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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부정부패 엄단’ 외친 윤석열, 중대부패 MB 사면 요청한다

등록 2022-03-16 04:59수정 2022-03-16 07:04

문 대통령-윤 당선자 회동
윤, 상대 포용 위한 통합’ 아닌
자기편 보수진영 이해 대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오후 산불 피해지역인 강원 동해시 묵호항 등대마을을 방문해 지역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오후 산불 피해지역인 강원 동해시 묵호항 등대마을을 방문해 지역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오는 16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오찬 회동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윤 당선자가 개인 비리를 저지른 전직 대통령 사면을 요구하면서 자신이 속한 보수 진영의 이해를 대변해 문 대통령에게 사면권 남용을 압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브리핑을 하며 “윤 당선자는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요청하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견지해왔다”며 내일 회동 의제로 이 전 대통령 사면을 건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윤 당선자 주변 인사들도 이날 일제히 이 전 대통령 사면을 띄우고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서 결자해지하는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것을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윤 당선자의 측근인 권성동 의원도 이날 “이 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면해주고 그보다 더 연세도 많고 형량도 낮은 엠비(MB) 사면을 안 해준 건 또 다른 정치보복”이라며 “이는 갈라치기”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에서 252억 원을 횡령하고, 삼성으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 89억 원을 받은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 원이 확정됐다.

윤 당선자 쪽이 일제히 ‘엠비 사면’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임기 시작 전에 이 전 대통령 사안을 털고 가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자가 보수 진영의 전직 대통령을 직접 사면하기엔 정치적 부담감이 만만치 않은 데다, 자신이 수사 지휘해 구속기소한 이 전 대통령을 스스로 사면하는 그림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고려한 것이다. 여기에 윤 당선자 최측근으로 꼽히는 ‘윤석열 핵심 관계자’(윤핵관)인 장제원, 권성동 의원 등은 모두 친이명박계로 분류된다. 이들의 사면 요청이 윤 당선자에게 전달돼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윤 당선자 쪽은 앞서 1997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 당선자가 김영삼 대통령에게 ‘전두환·노태우 사면’을 요청했고, 김 대통령이 이를 ‘국민 통합’ 차원에서 받아들인 선례를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역시 당선자가 사면을 건의하고 현직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두환·노태우 사면은 독재 정권의 피해자인 전 대통령이 화해와 통합 차원에서 요청한 것이지만, 이 전 대통령 사면 요구는 자신들이 속해있는 진영의 대통령 사면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국민통합을 위해서 하라는 거면 상대 진영 인사를 사면하자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게 무슨 국민 통합인가”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이번 대선에서 극에 달한 진영 대립을 확인한 만큼, 문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선자와의 첫 회동에서 나온 의제를 무시하고 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청와대와 가까운 한 여권 인사는 <한겨레>에 “엠비 사면 문제는 당선자가 요구하면 대통령이 참 곤혹스러울 거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의 ‘동시사면’ 가능성도 제기됐다. 권성동 의원도 이날 “문 대통령 최측근인 김 전 경남지사를 살리기 위해, 동시에 사면하기 위해서 (이 전 대통령을) 남겨놓은 것이라는 정치적 함의가 숨어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다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권 의원 발언에 관해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당선자 주변에서 이렇다저렇다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당선자에게도 예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해 뇌물을 수수해 징역 17년형을 선고받은 이명박에 대한 사면은 가당치 않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수사를 지휘하던 윤석열 당선자가 이명박의 사면을 요구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했다. 문 대통령을 향해서도 “이명박 사면은 국민 통합이 아니라 법과 원칙 적용에 예외를 두는 것이자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결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남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개혁입법 특별위원장은 “사면제도는 삼권분립의 원칙이나 사법제도의 신뢰를 흔들 여지가 있어 남용해선 안 된다”며 “이 전 대통령의 부패 사건은 사면권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이완 기자 wani@hani.co.kr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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