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소에서 코로나19 확진·격리자들의 투표를 위해 선거 사무원들이 방호복을 입고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사전투표 부실 관리는 막판 대선 정국을 집어삼켰다. 근소하게 승패가 갈릴 경우 사전투표 논란은 자칫 ‘부정선거 의혹’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사전투표에서 드러난 총체적 난국 상황 속에서도 20대 대선 사전투표율은 역대 최고치(36.93%)를 찍었다.
본 투표일을 나흘 앞둔 지난 5일, 오후 5시부터 진행된 코로나19 확진·격리자 사전투표는 선거 관리의 총체적 난맥상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중앙선관위는 선거구별로 투표함을 1개만 둘 수 있도록 한 공직선거법 151조2항에 따라, 이들을 위한 별도 투표함 설치는 하지 못한 채 선거 사무원이 기표한 용지를 임시보관함에 담아 투표함으로 옮기는 ‘대리 투입’ 방식을 도입했다. 중앙선관위는 격리·확진자가 기표 용지를 투표함에 직접 넣을 수 없다는 사실을 미리 공지조차 하지 않았고, 현장에 규격화한 임시보관함을 따로 마련하지 않은 채 투표소별로 비닐봉지, 플라스틱 바구니, 상자, 쇼핑백 등을 무작위로 활용하게 했다. 더 나아가 특정 대선후보에게 기표된 용지가 새 용지처럼 유권자들에게 배부됐고, 사전투표에 참여할 확진·격리자 수를 예측하지 못하면서 대기인원이 몰려 일부 유권자가 투표를 포기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중앙선관위의 안이한 상황 인식과 준비 부족이 ‘공정선거’ 신뢰도를 떨어뜨리면서 논란을 자초한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6일 두 차례에 걸쳐 사과 입장문을 내놨다.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도 대선을 하루 앞둔 8일 대국민 메시지를 내어 “사전투표관리와 관련해 미흡한 준비로 혼란과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 위원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노 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거론하며 중앙선관위의 안일한 대처를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재발방지를 촉구했고, 국민의힘은 중앙선관위원장 사퇴를 거듭 압박했다. 선관위의 부실 관리 논란은 선거 종료 이후에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본 투표는 사전투표소의 4배가량인 1만4046개의 투표소가 운영되는 데다, 확진·격리자도 오후 6시 이후 투표함에 직접 투표용지를 넣을 수 있어 논란의 소지를 없앴다. 다만 확진자가 급증한 상황이어서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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