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 이창양 카이스트 교수. 공동취재사진, <한겨레> 자료 사진
윤석열 정부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 이창양 카이스트 교수(경영공학)가 언론에 기고한 칼럼에서 “출산기피 부담금을 물리자”고 주장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교수는 2010년 12월16일치 <조선일보>에 게재한 ‘출산 기피 부담금’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경제학적으로 접근한다면 경제력이 있으면서도 출산을 기피하는 데 부담금을 도입하는 것이 의미 있는 정책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건강이나 경제 사정 등 불가피한 경우 이외에 출산을 기피하는 세대에게 일종의 부담금을 물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출산 기피 부담금 도입 근거에 대해 “개인의 출산기피 행위가 사회적으로 해로운 외부효과(negative externality)를 갖기 때문”이라며 “쉽게 말해 자신은 출산을 기피하여 출산에 따른 부담을 지지 않으면서 출산 가정의 자녀들에게 노후 복지 등을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출산 기피 부담금을 통해 마련된 재원은 지역마다 양질의 시설과 교사를 갖춘 보육 시설을 설치하는 데 쓰자고 제안했다.
이창양 교수의 2010년 12월16일치 <조선일보> 칼럼
이 교수는 윤석열 정부 초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서울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하버드대에서 기술혁신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아 기술혁신경제 전문가로 꼽히는 이 교수는 이번 인수위에서 산업과 일자리 분야를 관장하는 경제2분과 간사로 일하고 있다.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전신인 통상산업부와 산업자원부에서 산업정책 과장과 장관 비서관까지 지냈다.
하지만 12년 전 칼럼이 재소환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애 낳으면 돈 준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애 안 낳으면 돈 내라는 소리는 처음”(페이스북 노승희씨), “인간을 출산 기계로 보는 인간관으로 보아 절대로 공직에 있어서는 안 된다”(트위터 @moocha_moocha_) 등과 같은 반응이 나왔다. 정치경제학자 홍기빈씨도 페이스북에서 “경제학은 이런 학문인가”라며 “아이를 낳지 않아서 발생하는 ‘마이너스 외부효과’로 징벌세를 물린다면, 아이를 낳아 기르는 기쁨과 즐거움까지 포기하면서 경제활동에 매진하여 경제에 기여하게 되는 ‘플러스 외부효과’에 대해서는 어떤 보상을 줄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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