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새 정부 첫 국무총리로 김부겸 현 총리를 유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윤 당선자 쪽에서 즉각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긋고, 김 총리 쪽에서도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여소야대’ 국면을 타개할 묘수라는 긍정적 반응도 나왔다.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은 14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김 총리를 유임시키는 안이 떠오르고 있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에 “그 얘기를 듣고 저는 개인적으로 가슴이 뛰었다. 너무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조선일보>가 ‘윤 당선자가 김 총리 유임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원 위원장은 “다들 걱정하는 게 민주당이 국회 총리 인준을 안 해준다는 것”이라며 “지금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는 데 정쟁으로 시작한다는 게 우리 윤 당선자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그래서 김 총리가, 개인적인 인연을 떠나서 아주 저는 허를 찌르는 (카드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총리 유임안이) 좋으냐, 나쁘냐를 생각하면 무조건 최상의 안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총리 후보인) 안철수 대표가 오케이 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자리 하나에 연연할 정도면 국가지도자 안 된다”고 답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172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동의가 없으면 총리 임명부터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김 총리가 경북 상주 출신으로 대구에서 국회의원을 했고 한때 한나라당 소속이었다는 점도 긍정적 고려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김 총리는 덕망 있고 존경하는 분이지만, 총리 유임과 관련해서는 검토된 바가 없다”며 “새 총리는 새 정부가 출범하는 시기에 맞춰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인선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협치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김 총리 유임안이) 테이블에 올라온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총리 쪽에서는 언론을 통해 불쑥 유임설을 흘린 데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총리실은 윤 당선자가 대선에서 승기를 잡은 설연휴를 전후로 이른바 ‘윤핵관’ 쪽에서 이런 유임설이 흘러나온 것으로 파악했다고 한다. 총리실 관계자도 “어떤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꺼낸 적이 전혀 없다”며 “그럴 가치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에 이어 마지막 총리까지 중용된 김 총리가 윤석열 내각을 이끄는 게 말이 되느냐는 반응이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김부겸 총리 유임설’을 검토 분위기만으로도 윤 당선자가 통합과 협치를 고민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주는 효과가 있다. 통합을 명분으로 실제 유임 카드를 던지면 민주당 내부에선 수용 여부를 놓고 격렬한 논란도 예상된다. 여소야대 정국 돌파를 위해 “양식 있는 민주당 의원들과는 함께 할 수 있다”는 윤 당선자의 구상과도 맞닿는 지점이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여론의 분위기를 보려고 김부겸 유임 카드를 띄운 것”이라며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총리 안 하는 게 낫다. 민주당이 무조건 낙마하려고 할텐데 가능하겠냐”라고 말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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