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이재명 후보가 본인의 SNS에 링크를 걸고 퍼트려달라며 소위 ‘밭갈이’를 시작했고, 그것으로도 부족한지 추천수 조작이라는 범법 행위까지 동원했다”며 민주당의 ‘커뮤니티 여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텔레그램 비밀방에 2만명이 넘는 인원을 동원해 댓글 조작 지시를 내렸고 여기에 당직자와 현역 의원까지 가담했다는 사실이 한 제보자의 양심선언으로 밝혀졌다”며 “비밀리에 성범죄물을 주고받았던 엔번방 수법을 그대로 사용한 더불어엔번방이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텔레그램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을 들어 성착취 사건이었던 용어를 정치공세용 단어로 활용한 것이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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