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당선 이후 38일 만인 15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찾아 지도부와 면담하고 “앞으로도 한국노총의 변함없는 친구로 남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을 방문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와 간담회를 열고 “한국노총이 추구하는 더 나은 사회,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꾸준히 소통하며 우의를 다져나가겠다”며 “현실적인 난제는 솔직히 털어놓고, 또 대안이 필요하면 함께 머리 맞대고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 평가하지 않은 국가·사회·기업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우리 경제가 초저성장이 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어느 때보다 한국노총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날 한국노총 출신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윤 당선자가 이 사실을 언급하며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잘 반영하겠다”고 말하자 현장에선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은 새 정부와 모든 문제, 모든 현안에 대해 어떠한 틀에도 얽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화하겠다”며 “신뢰를 전제로 한 대화가 아니라, 신뢰를 쌓아가는 단계로서의 대화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다만 “근로시간과 최저임금을 포함한 임금체계 문제는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핵심적 사안”이라며 “이 문제에 접근하는 정부의 태도가 향후 5년간 노정관계의 시금석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가 최저임금 차등적용 등을 언급한 것에 대해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한국노총은 오는 25일 확정되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최종안 발표를 앞두고 ‘노동사회정책 7대 불가 정책’을 당선자 쪽에 전달하기도 했다. 노동을 개혁 대상으로 지칭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고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다고 했던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개정 △최저임금 차등적용 △선택근로시간제 정산 기간 1년 이내로 확대 △임금체계 개편을 이유로 한 집단 동의 절차 완화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과 국민연금 통합 △노조 특별채용을 ‘고용세습’으로 규정 후 엄정 대응 △노조의 사업장 점거행위 엄정 대응 등을 국정과제에 담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가 끝난 뒤 “한국노총과의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 빈말로만 들리진 않았다”며 “다만 25일 발표되는 국정과제에 7대 불가 정책이 들어가 있으면 오늘 얘기한 것이 해프닝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협력관계를 제안한 윤 당선자와 달리 한국노총은 구체적인 정책 방향이 나올 때까지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취지다. 김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 말미에 “제일 중요한 것은 말뿐인 신뢰가 아니라 착한 정책”이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윤 당선자는 당선 이후 38일 만인 이날 노동계와 처음 면담했다. 앞서 2012년 12월19일 당선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인수위원회 해단식이 열린 2013년 2월22일 대통령 취임 전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한국노총을 찾아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한국노총의 지지 선언을 받고 당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 이후 36일만인 2008년 1월23일 한국노총과 첫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배현진 당선자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방문 계획을 묻는 말에 “노동계 어느 분야든 모든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에 미리 제한을 두지는 않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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