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순회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1일 경상북도 안동시 안동 중앙신시장을 방문, 시민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과 거리를 두고 있다. 대선 후보 시절 검찰 개혁 등 본인의 ‘전공 분야’에 대해선 강한 어조로 명확한 입장을 밝혔던 것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찬반이 팽팽한 입법 논쟁에 당선자 본인이 뛰어들어 판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직전 검찰총장으로서 검찰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당선자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일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수석부대변인은 11일 서울 통의동 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대한민국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중차대한 사안을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국민적 우려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사안에 대해 윤 당선자는 아무런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윤 당선자의 현재 관심은 오로지 민생안정, 경제발전, 그리고 튼튼한 안보다. 윤 당선자는 이를 위한 새 정부의 국정운영 구상에 몰두할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에 대한 인수위의 첫 공식논평이지만 “국민적 우려”만 전했고 윤 당선자는 이 문제와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윤 당선자도 지난 7일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검사 그만둔 지 오래된 사람이고, 형사사법제도는 법무부하고 검찰하고 하면 된다. 나는 국민들 먹고 사는 것만 신경쓰려고 한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검수완박 논의가 아직 인수위 전체 테이블에 올라오지 않았다. 원내 사안이라서 당에서 잘 대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직전 검찰총장으로서 이해관계가 여전하다고 의심받는 윤 당선자가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윤핵관’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내세워 입법을 저지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을 “천인공노할 범죄”라고 비판한 데 이어 이날 열린 첫 의원총회에서도 “검수완박법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각종 권력형 비리 부정 (수사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결사 저지’를 선언했다.
윤 당선자가 ‘참전’한다고 해도 싸울 수단이 마땅치 않고 가져갈 이득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윤 당선자가 검수완박 입법을 놓고 172석 민주당과 각을 세우는 방법은 ‘여론전’밖에 없다. 취임도 하기 전에 ‘예비 거대야당’과 갈등을 자초하는 것은 윤 당선자로서는 큰 정치적 부담이다. 특히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당선 한 달 만에 다시 50%를 넘어선 상황에서 ‘실점’을 할 필요 없다는 계산도 깔렸을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리얼미터가 성인 2518명을 대상으로 지난 4일~8일 윤 당선자가 취임 뒤 국정 수행을 잘할지 물은 결과(95% 신뢰 수준, 오차범위 ±2%포인트), ‘잘할 것’이라는 응답은 50.4%로 지난주보다 1.6%포인트 오르며 상승세를 보였다. 또 민주당 안에서 검수완박 입법을 둘러싼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만큼 윤 당선자가 섣불리 나설 때가 아니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민주당과 검찰의 싸움에 괜히 끼어들 필요가 없다. 민주당에서도 검수완박을 몇몇 강성 의원들이 주도하는 거 같은데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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