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범(왼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와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명단(유상범, 전주혜, 조수진)을 박광온 법사위원장에게 제출한 뒤 위원장실을 나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 강행처리를 놓고, 여야가 21일 막판 협상에 나섰다. 중재안을 마련하라는 박병석 국회의장 주문에 따라, 민주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 구성을 마치고 곧바로 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을 접고, 여야 간 협상을 우선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안건조정위 구성 문제를 두고 이날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대치가 이어졌다.
전날 ‘민형배 의원 탈당’이라는 편법까지 동원해 법안 강행처리 절차에 들어갔던 민주당은 이날 안건조정위 구성을 매듭짓지 않고 국민의힘과 원내 지도부 간 협상을 벌였다. 이에 박광온 법사위원장은 예정했던 안건조정위원 선임과 회의 개최를 잠정 보류시켰다. 여야 협상을 우선 지켜본다는 취지다. 앞서 지난 19일 박 의장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만나 쟁점 사안을 정리해 교환한 뒤, 쟁점 해소 방안을 검토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민주당은 22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여야 협상 경과를 보고하고 향후 추진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애초 정치권에서는 이날 중 법사위 안건조정위가 구성되고, 민주당이 소속 안건조정위원 3명과 민 의원을 앞세워 표결 처리하고, 곧바로 전체회의를 열어 법안을 본회의로 보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박 의장의 거듭된 여야 협상 우선 주문과 ‘위장 탈당’ ‘꼼수’ 등 민주당의 편법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앞서 여야는 법사위 안건조정위 구성을 놓고 대치를 이어갔다. 전날 박 위원장은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안건조정위를 구성하겠다고 통지했다. 민주당은 박 위원장의 요구대로 3명의 명단을 제출했지만, 국민의힘은 2명이 아닌 유상범, 전주혜, 조수진 의원 등 3명의 명단을 제출했다. 유상범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는 명단 제출 뒤 기자들을 만나 “민주당이 민형배 의원을 위장 탈당시켜 무소속으로 만들어 검수완박 입법에 반대하는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배제하려는 것은 안건조정위의 입법 취지를 훼손하는 것으로, 이를 인정할 수 없어 3명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이 탈당한 민 의원을 비교섭단체 몫 안건조정위원으로 지정해 4 대 2의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3명을 추천해 제동을 건 것이다. 전주혜 의원은 “민 의원이 안건조정위원에 포함된다면 즉시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놓았다”고 말했다.
2012년 5월 국회법 개정 때 다수당의 일방적인 국회 상임위 법안 처리를 막자는 취지로 도입한 안건조정위는 여야 각 3명씩 총 6명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상임위에 비교섭단체 의원이 있으면 야당 몫 3명 가운데 1명을 비교섭단체 몫으로 배정해야 한다. 최장 활동 기간은 90일이지만 조정위원 3분의 2 이상(4명 이상)이 안건에 찬성하면 이 안건은 소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전체회의에 올릴 수 있다. 민주당이 전날 민형배 의원 ‘탈당 카드’를 쓴 것은 그를 비교섭단체 몫 안건조정위원으로 배정하려는 셈법에 따른 것이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 원내대표에게 주말 무제한 티브이(TV) 토론회를 하자고 제안했다. 유상범 의원은 “(민주당이) 표결을 강행한다면 국민의힘은 표결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같은 당 박형수 의원은 “민주당이 안건조정위를 강행한다면 당 차원에서 의원들이 법사위 회의장 앞에 와서 항의하는 집회를 하겠다”고 말했다.
박병석 의장은 민주당의 본회의 소집 요청에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이날 오후 김오수 검찰총장을 30여분 만나 김 총장의 중재 호소를 들었다. 김 총장은 “2019년 (운영됐던)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가칭 ‘수사의 공정성과 인권 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달라”고 박 의장에게 말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정의당도 민주당을 향해 시간을 두고 법안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거듭 표시했다. 전날 ‘법안 통과 뒤 1년 시행 유예’를 제안했던 정의당은 이날 “이해당사자를 포함한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 종합적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추가로 냈다.
최하얀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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