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특검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를 윤석열 정부 출범 뒤로 미루기 위한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특별검사가 수사에 착수한다고 해도 정치보복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검찰 재수사’가 더 낫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3월 임시국회에서 ‘대장동 특검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도둑이 도둑 잡는 수사관을 선정하는 꼼수는 더 이상 안 통한다. 가짜 특검으로 말장난 하면서 어물쩍 넘어가려 하지 말길 바란다”며 “말로만 그러지 말고 대장동 의혹 몸통 규명을 위해 중립적이고 공정한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데 민주당이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현충원 방문 도중 기자들을 만나 “우리가 내놓은 특검안이 이미 중립적인 안이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논의하겠다”며 상설특검을 활용한 특검 요구안 추진 의지를 거듭 강조한 데 대한 반응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박광온 의원도 이날 윤 비대위원장 주재로 열린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대장동 특검과 관련해 “이미 대선 과정에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특검법이 소모적 대치로 흐르지 않도록 반드시 통과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윤 당선자를 겨냥한 특검법을 ‘윤석열 정부’ 출범 전 관철시키겠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국민의힘이 ‘수사 방법’에 이의를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의혹 특검 수사에 찬성한다’는 원칙을 강조하지만, 수사 주체 결정은 윤석열 정부 출범 뒤로 미루는 ‘버티기’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수사를 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보다는 윤석열 대통령이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또 문재인 정부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아 특검을 요구했는데, 새 정부가 들어서면 검찰이 수사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기대도 깔려있다. 전날 윤 당선자도 기자간담회에서 ‘대장동 특검’ 관련 질문에 “부정부패에 대해선 확실히 진상 규명할 수 있는 어떠한 조치든 해야 한다”고 원론적인 수준으로 답변하며 특검 수용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피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특검 수사로 대장동 사건을 파헤친다고 해도 ‘정치 보복’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대장동 특검’에 초점을 맞춰버리면 통합의 기조가 무너진다”며 “정권 잡자마자 보복하려고 한다는 프레임에 걸릴까봐 우리도 특검 드라이브를 쉽게 걸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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