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국회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신임 원내대표의 예방을 받고 기념촬영 뒤 자리에 앉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이 11일 검찰 수사권-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등 총력 저지를 공언하면서, 여야가 벼랑 끝 대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특정 사건의 수사를 막고 특정 사건의 수사를 하게 하기 위해서 검찰 개혁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70년 동안 잘못된 관행으로 잘못된 제도로 자리잡아왔던 과도한 검찰의 권한, 그것이 기득권을 낳았고 특권을 낳았기 때문에 그 특권을 해체하고 정상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검찰 개혁의 목표”라고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그동안 우리 민주당은 검찰수사권 분리에 대한 당내 의견 수렴에 집중해왔다. 검찰수사권 분리라는 대원칙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였고 후속조치 등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며 “내일 정책의총에서 국민과 당원 지지자들의 뜻이 모아져 결론에 도달하게 되면 국민과 역사를 믿고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을 박탈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등 ‘2차 검찰개혁안’에 대한 추진 의사를 강하게 피력한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은 현 여권과 관련된 권력 비리 수사를 막겠다는 의도라며 반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결국은 문재인 정권의 실세들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거기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선 결과에 대한 불복이 또 거기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수사-기소 분리 법안’을 필리버스터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권 원내대표는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이 강행 시 필리버스터라든지 물리적으로 대응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당연히 그 순서대로 가야 하지 않겠냐”고 답했다. 다만 172석의 민주당이 강행 처리에 나선다면 국민의힘이 물리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수적으로 밀어붙이면 현실적으로 막기 어렵다”며 “민주당에 이해를 구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위원 전원도 성명서를 내고 “오로지 민주당을 위한 ‘검수완박’, 국가와 국민 앞에 대죄 짓는 ‘이재명 비리 방탄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국회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 유상범 의원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검수완박’은 ‘이재명 비리 방탄법’”이라며 “권력에 짓눌려 중단되었던 각종 권력 비리 수사를 막고 대선 기간 중에 드러난 이재명 전 대선 후보와 배우자인 김혜경씨의 비리 수사도 막아 그동안 자행한 거악의 권력형 범죄에 면죄부를 받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야의 ‘검수완박’ 대치가 본격화될 경우, 이는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정국의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선거를 앞둔 선거구 획정과 중대선거구제 개편 논의, 윤석열 정부의 초대 내각 인사청문회 등이 공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2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첫 원내대표 회담을 열어 선거법 개정과 ‘검수완박’을 주요 의제로 논의할 방침이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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