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면담하며 악수하고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8일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을 만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롯한 국제정세와 외교 및 한반도 문제 등을 논의했다. 윤 당선자는 대선 이전에도 반 전 총장과 두차례 가량 전화통화를 하는 등 인연을 맺어왔다.
윤 당선자는 이날 오후 2시30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자 사무실에서 반 전 총장을 약 한 시간 동안 만났다. 윤 당선자는 “제가 바로 식사를 모시려고 하다가 오늘 그냥 이렇게 뵙는 게 어떨까 싶었다”고 환영하자, 반 전 총장은 “앞으로 두 달도 안 남은 시간이지만 좋은 준비 해서 국정을 이끌어달라”고 화답했다. 이어 반 전 총장은 “미중 간 여러 알력이라든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지금 국제 사회가 어렵다”며 “자강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윤 당선자는 “네”라며 동의했다.
반 전 총장은 특히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하면서 “국민들이 한미동맹 관련해서 약간 당연시 하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 동맹은 미국-나토 동맹과도 다르다”고 했다. 나토의 경우엔 소속 회원국들이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자동개입하게 돼 있지만 한미동맹은 미 국회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그런 점을 우리가 좀 잘 알고 한미동맹 관계를 정확히 한 바탕 위에서 남북관계, 특히 중국과의 관계 등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바람직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엔 박진 국민의힘 의원, 김숙 반기문재단 상임이사,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이 함께했다.
반 전 총장은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한미동맹의 굳건한 바탕 위에서 중국과의 관계, 특히 일본과의 관계가 아주 나빠졌는데 이런 한일 간의 관계도 정상화해서 인접국으로서 같이 협력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또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너무 감성적으로 대하기보다는 좀 더 국제 사회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원칙, 기준, 가치 바탕 위에서 남북관계를 이끌어나가고 같은 민족으로서 그런 문제는 얼마든지 북한을 도와줄 수 있다는 말씀드렸다”고 했다.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서도 “국제 사회와 호흡을 맞춰가면서 2050 탄소 중립을 꼭 이뤄야 한다고 전했다”고 했다. 또한 “우리가 너무 국내문제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한국이 높아진 경제적 위상을 감안해 공적개발원조금(ODA)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35%) 정도까지는 높여야 한다”는 점을 짚었고, 이에 윤 당선자는 “참고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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