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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면목 없어, 죄송”…박근혜에 고개 숙인 윤석열, ‘보수 결집’ 노림수

등록 2022-04-12 17:36수정 2022-04-13 02:43

대구 집 찾아 깍듯이 예방
‘명예회복·정책계승’도 약속
“탄핵·민주주의 부정” 비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에 도착,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당선자 대변인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에 도착,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당선자 대변인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택을 찾아 “참 면목이 없다. 늘 죄송했다”고 고개를 숙이며 박 전 대통령 명예회복과 정책 계승을 약속했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웠던 윤 당선자가 6·1 지방선거 승리와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탄핵을 부정하는 퇴행적 행보를 보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구·경북 지역을 순회 중인 윤 당선자는 이날 대구 달성군에 있는 박 전 대통령 집을 방문해 50분간의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님 건강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며 “아무래도 지나간 과거가 있지 않나.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 속으로 갖고 있는 미안함이나 이런 것을 말씀드렸다”고 했다. 윤 당선자가 2016년 특검 수사팀장으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며 박 전 대통령에게 중형을 구형했던 ‘과거사’에 미안한 감정을 나타낸 것이다.

회동에 배석했던 윤 당선자 쪽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과 박 전 대통령 쪽 유영하 변호사의 브리핑을 종합하면, 윤 당선자는 박 전 대통령에게 과거 수사에 대해 “참 면목이 없다. 늘 죄송했다”고 했고 박 전 대통령은 담담히 듣고 있었다고 한다. 이어 윤 당선자는 “박 전 대통령의 굉장히 좋은 정책이나 업적이 있는데 그런 부분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부분이 굉장히 아쉽다. 박 전 대통령이 했던 일들, 정책에 대해 계승도 하고 널리 홍보도 해서 박 전 대통령께서 제대로 알려지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자 박 전 대통령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윤 당선자가 ‘인간적인 미안함’에서 더 나아가 비선실세 국정농단에 따른 탄핵으로 막을 내린 박근혜 정부 명예회복과 정책 계승을 약속한 것이다. 윤 당선자는 “박정희 대통령께서 당시 내각과 청와대를 어떻게 운영했는지 자료를 봤고 박정희 대통령을 모시고 근무한 분들을 찾아뵙고 국정을 어떻게 이끌었는지 배우고 있다”고 치켜세웠고 박 전 대통령에게 “많은 가르침”도 청했다고 한다. 윤 당선자가 “당선되고 나니 걱정돼서 잠이 잘 오지 않더라”고 하자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자리가 무겁고 크다”며 화답했다.

6·1 지방선거도 이들에겐 공통 화제였다. 윤 당선자는 “대구·경북에서 몰표를 줘서 당선됐다. 표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지만 대구 개표가 늦어진 것을 알아서 당선될 거라 생각했다”고 하자 박 전 대통령은 “대구 발전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윤 당선자가 “그렇지 않아도 권영진 대구시장이 (대구 발전을 위한) 청구서를 들고왔다. 복지 문제는 (경북대)병원장을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했으니 잘 해결될 것”이라며 자신의 오랜 지인인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을 복지부 장관으로 발탁한 점을 강조했다. 윤 당선자의 대통령 취임식 참석 요청에 박 전 대통령은 “현재 건강상태로는 자신이 없지만 앞으로 노력해서 가능한 한 참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에 도착, 박 전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당선자 대변인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에 도착, 박 전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당선자 대변인실 제공

윤 당선자가 이날 박 전 대통령을 만나 깍듯이 모시는 모양새를 연출한 것은 보수층 내부에서 여전히 취약한 지지 기반을 다지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당선자는 보수 정당에 영입된 일종의 최고경영자(CEO) 같은 사람이다. 여전히 티케이(TK) 지역 오너인 박근혜 전 대통령께 시이오가 인사하러 간 상황”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국정농단 수사를 주도한 당사자가 “면목이 없다”며 탄핵 당한 전직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이고 명예회복을 약속한 행태는 모순적이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석열) 당선자가 박(근혜)씨에게 ‘면목없다’ ‘죄송했다’고 한 것은 탄핵을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발언”이라며 “검찰의 공무와 국회의 책무,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폄훼했다. 개인 간의 소회는 나눌 수 있지만,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대통령 당선자의 언어로서는 매우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정당한 이유로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이는 건 윤 당선자를 뽑은 국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라며 “지지층 결집만을 노린 행보로, 윤석열 정치의 한계가 될 수 있고 앞으로도 윤석열 정치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가 ‘박근혜 복권’을 시도하고 박 전 대통령이 이를 발판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행보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박 전 대통령의 발언과 행보를 보면 대구·경북에서만큼은 특정 후보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회복하고 명예를 회복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중도층 등에서 역풍이 불 수 있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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