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실에서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부가 국민 1만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항체양성률 표본조사를 하기로 했다. 항체양성률 표본조사는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내놓은 ‘과학방역’ 대책 가운데 하나다. 인수위는 또한 확진자 감소세를 확실하게 확인하고 난 뒤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30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자신이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활동 경과를 설명하며 “오미크론 시대는 (항체양성률 표본조사가) 예전보다 더 필요한 상황이 됐다”며 “정부에서 1만명 규모의 항체양성률 조사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방역 관리에 도움이 되는 과학적 데이터이기 때문에 이런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정부에서 받은 것”이라며 “저희들이 나름대로 말한 과학방역 기반된 게 하나씩 만들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질병관리청도 전국 17개 시·도 1만여명 규모 항체 양성률 표본 조사 설계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동안 항체양성률 조사에서 참여자 모집과 혈청 조사, 발표까지 보통 3개월가량 걸렸던 것으로 미뤄볼 때 이번 조사 결과도 이르면 6월 말은 되어야 나올 전망이다.
앞서 안 위원장은 지난 22일 코로나비상특위 회의 결과에 대해 간담회를 열어 과학방역 정책 권고안 7가지를 제안하면서 “일반 국민 대상 항체양성률을 정기적으로 조사해 방역 정책에 반영하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30일 0시 현재, 한국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는 1277만4956명이다. 국내 인구 5200만명 기준으로 보면, 확진자 비율은 24.6%가 된다. 항체양성률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나아서 항체를 지니고 있는 비율을 일컫기 때문에, 항체양성률 표본조사에서 24.6%보다 높은 비율이 나오면 그만큼 방역당국에 발견되지 않은 확진자가 많다는 뜻이 된다. 이런 데이터를 반영해서 4차 접종 등의 정책 결정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교수(사회의학)는 “과거에는 확산 억제를 잘 해와서 숨은 감염자가 많지 않았지만 오미크론 유행이 되면서 지역사회 내에 확인되지 않은 감염자도 상당히 있을 것”이라며 “(항체양성률 조사로) 지역사회 내 실제 전파 양상을 알 수 있고 ‘돌파감염’이 어느 정도 일어나고 있는지도 파악해 추가 접종 전략을 마련할 때 (조사 결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어 지금 시점에서 항체양성률을 조사하는 것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안 위원장은 또한 “정점이 확인되고 내려가는 추세일 때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게 맞다고 저희들은 제안하는 바”라며 “확진자 감소세가 확실하게 확인됐을 때 단계적으로 거리두기를 완화하라고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요청하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정부가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이 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데, 다시 (하루 확진자 수가) 40만명으로 조금 올라가고 있어 아직은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유행의 정점이 확인되기 전에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동현 교수도 “우리는 지난 한달 (확진자 수가) 올라가고 있는데 계속 완화하는 전략을 펴왔다”며 “오미크론 자체에 의한 것보다 정책 완화로 인해 초과 확산된 확진자도 상당 부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안 위원장의 이런 요청을 포함해 구체적인 거리두기 조정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정부의 거리두기 조정안 논의 구조 안에서 안 위원장의 요청까지 감안해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달 4일부터 적용되는 새 거리두기 조정안을 다음달 1일 발표할 예정인데, 현행 ‘사적모임 8명, 영업시간 밤 11시’인 거리두기를 ‘10명, 밤 12시’로 완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아울러 자영업자·소상공인 피해 지원과 관련해 다음달 1일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했던 일회용품 사용금지 규정을 한 차례 더 연장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청했다며 “환경부에서도 완전히 금지하기보다는 유예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고,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현재 1급으로 지정돼 있는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2급으로 내리는 문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갈려 추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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