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청와대 사진기자단
지난 6일 정계 은퇴를 선언한 최재성 전 정무수석은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와 신뢰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라며 “송 전 대표가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4선 의원 출신이자 민주당 내 ‘86그룹’의 일원인 최 전 수석은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송 전 대표의 출마는 서울시장 선거 하나 또는 송영길 전 대표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3·9 대선을 앞두고 송 전 대표가 ‘586 용퇴론’을 내세웠다가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것은 “번복”이라고 지적하며, “그렇기 때문에 송 전 대표가 출마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완벽히 이길 수 있는 상황이더라도 출마가 적절한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송 전 대표의 출마는 민주당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큰 타격을 안기는 송탐대실”이라고 했다.
최 전 수석은 송 전 대표를 포함한 예비 후보군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서 경쟁력 있는 후보들을 선별하는 절차도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주도권이 있는 사람이 여론조사에서 유리하다”며 “송 전 대표를 포함해 (예비후보들 간) 상대적 비교를 한 결과로 후보 공천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송 전 대표가 아무도 가라고 한 적이 없는 길을 혼자 갔기 때문에 혼자 그냥 돌아오는 수밖에 없다”며 “없어도 되는 분란을 만든 것이다.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최 전 수석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지금까지 무겁게 걸머지고 온 저의 소명을 이제 내려놓기로 했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소명이 필요하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통화에서 “정계은퇴는 오래 전부터 해오던 생각”이라며 “이미 (2015년에) 2016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었고 그때부터 언제 어떻게 정치를 그만둘지 생각을 항상 갖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불출마 선언 당시엔 예상하지 못했던 촛불 정국과 조기대선이 이어졌다”며 “그래서 제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했던 시련과 영광의 시간들과 함께 퇴장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정계은퇴를 잠시 미뤘으나, 이제는 오랜 고민대로 정치권을 떠나겠다는 이야기다.
최 전 수석은 정치권에 시대적 가치를 담은 거대 담론이 실종되고 파편적인 정책으로 표몰이만 하는 모습에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어떤 시대에도 국가와 사회가 나아가야 할 커다란 방향을 뒷받침하는 철학과 담론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 것도 없이 정책을 내고 경쟁을 하면 포퓰리즘으로 흐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가령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중도개혁’ 노선을 제시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중심’ 경제라는 방향을 제시했다”며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사회경제정책을 관통하는 담론이 사라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 때 쓰인 ‘나를 위해 이재명’이 좋은 슬로건이었던 이유는, 정치는 개개인에게서 출발한 각종 이해와 관계가 얽힌 세상에서 하나의 국가운영의 원리를 세우고 정책을 펼쳐가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소득격차와 불평등을 좁히기 위해 과세를 할 때도 부채를 포함한 실제 소득과 자산을 세밀하게 따져 차등적으로 하는 등 개개인의 경제 사회적 처지 고려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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